‘역시 쩐의 전쟁’…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승자의 저주’ 우려

박준철 기자 2023. 3. 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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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전경.|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결국 ‘쩐의 전쟁’이 됐다. 일부 업체는 과도한 임대료 부담 때문에 과거 신라와 롯데가 면세사업권을 반납한 것처럼 ‘승자의 저주’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1·2여객터미널에 향수·화장품 및 주류·담배 취급사업권은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 패션·부티크 취급 사업권은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 부티크 전용 사업권은 신세계디에프와 현대백화점면세점, 호텔신라가 각각 복수사업자로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또 화장품과 주류·부티크 등 전 품목을 취급할 수 있는 중소·중견 2개 사업권은 경복궁면세점과 시티플러스가 각각 복수사업자로 선정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각 사업자가 써낸 입찰가격(40점)과, 앞서 사업제안서(60점) 평가 결과 등을 합산한 사업권별 복수사업자를 선정해 관세청에 20일 통보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인천공항공사가 통보한 각 사업권별 복수사업자에 대해 심사를 벌여 최종 면세사업자를 선정한다. 관세청이 선정한 새 사업권자는 오는 7월부터 인천공항 출국장 3층에서 영업하게 된다.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중복입찰이 금지돼 일반사업권 63개 매장 2만892㎡은 신세계디에프와 호텔신라, 현대백화점이, 중소·중견 14개 매장 3280㎡은 경복궁면세점과 시티플러스가 사실상 낙찰자이다. 매출이 가장 많은 향수·화장품 및 주류·담배 사업권을 신세계와 신라 중 누가 차지할 것인가만 남은 셈이다.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세계 최대 중국면세그룹(CDFG)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인천공항에 입점할지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여기에 면세특허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 사업권을 한 개도 못 챙길 경우 사실상 면세업을 접을 수도 있는 생존의 갈림길에 있어 대기업들의 ‘쩐의 전쟁’이 예상됐다.

면세업체들이 파악한 결과, 인천공항공사 입찰제안서에 따른 이용객 연동 임대료 방식으로 임대료를 산정한 결과, 향수·화장품·주류·담배 사업권에 신라는 1인당 최대 9163원을, 신세계는 최대 9020원을 썼다. 떨어진 3위 CDFG는 7833원을, 4위 롯데는 7224원을 각각 썼다.

각 사업자가 써낸 입찰가를 기준으로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업체를 선정했을 경우를 가정, 2019년 출국객 3528만명에 비교하면 신라면세점은 연간 3949억원, 신세계도 연간 4132억원에 달하는 등 연간 평균 4000억원의 임대료를 인천공항공사에 내야 한다. 현대백화점은 391억원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예상보다 과감하게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CDFG와 롯데는 현실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부 면세업계에서는 신라와 신세계가 매출의 40~45%를 인천공항공사에 10년간 임대료를 낼 경우 7000억~1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개항 초 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을 위해 과도한 입찰가를 썼다가 입점을 포기한 적이 있다. 또 2015년 롯데는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금액보다 220% 높은 금액인 5년간 4조1400억원을 제시해 낙찰받았다가 버티지 못하고, 2년 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경우도 있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쩐의 전쟁이 맞는 것 같다”며 “엄청난 임대료를 부담하려면 면세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어 결국 인천공항 이용자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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