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주말 몰아자기’ 하시나요?

정진수 2023. 3. 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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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잠’은 꾸준히 일찍 자야해,
수면부족은 치매 등 만병의 근원”

7시간 15분. 

대한수면연구학회기 지난 17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조사한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다. 액면으로는 지난 2004년 6시간 51분에 비해 24분 정도 늘어난 것이다. 국제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성인의 수면 시간은 7∼9시간. 그동안 이에 못미쳤던 한국인의 수면 시간이 근로시간 단축,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사회·문화적 변화와 맞물려 증가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7시간 이상 수면을 하는 한국인도 지난 2009년 이후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총량’이 아닌 수면의 질과 습관의 문제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늘어난 수면시간

한국인의 취침 시간이 늘어난 것은 주말 수면 시간 증가에 기인한다. 토요일 수면 시간은 평소보다 61분 정도 길다. 그러나 주중 주중 취침 시각은 평균 오후 11시 45분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가장 일찍 잠드는 층이 70대 이상인데, 이들의 평균 취침시간도 11시 5분 정도로 늦다. 이른바 ‘주말 따라잡기 수면’으로 수면 총량만 늘린 것이다.

정기영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7시간 15분이라는 수면 시간에는 10세 이상의 청소년이 포함됐다. 성인만 놓고 보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평일 수면시간은 그대로인데 주말, 특히 토요일 오전 늦게 일어나며 평균 시간이 늘어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면 시간 증가는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정 교수는 “취침 시간과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동일 시기, 동일한 내용으로 진행한 연구는 그동안 없었던 만큼 절대적인 비교는어렵다. 다만 전반적인 통계를 통해 보면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면 시간은 늘어나는 추세”라며 “해외의 경우 평균 취침 시간이 꾸준히 빨라지며 전반적으로 수면 시간이 늘어나 7시간50분∼8시간 정도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령 미국의 경우 지난 2016년 기준으로 평균 취침 시간이 10시30분까지 앞당겨졌다.

전진선 대한수면학회 총무이사(한림대 신경과 교수)는 “5시간 미만의 수면시 사망률은 약 1.2배 높게 나타난다. 반대로 10시간 넘는 과다 수면의 경우도 사망률은 1.2∼1.4배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주말에 잠을 몰아자는 ‘따라잡기 수면’이 절대적인 수면부족보다는 나을 수 있겠지만 이 역시 대사성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많이 나왔다”며 “결국 주중에 꾸준히, 규칙적으로,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매 예방에 ‘잠은 보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수는 지난 2011년 31만8228명에서 지난 2021년 70만9233명으로 10년새 2.2배 늘었다. 

‘좋은 잠’이 강조되는 이유는 수면이 전생애에 거쳐 뇌발달과 인지기능, 각종 만성질환 발병 등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아기에서는 뇌 발달 및 신체의 성장에, 청소년기에는 인지기능, 자살사고, 정서장애에 영향을 준다. 중년 이후에 수면 부족은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이 대표적이다. 2017년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 심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정상인 대비 17배 높았고, 불면증 환자는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깊은 수면은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렘수면은 일과 중 쌓인 감정을 처리하는 기능이 있는 만큼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년기 치매 발병과도 연결된다. 수면 중에는 ‘글림프 시스템’이 활성화돼 신경독성 물질 청소가 일어나게 되는데, 수면이 부족하면 이런 신경독성 물질이 쌓여서 치매 발병을 높이는 것이다. 

박혜리 인제대 신경과 교수는 “7시간 이상 수면을 한 사람에 비해 6시간 이하로 잔 사람의 치매 발병 위험은 30% 이상 높다“며 좋은 잠을 위해 낮잠, 술, 수면 전 TV·스마트폰 금지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낮잠을 자는 고령층의 치매 연관성 연구도 나오고 있다. 또 TV, 스마트폰은 야간 빛 노출로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고, 분비 주기가 지연돼 수면에 방해가 되는 만큼 잠들기 전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낮에는 햇빛이나 밝은 백색인공조명의 사용하고, 낮시간 가능하면 창가에서 일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 취침 2시간전부터는 밝은 빛을 피하고 집안 조명을 어둡게 해 국소적인 노란 조명을 사용하는 등 전자기기를 야간모드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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