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세계 놀라게 할 ‘제2의 이강인’들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2023. 3. 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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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호, U-20 월드컵 출전권 획득
클린스만 새 A대표팀 감독도 어린 선수들 주목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WBC 4강을 목표로 했던 한국 야구대표팀이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충격적 뉴스에 다소 가려졌지만, 같은 시기 열렸던 AFC(아시아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젊은 전사들이 4강에 오르며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티켓을 따냈다.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며 '미니 월드컵'으로 통하는 U-20 월드컵은 유소년을 거쳐 성인 단계에 막 들어선 세계 축구의 눈부신 보석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대회다. 

특히 한국 U-20 대표팀은 직전 대회인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FIFA 주관 대회 사상 최초로 결승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강인은 대회 MVP를 차지하며 세계 축구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1년 대회가 취소되면서 2019년 이후 멈춰있던 U-20 월드컵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고 있다. 오는 5월20일 인도네시아에서 개막하는 대회에 한국도 함께한다. 3월12일 U-20 아시안컵 8강전에서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중국을 연장 혈투 끝에 3대1로 꺾었다. 대회 상위 4개 팀에 주어지는 본선 출전권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왼쪽부터 강성진, 성진영, 김용학 ⓒ연합뉴스

성진영·강성진·김용학·배준호 등 주목할 선수들 즐비 

김은중 감독이 이끌고 있는 U-20 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공격 축구를 자랑했다. 4경기에서 9골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득점이 없었던 타지키스탄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은 이미 8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라 큰 폭의 로테이션을 감행한 경기였다. 선수 시절 이동국과 함께 U-20 대표팀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고, 이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오랜 기간 활약했던 김은중 감독은 조직적인 공격으로 상대의 밀집 수비를 깼다. 

아쉬운 것은 3월15일 벌어진 개최국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이었다. 3만 명이 넘는 우즈베키스탄 팬들로 가득 찬 일방적인 홈 분위기 속에서 이전의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0대0으로 비기며,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우승 도전에 실패하며 일본과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제 김은중호는 아쉬움을 세계무대에서 풀어야 한다. 그래도 1차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김없이 샛별이 등장했다. 대회 전만 해도 관심이 적었지만,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통해 이강인의 뒤를 이을 새로운 유망주들의 재능이 주목받았다.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성진영(고려대)이 멀티골을 넣으며 빛났다. 전북 현대 유스 출신인 성진영은 대학 무대에서 이름을 떨쳤다. 지난해 부상으로 침체기가 잠시 있었지만 1월 스페인 전지훈련을 통해 다시 득점 감각을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성진영과 이영준(김천 상무)을 전방 스트라이커로 낙점했다.  

최근 한국 축구가 인재를 계속 배출하고 있는 공격 2선은 김은중호에도 최대 무기였다. 강성진(FC서울), 배준호(대전 하나시티즌), 김용학(포르티모넨스)이 특히 돋보였다. 강성진은 이미 K리그에서도 주목받는 특급 유망주다. 지난해 7월에는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이 동아시안컵(EAFF E-1컵) 당시 과감하게 발탁했고, A매치 데뷔전까지 치렀다. 홍콩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멀티골을 뽑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강성진은 오만과 요르단을 상대해 환상적인 개인 전술로 득점에 성공했다.

배준호는 고교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았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섬세한 플레이로 고교 무대를 평정한 그는 2022년 대전에 입단했다. K리그2에서 점차 출전시간을 확보했고 시즌 막바지에는 팀의 승격에 기여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김 감독은 빠르게 공격을 전개, 상대 진영 깊숙한 곳에서 세밀한 빌드업으로 수비를 파괴하는 걸 선호하는데 그 선봉에 배준호가 섰다. 

이번 대회에 김은중호의 유일한 유럽파인 김용학은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에서 쌓은 경험치를 확실히 선보였다. 172cm로 크지 않은 체구지만 뛰어난 볼 소유와 드리블 돌파, 연계 플레이로 곳곳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오만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4골 차 대승을 이끌었다. 19세의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로 나아가 도전을 거듭한 결과물을 이번 대회에서 증명한 것이다. 

미드필더 이승원(강원FC)과 강상윤(전북 현대), 센터백 김지수(성남FC)도 기대치를 채웠다. 김은중호의 주장인 이승원은 지난해 단국대 소속으로 대학 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인 것을 김 감독이 과감하게 발탁한 사례다. 헌신적인 플레이와 정확한 패싱력을 두루 갖춰 중원의 기둥이 됐다. 중국과의 8강전에서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부상을 당해 교체됐다.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이승원의 부상 결장이었다.

강상윤은 전북의 박지성 테크니컬 디렉터가 지속적인 관심과 기대를 보인 2004년생 영건이다. 미드필더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에 유연한 연계 능력이 돋보였다. 동갑내기 김지수도 차세대 김민재로 손꼽히는 대형 센터백 유망주다. 192cm, 84kg의 신체 조건에 뛰어난 수비 지능을 지녀 바이에른 뮌헨을 비롯한 유럽 명문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독일에서 뛰고 있는 이현주(바이에른 뮌헨)도 5월 U-20 월드컵은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3월12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FP 연합

내년 파리올림픽 이어 2026 월드컵 새 주역 기대

U-20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자연스럽게 대망의 A대표팀까지 이어진다. 이번 세대들은 A대표팀으로 가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 최근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이 어린 유망주들을 과감히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과거 독일과 미국 A대표팀을 이끌면서 10대 선수를 대거 발탁하며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독일에서는 이후 10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지나치게 유망주에 관대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서는 부임 직후 K리그 관전과 더불어 U-20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를 집중 관찰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이번에 빛난 선수들은 미리 눈도장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한국 축구에 대한 여러 조언을 하는 차두리 어드바이저가 지난 수년간 유소년 축구 관련 업무를 하며 어린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벤투 감독 역시 부임 직후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황인범·나상호·김문환 등을 신뢰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역시 "클린스만 감독이 20세 이하 대표팀의 어린 선수들까지 성인 대표팀과 연계하겠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선임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플러스 요인이 됐는지를 설명했다. 

내년에 열리는 파리올림픽에서도 2003년생과 2004년생의 어린 선수들이 지각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올해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1999년생 선수가 정상 참가하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의 월반은 쉽지 않다. 하지만 2001년생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파리올림픽에는 이강인(마요르카), 오현규(셀틱), 홍현석(헨트) 등과 호흡을 맞출 새로운 선수들이 더 필요하다.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 연착륙하면 자연스럽게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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