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두뇌’ AI반도체 선점하라… IT기업들 치열한 각축전 [심층기획-챗GPT, 침체 반도체업계 ‘구원투수’로]
AI반도체 규모, 3년 뒤 114조원 예상
GPU 생산 ‘엔비디아’ 가장 큰 수혜
AMD·인텔 등 앞다퉈 경쟁 뛰어들어
삼성전자도 대규모 설비 투자 나서
퓨리오사 등 국내 스타트업도 참전
AI산업 전반 MS·구글 주도 형국 속
네이버, 한국어강화 AI서비스 7월 공개
기업들 임직원 대상 교육 등 대비 분주
AI 열풍 전망과 우려
과거 NFT·메타버스 반짝 인기 한계
전문가들 “지금 시기 놓치면 안 돼
AI허브 등 통한 데이터 확충 시급”
◆챗GPT… 반도체 업계 ‘구원자’ 될까
전 세계 반도체 업계는 일제히 ‘엔비디아’를 주목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엔비디아는 챗GPT가 불러온 AI 열풍에서 가장 큰 혜택을 입고 있다. GPU는 그래픽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로, AI에 필요한 병렬 연산에서 기존 중앙처리장치(CPU)보다 월등해 대표적인 AI반도체로 쓰인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이용하는 슈퍼컴퓨터에도 엔비디아의 GPU ‘A100’ 1만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PU 시장 2위인 AMD 역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분야의 세계 최고 기술을 갖춘 기업인 자일링스를 인수하면서 AI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인텔도 이스라엘 AI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랩스를 인수해 2세대 프로세서 ‘가우디2’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의 생산 공정을 4㎚로 정하고,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을 확정하는 등 2027년까지 최첨단 공정의 생산 능력을 3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밖에 국내의 다양한 AI반도체 스타트업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 등이 손꼽힌다.
퓨리오사는 2021년 NPU ‘워보이’를 내놓으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내년 초 1세대 모델 대비 하드웨어 성능은 8배, 데이터 전송 속도는 30배가량 향상한 2세대 칩을 선보일 계획이다. 2021년 AI반도체 ‘아이온’을 내놓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차세대 모델인 ‘아톰’을 삼성전자의 5㎚ 공정을 통해 최근 출시했다.
SK스퀘어에서 분사한 사피온은 기존에 선보인 AI반도체 ‘X220’의 성능을 4배 이상 끌어올린 ‘X330’을 올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챗GPT의 도래로 시작된 AI 산업의 성장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초거대 AI 산업은 MS와 구글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이미 글로벌 IT 기업인 MS가 챗GPT 투자로 자체 검색 서비스인 ‘빙’과 웹 브라우저 ‘에지’에 AI 서비스를 입히면서 구글을 매섭게 따라잡고 있다. 한발 늦은 구글은 기업의 사활을 걸고 AI 검색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은 AI 검색 서비스 ‘바드’를 출시했지만, 공개 첫날부터 오류가 발생하는 등 삐거덕거리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이번엔 구글이 확실히 뒤처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 기업 내부에서도 AI 학습 열풍이 일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에 대해 공부하라고 지시했다. CJ그룹에서는 다음달부터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챗GPT의 개념을 포함해 업무 적용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다. CJ는 향후 챗GPT를 포함한 AI 활용을 위해 임직원 대상 교육과정도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챗GPT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은 미래의 새로운 산업이라는 평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메타버스처럼 일시적인 인기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내 AI 산업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민관이 협력해 장기적으로 지원과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6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NFT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전망 있는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금 유명 프로젝트나 NFT 사업에 뛰어든 기업 등의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챗GPT가 이전에 출시된 AI 서비스보다 월등한 답변 수준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데이터를 일정 품질 이상 위주로 학습시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AI허브 등을 통해 활용할 데이터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최근 “고성능컴퓨팅(HPC) 등 AI 산업 관련 지원책이 시기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보다 확대하고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스타트업 등이 버티컬(업종별 특화)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초거대AI 산업 정책방향’(가칭)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로드맵’ 등 정책 방향을 올 상반기 중 발표하면서 초거대 AI 산업 발전을 위해 데이터 수집·이용 등 전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요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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