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직관' 김응용 감독 "속상해서 중간에 나와…변화해야 산다"
"뿌리 없는데 열매 맺기를 바란다면 도둑놈 심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야구의 거목' 김응용(82) 전 감독은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 참패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김 전 감독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전 수장이자 전 국가대표 감독 자격으로 대회 현장을 찾았다가 쓰린 속을 삼키며 귀국해야 했다.
김응용 전 감독은 18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한일전을 관중석에서 보는데 너무 속상하더라"라며 "경기를 다 보지 못했다. 중간에 나왔다"고 했다.
한숨을 푹푹 내쉰 김 전 감독은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데 어떻게 경기에서 이기나"라며 "투수가 무너지면 답이 없다"고 복기했다.
한일전이 끝난 지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노장의 머릿속엔 당시 느꼈던 안타까움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김응용 전 감독은 특유의 투박한 말투로 "한국야구는 변해야 한다"며 "변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아마추어 학생 야구의 질적, 양적 발전 없이는 한국 야구가 발전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 전 감독은 "국내 고교 야구부는 100개도 안 되는데 수천개를 가진 일본 야구를 어떻게 따라잡나"라며 "뿌리가 없는데 열매 맺기를 바란다면 도둑놈 심보다. 돈줄을 쥐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좀 더 신경 써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지난해 KBO의 초중고교 창단지원금 사업 정책 변경에 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KBO는 지난해 초등학교, 고등학교 창단 지원금을 왜 끊었나"라고 반문한 뒤 "KBO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아마야구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매우 아쉽다"고 했다.
KBO는 2012년부터 초등학교(5년간 6천만원)와 중학교(5년간 2억2천만원), 고등학교(3년간 3억원)에 창단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KBO는 지난해 중학교 야구부 창단에 집중하겠다며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야구부 창단 지원을 종료했다.
KBO 관계자는 "초등학교에 비해 중학교 야구부가 매우 적다"며 "이에 초·고교 지원금을 중학교로 돌려 육성 사업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응용 전 감독은 이에 "현재 고교 야구팀은 80개밖에 안 되고 대학 야구는 완전히 망가졌다"며 "KBO는 고교 팀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지원 사업을 중단했는데, 전혀 충분하지 않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유소년 야구를 바라보는 KBO의 시선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응용 전 감독은 "KBO는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접할 기회를 많이 주겠다며 티볼 사업을 크게 하고 있다"며 "티볼 사업도 좋지만, 전문 선수를 키우는 일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감독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실업 야구 한일은행 사령탑으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응용 전 감독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해태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사령탑을 두루 거치며 전대미문의 한국시리즈 역대 최다인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대표팀 감독으로도 굵직한 성과를 다수 끌어냈다.
1977년 니카라과 슈퍼컵에선 금메달을 차지하며 한국의 첫 국제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일본을 3-1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김응용 전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사장으로 활동하며 경기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사장직까지 승진하는 기록을 남겼다.
2016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는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엔 가장 낮은 곳에서 열정을 태웠다.
김 전 감독은 "야구인이 있어야 할 곳은 역시 현장"이라며 초등학교 방과 후 야구 교실 강사로 어린이들을 지도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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