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집단은 사람들을 어떻게 현혹하는가 [쓴소리 곧은 소리]

강민구 변호사 2023. 3. 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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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대상 설정→성경 교리 활용→초인적 능력 연출→가족 파괴 수순 밟아
‘사유재산 관념’ 없애 돈·정조·노동력 등 모든 재산 바치게 하는 게 최종 목표

(시사저널=강민구 변호사)

최근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를 통해 사이비 종교집단의 심각한 폐해가 방영되면서 국민 모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그 다큐를 보면서 많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자들에게 넘어갈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품게 된다. 검찰에 있을 때 이런 사이비 종교집단을 정면으로 수사한 필자 역시 그런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필자는 수사하는 과정과 그 후 여러 이탈자와의 만남 속에서 그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사이비 종교는 일단 적당하고 쉬운 목표를 찾는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대다수 사람 중에는 기존 종교를 믿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종교적 신앙심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다른 종교에도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사이비 종교집단 대부분은 기독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교리가 천당과 지옥을 얘기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사후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혹시 지옥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까지 느낀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자신을 "메시아"라고 하면서 돈을 내고, 몸을 바치면 천국에 가서 영원한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설교한다면 어떨까? 세상의 물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잠시 왔다 가는 이승의 세상은 하잘것없이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것이 사이비 종교의 가장 큰 특징이다.

2002년 4월9일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협업농장 아가동산 사체 발굴 현장. 발굴 도중 유리온실 바닥 콘크리트가 무너지면서 작업 인부가 함께 추락해 부상을 당하자 다른 인부들이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부상자는 1988년 숨져 아가동산에 묻힌 것으로 알려진 강민경씨(당시 21세)의 아버지 강성진씨다. ⓒ연합뉴스

사이비 종교 수사하면서 그들의 생리 파악

둘째, 성경의 교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사이비 종교는 자신들만의 교리를 만들 만큼 역사와 전통이 있지 않기 때문에 주로 성경을 인용한다. 성경에 나와 있는 말씀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마치 교주가 재림예수인 것처럼 신격화한다. 그래서 그들은 찬송가의 "예수"를 교주의 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등 마치 교주가 신의 반열에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모습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것을 교주는 잘 알기에 자신이 눈에 보이는 메시아라고 설파하면서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리고 교주는 자신을 "사랑" 그 자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여기서 사랑은 교주를 향한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것일 뿐,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기적을 체험하게 한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도들도 멍청한 바보가 아닌 이상 아무나 믿고 따르지 않는다. 뭔가 확신을 심어주고 일반인과는 다른 능력을 보여줘야 믿는다. 그래서 사이비 종교집단의 교주들은 병을 치료한다든가, 미래를 예측한다든가 하는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일은 대부분 치밀한 사기극이거나 아니면 우연에 불과하다. 이번에 방영된 이재록 목사 사건만 해도 그가 마치 천사인 것처럼 조명과 영상으로 사람들을 현혹했고, 정명석 역시 대통령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등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보여줘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그리고 뭔가 막히면 적당히 성경 구절을 둘러대면서 도망갈 구멍을 찾는다. 예컨대 누군가가 진실을 고해 교주가 위험에 처하면 마치 핍박받는 예수의 처지에 빗대어 진실을 회피하는 변명을 한다.

넷째, 가족 간의 사랑을 끊는다. 아가동산의 김기순은 하늘에서 내려온 세 명, "내 사랑" "내 묵시" "내 꿈"이 있는데 그중 내 사랑이 바로 자신이라고 칭하면서 사람들에게는 인정선, 물욕선, 정욕선을 하라고 가르쳤다. 그중 인정선이 가족과의 인정을 끊으라는 것인데 그 결과 가족들을 뿔뿔이 흩어져 살게 했다. 그래서 아가동산 내에서는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아이는 아이끼리 거주하게 하면서 가족 간의 정을 단절하게 만든다. 결국 가족들끼리 서로 감시하고 경쟁하게 만들고 서로 정을 끊어버려 모든 관심과 사랑을 교주에게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래야만 가족이란 공동체와 사유재산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고 모든 것을 교주에게 갖다 바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속은 것 알아도 독립생활 안 되니 못 나와

마지막으로, 모든 재산을 헌납하게 하는 것이다. 메시아를 통한 구원을 받게 되면 죽고 나서 영원한 천국에서 살 수 있다고 현혹한다. 결국 구원은 재산을 얼마나 많이 헌납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가르치면서 신도들 사이에 경쟁을 유발한다. 신도들은 서로 많은 재산, 노동, 심지어 정조까지 바치면서 교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사랑받기 위해 몸부림친다. 교주는 이를 속으로 비웃으면서 즐긴다. 이와 더불어 신도들 사이에 계급을 만들어 서로 경쟁하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모든 재산을 헌납한 신도들은 더 이상 다른 곳으로 갈 데가 없어진다. 나중에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이미 때는 늦었다. 그곳을 나와도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그곳에서 더욱 교주에게 충성하며 다른 피해자들을 속이거나 협박해 그들 위에 군림하는 방법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 가지 일맥상통하는 요소는 내세에 대한 불안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죽은 후의 세상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죽고 나서 영원한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속인다면 현세의 물질을 바치는 것이 아깝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사이비 종교는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사람들을 우매하게 만들고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한다. 교주는 인간의 영혼을 사기 치는 것이며 결국 그들을 자기 멋대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람의 영혼과 인생 자체를 영원히 피폐시켜 버린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의 체액을 빨아먹는 것과 비슷하다. 거미는 살찌지만 먹잇감은 얇은 껍데기만 덩그러니 남는다.

절대로 사람을 신으로 믿지 마라. 그가 아무리 대단하고 기적을 보인다 해도 그는 나와 같은 인간에 불과하다. 결코 신이 아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고, 물질 앞에서 약해지고, 정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일 뿐이다. 그는 여러분을 절대로 구원해 주지 못한다. 구원은 여러분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지 누군가에게 재산과 정조를 바쳐서 취득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것으로 얻을 구원이라면 그것은 이미 추악한 욕망일 뿐 진정한 구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것이 종교이고 건전한 종교생활 속에서 치유와 새로운 희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는 인간의 영혼을 파괴시키고 영원한 나락으로 빠뜨리는 마약과 같은 존재일 뿐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민구 변호사

강민구 변호사는 누구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2001년 법무부 장관 최우수 검사상을 수상했다. 고려대 법학과 졸업. 현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로 아가동산 사건을 다룬 소설 《뽕나무와 돼지똥》을 비롯해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생활법률 Q&A》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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