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박’ 증거에도 아니라고 믿는 정신 승리…이렇게 위험합니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최고야기자 2023. 3. 19. 10:00
거짓에 속는 마음의 작동 원리(2)
모두가 ‘예스’ 할 때 ‘노’ 할 수 없는 동조 심리
모두가 ‘예스(Yes)’ 할 때 ‘노(No)’ 하는 것이 소신 있는 태도라고 하지만 사실 이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성을 상당히 거스르는 일이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는 때로는 거짓말도 진실로 믿게 만드는 강한 동력이 된다. 다른 이들의 생각에 동조하면 ‘대세를 거스르지 않고 있다’는 마음의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앞서 종말론을 믿는 신자들도 함께 모여 기도하고 정보를 나누는 돈독한 공동체가 있어 믿음이 더욱 강화될 수 있었다.
1951년 미국의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는 동조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는 실험 참가자에게 직선을 하나 보여주고, 3개의 보기 중 어느 것과 가장 유사한지 고르게 했다. 실제 실험 참가자는 1명뿐이었고, 나머지 6명은 참가자로 가장한 실험 도우미였다. 도우미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일부러 틀린 답을 크게 말하도록 했다. 아래 그림처럼 검은색 바탕에 그려진 선 4개 가운데 문제(I)는 실제로 보기의 (B)와 가장 길이가 유사했지만, 일부러 (A)나 (C)를 큰 소리로 답하게 한 것이다.
자꾸 보면 정이 쌓이듯 신뢰도 쌓인다
처음에는 믿지 않더라도 가짜뉴스도 자꾸 보면 신뢰나 호감이 쌓이게 된다. 2018년 미국 심리학회지에 실린 ‘사전 노출은 가짜 뉴스의 인지된 정확성을 높인다’는 연구에 따르면 가짜 뉴스에 한 번이라도 노출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를 처음 접한 사람보다 정확한 뉴스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자신의 견해와 다른 뉴스라 하더라도 이 같은 효과가 동일하게 일어났다. 노출이 반복적으로 일어날수록 신뢰도가 올라갔다.
특정 성향의 사람들로만 구성된 단체 채팅방에서 누군가가 가짜뉴스를 자꾸 퍼 나른다면 반복 노출로 이를 진실로 믿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동조 효과에 의해 믿지 않았던 사람도 영향을 받는 연쇄 작용이 일어난다. 지난주 기사에서 설명했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 △마음대로 사실을 해석하는 동기화된 추론이 이와 동시에 일어나기도 쉽다.
거짓에 말려들지 않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
‘헛소리연구소(Bullshit studies lab)’ 운영자이자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대 심리학과 교수인 존 페트로첼리는 거짓을 구별해 내기 위해 비판적 사고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저서 ‘우리가 혹하는 이유’에서 5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을 제안한다. △충분한 근거 자료가 있는가 △편견이나 감정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가 △주장을 거스르는 증거를 검토했는가 △다양한 출처를 토대로 결론 내렸는가 △다른 사람을 설득할 만한 충분한 논거가 있는가 등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헛소리하는 대상에게 ‘왜’ 대신 ‘어떻게’라고 묻는 것이다. ‘왜’라고 물으면 이론적이거나 철학적 논거를 대면서 구체적 증거는 슬쩍 빼버리고 얼버무리기 쉽기 때문이다. 대신 ‘어떻게’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는지를 물으면 ‘왜’라고 물었을 때보다 증거를 얼버무리며 말하기 어렵게 된다. 다만 페트로첼리 교수는 “근거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을 때 대답으로 훨씬 심한 헛소리를 듣더라도 놀라지 말라”며 “비판적 사고를 하려면 회의적인 태도와 질문하는 습관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상 속 심리적 궁금증이나 고민이 있다면 이메일(best@donga.com)이나 댓글로 알려주세요. 기사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가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말을 믿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가짜뉴스에 속아 근거 없는 글을 단체 채팅방에 퍼트리는 이들부터 사기꾼에게 돈을 날리는 비극을 겪은 이들까지 다양하다.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사이비 종교 교주에게 속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속는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에게 작동하는 마음의 원리는 유사하다. 지난주 기사(‘멍청해서 속는 게 아닙니다…가짜뉴스에 혹하는 심리학적 이유’)에 이어 거짓 정보에 혹하는 심리학적 원리를 살펴본다.
“나는 절대 속지 않았다” 강해지는 믿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사이비 종교집단을 연구해 1957년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을 세상에 내놨다. 자기 생각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조화’ 상태가 되면 재빨리 생각을 바꿔서 ‘조화’ 상태로 만들려는 마음의 원리다. 현실은 변화시키기 어렵지만 생각은 마음대로 바꾸기 쉽기 때문이다. 현실을 부정하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정신 승리의 일환이다.
페스팅거 연구팀은 이를 연구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 신도 집단에 직접 들어가 관찰했다. 종말론을 믿는 신도들은 1954년 12월 21일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저택에서 자신들을 구원해줄 UFO(미확인비행체)를 기다렸다. 이들은 인류 종말의 날 대홍수가 일어날 때 외계인이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이라 믿었다.
“나는 절대 속지 않았다” 강해지는 믿음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사이비 종교집단을 연구해 1957년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을 세상에 내놨다. 자기 생각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조화’ 상태가 되면 재빨리 생각을 바꿔서 ‘조화’ 상태로 만들려는 마음의 원리다. 현실은 변화시키기 어렵지만 생각은 마음대로 바꾸기 쉽기 때문이다. 현실을 부정하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정신 승리의 일환이다.
페스팅거 연구팀은 이를 연구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 신도 집단에 직접 들어가 관찰했다. 종말론을 믿는 신도들은 1954년 12월 21일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저택에서 자신들을 구원해줄 UFO(미확인비행체)를 기다렸다. 이들은 인류 종말의 날 대홍수가 일어날 때 외계인이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12월 21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이들 중엔 뒤늦게 실망하고 떠난 이들도 있었겠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상당수는 믿음이 더욱 굳건해졌다. 신도들은 “외계인이 예정대로 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소요 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우주로 되돌아갔다”거나 “우리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 종말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리화했다. 이들은 12월 21일 이후 오히려 전도 활동을 더욱 활발히 이어 나갔다.
얼마나 ‘투자’했는지에 비례하는 정신 승리
페스팅거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 행동’을 했는지에 따라 자기 합리화가 증가한다고 봤다. 신도들은 직장에서 종말론을 전파하다 해고됐고, UFO를 타려고 집을 팔았으며, 가족과 싸우고 가출했다. 투자 행동이 커졌으니 쉽게 돌이킬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 오거나 누가 집에 찾아오면 사실은 외계인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고 믿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얼마나 ‘투자’했는지에 비례하는 정신 승리
페스팅거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 행동’을 했는지에 따라 자기 합리화가 증가한다고 봤다. 신도들은 직장에서 종말론을 전파하다 해고됐고, UFO를 타려고 집을 팔았으며, 가족과 싸우고 가출했다. 투자 행동이 커졌으니 쉽게 돌이킬 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 오거나 누가 집에 찾아오면 사실은 외계인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고 믿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JMS(기독교복음선교회)나 만민중앙교회 같은 종교 교주들은 이런 점을 노린다. 신도들에게 재산을 처분해 헌금하라고 종용하고, 육체적 관계도 요구한다. 이들에게 현혹돼 돈, 시간, 명예 등을 크게 손해 보며 투자한 신도는 더욱 거기서 해어 나오기 어렵게 된다. 교주가 구속되거나 예언이 빗나가는 등 믿음이 틀렸다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나와도 그 믿음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을 전도하러 다니기도 한다. 페스팅거는 그의 저서 ‘예언이 끝났을 때’에서 “신도들이 믿음에 스스로를 바치는 투자 행동은 되돌리기 쉽지 않으며, 믿지 않는 사람들의 야유와 조소는 그들이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그 운동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강력한 인지부조화 사고를 일으키는 5가지 조건 |
△확신과 믿음이 특정 행동을 유발한다. △그 믿음을 위해 중대한 ‘투자 행동’을 한다. △믿음은 구체적이고 현실 세계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확실하게 반박할 수 있는 반대 증거가 나타난다. (이때 합리화가 일어난다) △믿음을 함께하는 공동체가 있다. -레온 페스팅거 외 2명의 저서 ‘예언이 끝났을 때’- |
모두가 ‘예스’ 할 때 ‘노’ 할 수 없는 동조 심리
모두가 ‘예스(Yes)’ 할 때 ‘노(No)’ 하는 것이 소신 있는 태도라고 하지만 사실 이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성을 상당히 거스르는 일이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는 때로는 거짓말도 진실로 믿게 만드는 강한 동력이 된다. 다른 이들의 생각에 동조하면 ‘대세를 거스르지 않고 있다’는 마음의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앞서 종말론을 믿는 신자들도 함께 모여 기도하고 정보를 나누는 돈독한 공동체가 있어 믿음이 더욱 강화될 수 있었다.
1951년 미국의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는 동조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는 실험 참가자에게 직선을 하나 보여주고, 3개의 보기 중 어느 것과 가장 유사한지 고르게 했다. 실제 실험 참가자는 1명뿐이었고, 나머지 6명은 참가자로 가장한 실험 도우미였다. 도우미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일부러 틀린 답을 크게 말하도록 했다. 아래 그림처럼 검은색 바탕에 그려진 선 4개 가운데 문제(I)는 실제로 보기의 (B)와 가장 길이가 유사했지만, 일부러 (A)나 (C)를 큰 소리로 답하게 한 것이다.
주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실험 참가자가 정답을 고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정답률은 63%에 그쳤다. 반면 실험 도우미 없이 혼자서 정답을 말할 때는 정답률이 99%였다. 후속 연구에 따르면 실험 도우미가 3명일 때 가장 동조 현상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잡이 3명이 마음먹고 1명을 속이면 저항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집단에서 배척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진실의 눈을 가린 결과다.
자꾸 보면 정이 쌓이듯 신뢰도 쌓인다
처음에는 믿지 않더라도 가짜뉴스도 자꾸 보면 신뢰나 호감이 쌓이게 된다. 2018년 미국 심리학회지에 실린 ‘사전 노출은 가짜 뉴스의 인지된 정확성을 높인다’는 연구에 따르면 가짜 뉴스에 한 번이라도 노출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를 처음 접한 사람보다 정확한 뉴스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자신의 견해와 다른 뉴스라 하더라도 이 같은 효과가 동일하게 일어났다. 노출이 반복적으로 일어날수록 신뢰도가 올라갔다.
특정 성향의 사람들로만 구성된 단체 채팅방에서 누군가가 가짜뉴스를 자꾸 퍼 나른다면 반복 노출로 이를 진실로 믿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또 동조 효과에 의해 믿지 않았던 사람도 영향을 받는 연쇄 작용이 일어난다. 지난주 기사에서 설명했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 △마음대로 사실을 해석하는 동기화된 추론이 이와 동시에 일어나기도 쉽다.
거짓에 말려들지 않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
‘헛소리연구소(Bullshit studies lab)’ 운영자이자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대 심리학과 교수인 존 페트로첼리는 거짓을 구별해 내기 위해 비판적 사고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저서 ‘우리가 혹하는 이유’에서 5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을 제안한다. △충분한 근거 자료가 있는가 △편견이나 감정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가 △주장을 거스르는 증거를 검토했는가 △다양한 출처를 토대로 결론 내렸는가 △다른 사람을 설득할 만한 충분한 논거가 있는가 등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헛소리하는 대상에게 ‘왜’ 대신 ‘어떻게’라고 묻는 것이다. ‘왜’라고 물으면 이론적이거나 철학적 논거를 대면서 구체적 증거는 슬쩍 빼버리고 얼버무리기 쉽기 때문이다. 대신 ‘어떻게’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는지를 물으면 ‘왜’라고 물었을 때보다 증거를 얼버무리며 말하기 어렵게 된다. 다만 페트로첼리 교수는 “근거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을 때 대답으로 훨씬 심한 헛소리를 듣더라도 놀라지 말라”며 “비판적 사고를 하려면 회의적인 태도와 질문하는 습관을 발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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