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아이디어 담았다는 서울링...때아닌 표절 논란, 왜 [핫이슈]
‘천년의 문’ 설계자 표절 명백 반박
“슈퍼스케일로 완벽한 원 구현해
세계적인 건축저널 찬사도 받았다”
‘대관람차’ 곤돌라수 놓고도 논쟁
서울시가 180m 높이로 상암동에 설치한다고 발표한 대관람차 ‘서울링’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고리 모양의 아이디어는 내가 직접 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다 2001년에 중단한 ‘천년의 문’ 설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천년의 문 자체가 고리 모양이고 지난해 말 서울시에 자료까지 보여주며 설명도 했는데 어떻게 오 시장의 아이디어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두 조형물의 이미지 사진을 보면 매우 흡사한 게 사실이다.
천년의 문 관계자들은 2001년에 아래 그림처럼 서울링의 영문 글자 ‘SEOUL RING’으로 홍보 스티커까지 만들어 천년의 문 사업을 홍보한 바 있다. 천년의 문 사업을 주관했던 ‘천년의 문 재단’의 신현웅 당시 이사장은 가방에 홍보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고 했다.
새건축사협의회는 서울시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명백히 천년의 문 저작권을 무시한 부도덕한 행위”라고 성명까지 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 시장의 서울링과 천년의 문은 동그란 원 모양이라는 점을 빼면 같은 게 없다”라며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천년의 문은 곤돌라(폐쇄형 캐빈)가 4개뿐이지만 오세훈 서울링은 캐빈이 36개에 달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링은 36개의 캐빈이 돌아가는 대관람차로서 유희시설이지만 천년의 문은 건축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천년의 문 역시 처음에는 곤돌라가 30개로 계획됐다. 오세훈 서울링보다 겨우 6개가 적다. 이는 아래 사진을 보면 분명히 알 수가 있다.
곤돌라 수를 비용에 따라 늘이고 줄일 수 있는 것이라면 오세훈 서울링의 곤돌라 수가 많다고 해서 천년의 문과 별개의 작품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새건축사협의회는 “오세훈 서울링이 이대로 건립된다면 표절 혐의를 피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천년의 문 곤돌라는 안쪽에서 돌지만 오세훈 서울링은 바깥에서 도는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게 본질적으로 두 작품을 갈라놓는 차이가 될 수 있는지는 양측의 입장이 갈린다.
천년의 문 공동 설계자인 우대성 오퍼스 대표는 서울시가 “원형에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데 대해서도 분개했다. “천년의 문은 200m 높이의 슈퍼 스케일로 완벽한 원형을 구현한 세계 최초의 작품이라는 독창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천년을 맞아 국가 상징물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실시된 국제 공모전에서 심사위원 9명 만장일치 찬성으로 당선작에 뽑힌 것도 그 독창성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프랑스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 저널의 찬사도 받았다.
천년의 문은 구조적으로 원형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팀은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세 차례 풍동실험에서 실패하는 역경도 겪었다. 끝내 영국 구조설계회사 오베 아르푸에서 해법을 찾아내 100년 주기의 지진, 바람, 홍수에 견딜 수 있는 구조 설계에 성공했다. 그런 역경을 거쳐 천년의 문 설계를 완성했는데 서울시가 저작권을 무시하다니 ‘용납 불가’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도 “그런 (역경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은 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산둥성의 ‘보하이의 눈’ 같은 원형 구조물이 들어섰기에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보하이의 눈은 그 외관이 천년의 문이나 오세훈 서울링과 큰 차이가 난다. 수많은 철골이 밖으로 드러나 얽혀 있다.
이은석 교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표방하면서 저작권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어떤 창의적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겠는가”라면서 “저작권을 인정받아 국가적 상징물을 성취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링은 행정가가 보기에는 단순해 보여도, 저작권 존중이 해결되고서, 실패의 경험과 성공의 노하우를 두루 갖춘 원 건축가가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짓기 힘든 고난이도의 첨단 건축물”이라고 했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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