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행진’ 에코프로 3형제 불안한 질주...과열 우려도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hjk@mk.co.kr) 2023. 3. 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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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는 탈출 행진
이틀 동안 4000억원 순매도
2차 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에코프로, 에코프로에이치엔 등 소위 ‘에코프로그룹 3형제’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연일 신고가를 갈아 치우자 투자자들도 환호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높아졌다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코프로 그룹주는 일제히 급락세를 나타냈다.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8.79% 내린 39만9500원에 거래를 마쳐 40만원선을 내줬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도 각각 7.41%, 4.11% 하락 마감했다.

최근 주가가 과열 양상을 띄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도 눈에 띈다. 외국인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단 이틀 동안 에코프로를 2399억원, 에코프로비엠을 1611억원 순매도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1, 2위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2차전지 관련주가 동반 강세를 나타낸 데 힘입어 에코프로 그룹주의 주가도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엔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6일 20% 가까이 급등해 시가총액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6일 기록한 신고가(22만9500원) 기준 올해 들어 주가가 149.2% 폭등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수익률이 약 150%를 찍은 셈이다.

에코프로 역시 에코프로비엠과 동반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6일 장중 47만2500원을 찍었다. 올해 들어 신고가 기준 주가가 358.7% 폭등했다. 같은 기준 에코프로에이치엔은 91.8% 올랐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신고가를 찍은 지난 16일 기준 에코프로그룹주의 시가총액은 합계 33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말 12조2982억원이던 3사 시총 합계가 올 들어서만 21조원 넘게 불어났다. 국내 정보기술(IT) 공룡 네이버의 시가총액인 32조원대를 넘어선 셈이다. 코스피 기준 시총 순위로 따지면 7위인 현대차(37조3565억원) 다음 규모다.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자 투자자들도 환호하는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수익률을 인증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에코프로로 4억원을 투자해 10억원을 벌고 회사를 퇴사한다는 직장인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인증글에는 에코프로로 255% 수익률을, 에코프로비엠으로 122%의 수익률을 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게시글에서 작성자는 “흙수저로 태어나 요리하는 걸 좋아했다. 내 이름으로 된 음식점 차리는 것이 목표였다”며 “10억 모으면 퇴사하려고 했는데 에코프로 덕분에 목표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적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 그룹주가 지나치게 급등했다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이미 지난달 증권가가 제시한 목표 주가를 한참 뛰어넘었다. 2월 중 에코프로비엠의 목표가를 제시했던 증권사 12곳의 평균 목표가는 15만8000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목표주가를 기존 14만원에서 25만원으로 79% 상향 조정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올해 들어 127% 상승했는데 삼성SDI 등 고객사(셀, OEM)의 신규 투자계획 구체화 및 장기 공급 계약 체결 기대감 상승 때문”이라며 “가팔라진 삼성SDI의 전기차용 2차전지 탑재량 증가세와 SK온의 올해 전지 출하량 가이던스(전년대비 매출액 약 2배 증가)를 반영해 이익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2차전지 양극재 및 원재료의 가격 하락 전환과 1~2월 전기차 판매 증가율 둔화로 업황이 강세라 단언할 수 없고 올해 이익 컨센서스가 하향되고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라고 조언했다.

에코프로그룹주의 주가 급등이 그동안 쌓인 공매도에 대한 숏 커버링(short covering) 성격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 종목이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는 판단에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나섰고, 그간 공매도로 있던 잔액들에 대한 숏 커버링 물량이 나와 상승폭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숏 커버링은 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해 빌린 주식을 갚고자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가리킨다. 공매도를 한 투자자는 일정 기간 후에 빌린 주식을 반드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예측 방향과 반대로 주가가 올라버리면 공매도로 미리 팔았던 가격보다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주식을 되사야 한다.

실제로 개미들은 이달 들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을 각각 7014억원, 5170억원 순매수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각각 개인 투자자 순매수 1, 2위 종목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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