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고, 설명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이정후의 야구’

안승호 기자 2023. 3. 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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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를 마치고 돌아와 시범경기를 치르는 키움 이정후. 연합뉴스



키움 이정후(25)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것은 우선은 밖으로 드러난 성적이 굉장히 좋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KBO리그 7년 통산 타율 0.342(3146타수 1076안타) 59홈런 470타점에 OPS 0.902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동안에는 TV 중계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KBO리그 성적표가 인증서처럼 따라붙기도 했다. 또 한국대표팀이 대회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보는 중에도 타율 0.429(14타수 6안타)로 제 몫을 다했다.

이정후는 이미 현재 가장 빛나는 선수이지만, 미래 가치는 더 높은 곳에 있다.

야구에서 개인 성적은 신체적 반응이 수치로 나타난 결과의 합산이다. 이 대목에서는 야구 잘하는 선수들의 ‘타고난 운동능력’이 우선 주목받는다. 이정후도 그렇다. 그러나 이정후는 ‘운동능력’을 유지하거나 향후 더 살릴 수 있는 부가적 재능과 능력을 더 많이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 가치를 키우고 있다. 그것이 이정후의 진짜 힘이다.

이를테면 이해하고, 설명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야구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머리로 이해한 뒤 말로도 몸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야구를 하고 있다. 이정후에게 ‘그냥 ’은 없다.

자기 평가의 대상부터 다르다. 이정후는 일본에서 돌아와 지난 15일 팀에 합류했다. 빠른 공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스트라이드를 좁히고, 방망이를 쥔 손을 살짝 낮추는 등 타격폼에 변화를 준 가운데 첫 시험대와 없던 WBC에서 꽤 괜찮은 결과를 냈다.

그러나 이정후의 자가 진단은 냉철하다. 사실, 젊은 선수들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얘기는 아니었다. 이정후는 “아직 완벽하게 내 것이 됐다고 하기에는 타석수가 너무 적다”며 “원래 치던 폼으로 3000타석 넘게 들어갔는데, 지금 폼으로는 이제 30타석 정도만 쳤을 뿐이다. 당연히 아직 정립이 안돼 있다. 남은 시범경기에서 최대한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정후는 안타를 치든 범타로 물러나든 허투루 보내는 타석이 없다.

WBC를 마치고 대회를 돌아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타석 또한 외부에서 짐작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정후는 일본전 1회 첫 타석에서 선발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상대로 몸쪽 140㎞짜리 컷패스트볼을 정타로 맞혀 오른쪽 라인을 향해 보낸 장면을 꼽았다. 라인 밖으로 빠지며 파울이 된 타구. 이정후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두 번째 타석에서 적시타를 뽑아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새 타격폼으로 메이저리그 정상의 투수의 낯선 주무기에 첫 타석부터 타이밍을 맞춰 타격한 장면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이미 KBO리그 최정상의 타자인 이정후가 과감히 타격폼을 바꾼 것을 올시즌 뒤 도전할 메이저리그 무대에 대한 적응력을 일찌감치 키워두려는 것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는 KBO리그와 비교해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6~7㎞ 빠르다.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도 공부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 18일 시범경기 대전 한화전에서는 1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나와 볼카운트 3-0로 이어지자 공 하나를 더 보는 대신 4구째를 받아쳐 우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상대 마운드에는 150㎞대 빠른 공을 쉽게 던지는 ‘영건’ 문동주. 이정후가 걷어낸 공은 시속 152㎞짜리 한복판 패스트볼이었다. 이정후 스스로 어떤 의미를 둔 타격이었는지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정후는 19일 시범경기 대전 한화전에서도 3회 상대 선발 펠릭스 페냐의 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월 투런홈런을 쳐내며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만큼 새 타격폼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이유를 들여다보고, 방법을 찾는 야구. 미디어와 팬에도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야구. 이정후의 야구가 그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한 이유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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