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이동에 지친 WBC…고개 드는 '전임감독제' 주장

김희준 기자 2023. 3. 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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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이강철 감독의 KT 전지훈련지에 대표팀 캠프 차려
미국→한국→일본…장시간 비행에 녹초

[인천공항=뉴시스] 김금보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끝난 2023 WBC 1라운드 B조 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 B조 3위에 그치면서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2023.03.14.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빚어진 '도쿄 참사' 이후 전임 감독제에 대한 주장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023 WBC에서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 수 아래로 여긴 호주에 7-8로 패배했고, '숙적' 일본에 4-13으로 대패하면서 8강 진출이 물건너갔다.

일각에서는 대회를 앞두고 펼친 강행군이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1월에 개인 훈련을 하다가 지난달 1일 소속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훈련하던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달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소집해 합동 훈련에 나섰다.

약 2주 동안 투손에서 훈련한 대표팀 선수들은 이달 1일 일시 귀국했고, 고척돔에서 2일에 회복 훈련을 한 후 3일 SSG 랜더스 퓨처스(2군)팀과 연습경기를 했다.

4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한 대표팀은 5일 훈련, 6~7일 일본프로야구 팀과 평가전을 소화한 후 7일 밤 도쿄로 이동했다. 8일에는 공식 훈련이 있었고, 9일 호주와 1라운드 B조 첫 경기를 치렀다.

소속팀이 미국이 아닌 장소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선수들은 동선이 더 꼬였다. 호주 시드니에서 전지훈련을 한 두산 베어스 소속 선수들은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미국으로 갔다. 괌에서 소속팀 전지훈련을 하던 김원중(롯데 자이언츠)도 마찬가지였다.

1월에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는 소속팀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갔다가 지난달 중순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장거리 비행을 감수하고 대표팀 훈련지를 투손으로 정한 것은 대표팀을 이끈 이강철 감독의 소속팀 KT가 그곳에 캠프를 차렸기 때문이다. 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는 했지만, 소속팀을 마냥 신경쓰지 않을 순 없었다.

미국 본토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팀이 6개에 달한 것도 대표팀 훈련지가 투손으로 정해진 이유 중 하나였다. 5개 팀이 애리조나에서 훈련했고, SSG의 전지훈련지는 플로리다주였다.

따뜻한 날씨 또한 대표팀 전지훈련지를 애리조나로 잡은 이유였지만, 불운이 따랐다. 춥고, 강풍이 부는 날씨 때문에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5번 치를 예정이었던 연습경기는 비와 강풍 때문에 한 차례 취소됐다.

설상가상 한국 귀국길에 항공기 결함이 생겨 7~8시간의 육로 이동을 해야하는 일도 벌어졌다.

물론 WBC 1라운드 탈락의 주된 원인은 실력 부족이다. 일본과의 대결에서는 투타에서 벌어진 실력차를 절감했다. 이정후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들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뉴시스] 김선웅 기자 =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023 B조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22:2 콜드게임으로 중국에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인사를 나눈 후 더그아웃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03.13. mangusta@newsis.com

하지만 장거리 이동으로 컨디션이 떨어져 제 기량조차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국 투수진은 애리조나의 궂은 날씨 때문에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본 대회에서 상당수가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였다. 마무리 투수 역할을 기대했던 고우석(LG 트윈스)은 목 통증 때문에 공을 1개도 던지지 못했다. 이 감독은 계획했던 마운드 운용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호주는 호주프로야구(ABL)가 2월까지 진행돼 경기 감각이 살아있었고, 한국보다 열흘 일찍 일본으로 이동해 현지 적응 훈련을 했다. 안방에서 1라운드를 치른 일본은 미야자키에 모여 훈련한 뒤 대회에 나섰다.

이 때문에 전임 감독제를 다시 도입하자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전임 감독이 있었다면 대표팀 훈련을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감독이 소속팀과 대표팀을 모두 신경쓰는 데도 한계가 있었을 터다.

한국은 줄곧 전년도 우승팀 감독이나 경험이 많은 지도자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가 2017년 안방에서 열린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한 후 전임 감독제를 도입했다.

선동열 감독과 김경문 감독이 전임 감독을 맡아 각각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와 2021년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임 감독제는 다시 사라졌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선동열 감독이 국정감사에 불려나가 일부 국회의원들의 표적이 되는 일이 있었다.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야구는 비교적 국제대회가 많지 않아 전임 감독의 굳이 필요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올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 열린다. 내년에는 WBSC 프리미어12가 개최될 전망이고, 차기 WBC가 3년 뒤로 예정돼 있다.

국제대회가 적다면 다른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매년 다른 나라와 평가전을 진행하는 방안이다.

2015년부터 전임 감독제를 실시한 일본은 매년 다른 팀과 친선경기를 진행했다. 전임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의 기량을 파악하기도 좋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당한 수모를 씻어내려면 선수들이 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참사를 교훈삼아 전임 감독제 재도입 여부 등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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