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공공재’ 발언 숨겨진 의도는 관치금융 재현”

안광호 기자 2023. 3. 1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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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은행 TF 구성부터 엉터리”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금융노조 제공

[주간경향] “TF에서 나올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3월 10일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이하 TF)에 대해 “‘완전경쟁 체제를 만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에는 “숨겨진 의도가 깔려 있다”고 했다. ‘공공재’라는 프레임을 씌워놓고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편과 낙하산 인사 등을 통해 경영에 개입하려 한다는 것이다.

-노조에서 TF를 ‘관치금융 TF’라고 규정했다. 이유는.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시장’과 ‘자유’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인 있는 기업들에만 자유를 보장하고, 주인 없는 기업들에는 간섭하고 개입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금융권, 특히 은행에 대한 간섭은 매우 전면적이고 전방위적이다.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조정 기능을 무시한 ‘이자장사’ 비난, 경쟁 촉진을 빌미로 한 신규 시장진입(인허가) 허용, 주주를 무시한 배당성향에 대한 개입 등의 현상을 설명할 단어는 ‘관치금융’ 말고는 없다.”

-TF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TF는 구성부터 엉터리다. 정상적인 TF 구성이라면 당사자인 노동자와 금융소비자,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다른 의견을 가진 교수 등 전문가들이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정부 주도로 협회와 학자 등 몇몇을 들러리를 세운 TF에서 나올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경쟁 체제를 만들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경쟁도가 낮은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과당경쟁이 문제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 시장 진입자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금융회사에 과다한 이익이 나지 않고 금융소비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게 할 방법은 없는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TF가 어떤 결론을 계획 중이라고 보나.

“(재벌과 빅테크 등) 새로운 시장 진입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겠나. 물론 인가 세분화(스몰 라이선스)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긴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따로 떼는) 금산분리 규정의 완화에 방점을 찍어 왔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현재 금융위가 TF를 통해 추진하는 금융정책 변화 역시 재벌과 빅테크에는 혜택을 주겠지만 금융의 공공성을 훼손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은행은 공공재’라는 발언에 동의하나.

“금융은 공공성은 있지만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공공재는 아니다. 만일 정부가 이제 와서 은행을 공공재라고 판단한다면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주주의 지분을 매입해 은행을 국유화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국책은행의 민영화와 시중은행들의 통폐합을 거쳐 지금의 체제가 자리 잡았다. 한국의 은행들은 외국인이 60~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국경 없는 투자대상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금감원장이 강경 발언을 할 때마다 이들의 주가가 빠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국의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리스크 프리미엄을 상당히 높게 책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공공재’ 발언의 의도가 따로 있다고 보나.

“발언의 이면을 봐야 한다. 공공재를 제공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그 제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에 개입해도 되고, 지배구조에 개입해도 되고, 낙하산을 내리꽂아도 되고, 경영에 개입해도 된다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것이다.”

-TF의 ‘은행 경쟁 촉진’ 방안이 금융생태계의 붕괴를 가져온다고 주장한 이유는.

“금융시장을 완전경쟁 체제로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시장진입을 무한대로 허용하고 감독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다. 그 많은 위험 부담을 지고 금융시장을 그렇게 운영하는 국가는 없다. 신규 라이선스의 발급은 정치권력의 입장에선 언제나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명분만 있으면 딱이다. 하지만 그러한 명분이 있는가. 대한민국은 금융거래하기가 너무나 편리한 나라다. 은행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 회사들도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다수의 국민은 은행은 아니지만 예금자 보호를 받을 것으로 믿고 지역 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을 안심하고 이용 중이다. 심지어 단기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신규 시장진입을 허용하는 명분으로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서비스 접근권 강화와 같은 이유를 내세우는 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금융위가 대통령의 말 몇 마디에 마치 은행들이 담합해 과점 체제를 구축한 것처럼, 그리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완전경쟁 체제를 급히 도입해야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지금까지 (은행권에서) 주로 문제가 된 건 경쟁이 느슨해서가 아니라 은행들이 과당경쟁해서 고객이 피해를 입는 경우였다. 가입이 적절하지 않은 투자성향을 가진 고객에 대한 (사모펀드와 같은) 고위험 상품의 권유가 왜 일어나겠는가. 오직 경쟁 때문이다.”

-소비자 후생을 위한 금융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TF가 추진 중인) 증권사의 법인대상 지급결제 허용 등을 예로 들어보자. 증권사는 은행 대비 수신 기능이 취약하고 금융시장 상황에 민감한 자금조달 구조다. 증권사의 결제리스크가 기타 금융산업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대기업 계열 증권사로 결제계좌를 집중할 경우 해당 증권사로 대규모 자금이 집중돼 금산분리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고, 해당 증권사가 재벌의 사금고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안전관리시스템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급결제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금융의 안정성을 해치고, 자칫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비은행 예금자 보호 미적용과 건전성의 문제점 등이 나타나 과거 저축은행 사태처럼 소비자 보호에 치명적인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전에 세부적인 법과 제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형식적인 금융혁신이 이뤄진다면 과당경쟁이 심화하고 금융 본연의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혁신을 위해서는 먼저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당사자들의 대화와 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화를 생략하고 정부의 일방적 정책에 의해 시행되는 금융혁신은 금세 동력을 잃고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주최로 열린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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