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모기업 파산보호 신청···테크업계 '정부 개입' 청구서 날아올까 '우려'

SVB파이낸셜그룹 파산보호 신청
2008년 워싱턴뮤추얼 이후 최대 규모
알짜 자회사 제외해 자체 구제 시도
테크 업계는 SVB 파산 후폭풍으로
정부 '빡센 규제' 염려 "청구서 날아온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실리콘밸리뱅크(SVB)의 모기업인 SVB파이낸셜그룹이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SVB가 금융 당국에 의해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지 일주일 만이다.

17일(현지 시간) SVB파이낸셜그룹이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2008년 워싱턴뮤추얼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후 금융기관으로서는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이다.

다만 상당수 알짜배기 자회사들은 파산 보호 신청에서 제외돼 자체 구제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SVB 파이낸셜그룹은 파산한 은행인 SVB와 SVB증권, SVB 캐피털, SVB 프라이빗 등 4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번 파산 보호 신청에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파산 관재를 맡고 있는 SVB는 제외된다. 또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SVB증권과 SVB 캐피털도 제외돼 실질적으로는 SVB파이낸셜 지주사와 개인자산관리 및 신탁 서비스를 진행하는 SVB프라이빗만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SVB파이낸셜그룹은 파산보호를 신청해 남은 자산을 보호하고 채무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VB파이낸셜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22억 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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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보호 신청은 일찍이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번에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개입해 SVB 예금주의 예금 전액을 보호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테크 업계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애초 미 재무부는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과 월가의 거물들이 잇따라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면서 전액 예금 보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게 됐지만 비교적 오랫동안 정부와 거리를 둘 수 있었던 테크 업계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번 정부 개입으로 테크업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이번 SVB의 파산 과정에서 은행에 대한 규제가 불충분했던 것은 충분한 규제 명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와 은행에 대한 불신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한 데 뭉칠 수 있게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거릿 오마라 워싱턴대 역사학과 교수는 "미 규제당국이 SVB 파산을 계기로 테크 섹터에 대한 강한 규제를 들이댈 수 있다"며 "지금까지 정부는 사기업에 돈을 흘려보내면서도 기업들 스스로 이룩한 것처럼 여길 수 있게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