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스타그램’하는 마음…“나 계속 수련하고 있어요”

정인선 2023. 3. 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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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하루운동]#오늘하루운동 요가
매일매일 발전하는 모습 기록하려
SNS에 운동전용 ‘부계정’ 만들어
‘운동하는 이들과의 연결’ 효용 커
‘#운동스타그램’은 매일 나의 운동 기록을 따로 적는 계정이다. 운동으로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내 모습을 기록하고, 다른 이들과 ‘연결 고리’ 구실도 해준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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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사람은 ‘#운동스타그램’을 즐겨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나는 즐겨 하는 쪽이다.

운동 기록만 따로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건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2021년 3월이다. 요가원에 좀처럼 가지 못하고 집에서 줌과 유튜브로 온라인 수련을 줄창 할 때였다. “나 계속 수련하고 있어요” 하고 바깥에 외치고 싶은 마음에 요가 수련 기록만 올리는 인스타그램 ‘부계’(두 번째 계정)을 팠다.

이전에도 ‘본계’(본래 계정)에 운동 기록을 자주 올리긴 했다. 친구들이 “인스타그램 하다가 거꾸로 서 있는 사람 있으면 ‘인선이 또 요가 했나보다’ 하고 스크롤 내린다”고 말할 정도였다. 누군가는 매일 크게 다르지 않은 자세 수련하는 모습을 왜 자꾸 올리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사진을 올렸던 건,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매일매일’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본계’ 못지않게 열심인 ‘부계’

가까운 사이 아닌 누군가가 매일 꾸준히 올리는 ‘#운동스타그램’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은 경험도 한 몫 했다. <일간 이슬아>를 연재하기 시작할 즈음 이슬아 작가는 매일 물구나무서기를 연습하고 푸시업 개수를 늘려 가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 모습을 보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꾸준히 마감을 해내는 힘은 여기서 나오나보다” 생각했다. 마감이 없으면 좀처럼 글을 완성하기는 커녕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으로서 ‘저 습관, 나도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두 발을 바닥에서 모두 떼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휘청이다가 땅으로 내려오던 이 작가가 물구나무선 채 여유 있게 호흡을 유지하는 시간이 점점 늘려 가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먹은 것, 본 것 등을 주로 올리던 인스타그램 ‘본계’에 요가와 달리기 등 운동 한 사진을 올리기 꾸준히 올리자 꾸준히 반응해 주는 사람도 늘어 갔다. ‘#운동스타그램’에 공감과 응원을 보내 주는 사람 가운데는 이미 운동을 즐겨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뜻밖에 운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본인은 딱히 운동에 취미가 없어 보이는데도 매번 ‘좋아요’를 눌러 주던 이들은 어쩌다 한 번씩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물었다. “그렇게 뛰고 나서 출근하면 안 졸려?”부터 “나도 요가 배워볼까? 어디서 시작하면 좋아?”까지. 질문의 범위는 단순한 호기심에서부터 조언 구하기까지를 넘나들었다. 그렇게 조심스레 묻던 친구들이 몇 개월, 또는 몇 년 뒤 각자의 계기로 운동을 시작하게 되고, 또 그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하며 ‘#운동스타그램’ 대열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그들이 몸을 움직이도록 하는 데에 내가 올린 ‘#운동스타그램’이 1%쯤은 기여하지 않았을까 어림짐작하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이슬아 작가의 매일 물구나무서기가 내게 그랬듯이.

그런데 어떤 날은 '#운동스타그램'을 올리기 주저하는 마음도 든다. 당장 나부터가 다른 사람의 ‘#운동스타그램’에 긍정적인 자극만 받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요가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타고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올린 요가 사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사진 속 멋진 아사나(요가 자세)를 따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경외하는 마음과 ‘나도 이제 완전 초심자 수준은 벗어난 것 같은데, 왜 저런 아사나에는 접근조차 못 하지?’하고 비교하고 책망하는 마음은 한끗 차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어떤 요가 선생님들은 아사나가 부각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일부러 올리지 않았다. 요가의 목적은 멋진 아사나를 완성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작용을 조절하는 것인데, 마음의 작용을 오히려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미지 경쟁을 지양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체지방을 최대한 덜어내고 근육이 부각되는 자세로 ‘바프’(바디 프로필)을 찍는 게 유행하기 시작한 뒤로는 남의 몸과 내 몸을 비교하게 되는 순간이 더 잦아졌다. 어디 가서 ‘운동 좀 한다’고 말하려면 나도 인스타그램 속 바프처럼 선명한 복근 정도는 기본으로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고 부끄러웠다. ‘그러려면 맥주를 끊어야 하는데….’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내가 좋은 뜻에서 올린 ‘#운동스타그램’ 또한 다른 누군가에겐 스트레스의 출처가 됐던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애플워치 링(활동량 목표 채우기 기능)을 너무 빨리, 많이 채우는 걸 보면 압박감이 든다며 연결을 끊어 버린 친구도 있었잖아! ‘#운동스타그램’만 올리는 부계를 따로 판 건, 일찍 퇴근하는 데에 자주 실패해서, 또는 자신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느라 운동할 짬을 내기 어려운 누군가에게 본의 아니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운동스타그램 끊지 못하는 이유

이런 부작용에도 ‘#운동스타그램’을 끊지 못하는 건 운동하는 사람들, 특히 운동하는 여성들과의 연결이 주는 효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2년 전 이맘때, 3월 8일 여성의 날을 일주일 앞두고 한 스타트업 여성 대표를 인터뷰할 일이 있었다. 나도 그도 운동을 즐겨 해, 코로나로 자주 얼굴은 못 봐도 서로의 ‘#운동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눌러 주며 안부를 확인하던 사이였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말했다. “우리 여성의 날에 맞춰서 3.8㎞씩 뛰고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는 캠페인을 벌여 볼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에게 각자 3.8㎞를 걷거나 달린 뒤 인증 사진을 ‘#2021세계여성의날’ ‘#함께달리면우린더강하다’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사흘 만에 70명 넘는 친구가 참여했다. 이들이 이어 달린 거리를 모두 더하면 266㎞, 풀 코스 마라톤을 여섯 번 뛰고도 남았다. 아무리 미워도, 인스타그램이 없었다면 경험할 수 없는 연결감이 분명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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