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빠르게 손절한 IT업계 MZ세대, 이유는?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ddoku120@mk.co.kr) 2023. 3. 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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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들이 있는 판교역 주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69시간제’라고 비판받던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공개되자 IT 업계 MZ세대로 구성된 노조들이 우려를 표했다. 일이 몰리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이른바 ‘크런치모드’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는 업종을 고려해 개편을 추진했다.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개편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길을 트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개편이 필요한 대표 업종으로 꼽았던 IT 업계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MZ세대가 유연한 근로시간을 원한다는 것도 정부가 앞세운 명분이었지만 다른 ‘MZ노조’들 역시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였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소속 노조들은 지난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정부 개편안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의 재검토를 지시했다.

간담회에는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웹젠, 한글과컴퓨터 노조가 참여했다. LIG넥스원 노조도 함께했다.

이들은 크런치모드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주 69시간으로 상징되는 정부 발표는 크런치모드를 전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라며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 몰아서 쉰다고 회복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배수찬 넥슨지회 지회장은 “정부안대로 개편되면 한 달에 270~280시간 일하게 되는데 (저희가) 한창 일할 때와 같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일하면 죽는다’고 걱정했었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넥슨에 노조를 만들고 나서 근로시간이 엄청 줄어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노조 사업장에서만 막을 수 있다”며 “(정부) 법안이 통과하면 게임업계나 IT 업계에서 노조가 없는 곳은 과거의 저와 같은 모습으로 살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근로시간 기록 먼저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균하 한글과컴퓨터지회 지회장은 “고정OT를 악용해서 재택으로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지 못하게 하거나 혹시나 주 52시간을 넘는 것은 체크하지 않도록 공유돼 있다”고 비판했다.

노영호 웹젠지회 지회장은 “주 52시간을 넘는 근로시간 체크에 대해서 촘촘하게 규율하지 않은 상태에서 69시간으로 늘리겠다는 건 완전한 후퇴”라고 봤다.

IT 업계의 경우 근로시간 측정이 어렵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오 지회장은 “IT 업계에서 근로시간 측정을 못하지 않냐고 하는데 다 하고 있다”며 “언제 시작하고 종료했는지 측정하고 있는데 그전에는 (포괄임금제 때문에)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 않았을 뿐 근무시간에 기반해 업무를 줄여가면서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MZ노조들로 구성된 ‘새로고침협의회’도 정부가 개편을 발표한 지 3일 만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MZ가 원한다’는 개편 이유가 무색해졌던 결정적 장면이었다.

협의회는 지난 9일 위원 전원의 일치된 입장에 따라 의견문을 공개했다. 협의회가 출범한 이후 입장을 낸 첫 사례이기도 했다.

협의회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 최저 기준을 상향해 왔던 국제사회의 계속적인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대해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 선진국들과 비견해 평균 근로시간이 더 많은 이유는 우선 연장근로 상한이 높고 산업 현장에서 연장근로가 빈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결론적으로 주 52시간 등 근로시간 제한은 당초 기대했던 법 취지의 안착마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용부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고용부가 개편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한 지 8일 만에 재검토를 지시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16일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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