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CS發 금융 리스크? 파월의 뇌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투자360]

입력 2023. 3. 1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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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모습.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여전히 높고 끈끈한(sticky)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글로벌 초대형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로 전이됐기 때문이다.

각국 금융 당국은 물론, 금융계가 나서 인수 의사를 밝히거나 유동성 공급에 나서며 조기 진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마음 한편의 찜찜함은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에 따른 금융 리스크는 상황 종료가 아닌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의 ‘고금리’ 기조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임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딜레마’ 속에서도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과 전쟁’이 우선이라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 주요국 증시 투자자들이 기대하던 금리 인상 사이클 조기 종료나 ‘피봇(Pivot·금리 인하)’ 등은 점차 현실에서 멀어지는 모습이다.

‘빅스텝’ ECB “물가 상승 시 추가 금리 인상 여지도”

SVB·CS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의 머릿속엔 온통 ‘인플레이션’이 가득하단 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전격 단행한 ‘빅스텝(한 번에 기준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CB는 “높아진 불확실성에도 자료에 근거,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물가 목표치 2%로 제때 복귀하기 위한 조치”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 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빅스텝 입장을 고수한 데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을 때 물가상승 기조가 유지된다면 우리는 추가로(인상) 여지가 있다”고 인플레이션과의 싸움도 재확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모습. [EPA]

그간 강화해온 금융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자, 동시에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더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3월 FOMC, SVB·CS 사태로 ‘빅스텝’ 어려울 듯

금융투자업계가 ECB에 주목했던 이유는 오는 21~22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여부는 일반적으로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나스닥 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내 증시의 향방에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월 FOMC를 앞두고 이어지고 있는 ‘블랙아웃(공개 발언 금지)’ 기간 탓에 파월 의장을 비롯한 FOMC 구성원들은 정례회의 전까지 공개 발언을 삼가면서 연준 내부 기류를 직접적으론 파악할 순 없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모습. [로이터]

시장에선 SVB 사태의 배경에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속도에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미 상원에 출석해 한 발언으로 가능성이 높다 점쳐 졌던 ‘빅스텝’이 테이블 위에서 치워졌단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내 피봇은 과한 기대

다만, 미 연준이 금융 리스크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탓에 3월 FOMC에서 ‘금리 동결’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주장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 모양새기도 하다. 앞서 발표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0% 오르며 시장 예상치엔 부합했지만,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5% 오르며 지난 1월(0.4%)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오른 탓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는 시그널을 반복적으로 주고 있는 파월과 미 연준은 섯불리 ‘금리 동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연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금리 인상 후 금융사 등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16일(현지시간) 기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될 미 기준 금리 수준에 대한 가능성 예상치. [CME 페드워치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금융 리스크에 미 연준이 ‘금리 동결’에 나설 수 있다는 투자업계의 희망 역시도 잦아드는 형국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FOMC에서 기준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란 확률은 16일 기준으로 83.4%에 이르렀고, 금리 동결 가능성은 16.6%에 그쳤다. 금리 동결 가능성이 45.4%, 베이비스텝 가능성이 54.6%로 비등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새 기류가 급변한 것이다.

소재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FOMC에서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밟겠지만, 5.25%인 점도표를 유지하거나 5.50%로 인상폭을 최소화할 것 같다”면서 “은행과 채권시장 수급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대차대조표 축소를 중단하거나 유동성 프로그램을 작동해 금융 안정으로 무게 중심을 살짝 비틀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6%까지 반영하고 있던 미국의 최종 금리 수준이 5.25% 수준까지 하향 조정됐다”며 “최근 은행들의 위기는 특정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인 만큼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서 연준이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겠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연내 피봇 기대는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3월 FOMC 정례회의를 통해 결정된 차기 기준금리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 연준 성명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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