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겨울눈의 발아를 확인하는 기쁨이여!

방민준 2023. 3. 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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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 4월이 되면 봄의 잔인함을 피할 수 없었다.

겨울에도 부지런히 연습장을 찾으며 우연히 발견한 나무의 겨울눈에서 얻은 깨달음이 나의 골프 품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한다.

뿌리나 줄기 형태로 땅속에 묻혀 봄을 위해 준비하는 식물, 외부에 노출된 상태에서 겨울을 나는 식물들의 겨울나기 비법은 바로 겨울눈에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전 가을쯤에 미리 겨울눈을 만들기 시작하고 봄이 되면 겨울눈에서 새싹으로 돋아나거나 꽃으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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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매년 3, 4월이 되면 봄의 잔인함을 피할 수 없었다. 기대를 품고 찾은 골프코스는 어김없이 가혹하고 잔인했다. 높은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대신 분노와 절망의 그물에 갇혀 계절의 아름다움도, 골프의 즐거움도 맛볼 수 없었다.



그러나 올 3월은 달랐다. 샷의 정확도도 높아지고 비거리도 그대로이거나 다소 늘어난 느낌이다. 라운드를 끝낸 뒤 밀려드는 만족감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왜일까 생각해봤다.



'나무의 겨울눈'을 빼고는 설명이 안 될 것 같다.



 



겨울에도 부지런히 연습장을 찾으며 우연히 발견한 나무의 겨울눈에서 얻은 깨달음이 나의 골프 품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한다.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와중에도 나무들은 가지에 자줏빛 작은 봉오리를 맺고 다가올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뿌리나 줄기 형태로 땅속에 묻혀 봄을 위해 준비하는 식물, 외부에 노출된 상태에서 겨울을 나는 식물들의 겨울나기 비법은 바로 겨울눈에 있다. 



 



식물들은 가을에 잎을 떨어뜨리면서부터 겨울눈을 준비한다.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전 가을쯤에 미리 겨울눈을 만들기 시작하고 봄이 되면 겨울눈에서 새싹으로 돋아나거나 꽃으로 핀다. 겨울눈 속에 잎과 꽃의 설계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화려한 봄은 바로 이 겨울눈 발아의 결과다.



이런 겨울눈을 보며 오는 봄의 필드를 떠올렸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후 매년 화려한 봄날을 꿈꾸며 보냈던 많은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찬 하늘로 뻗은 나무의 겨울눈을 보며 이 겨울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기본에 충실하며 새로운 집을 짓는다는 심정으로 연습에 몰입했다.



 



그리고 3월, 필드를 찾았다. 설렘과 기대는 실수를 부르기 마련인데 그런 일은 없었다. 티샷은 페어웨이를 잘 지켰고 비거리도 동반자 중 가장 길었다. 우드샷이나 아이언샷도 내 의도를 배반하지 않았다. 라운드 경험 부족으로 거리 측정에 착오가 생겼지만 대부분 샷은 뜻대로 이뤄졌다. 어렵지 않게 70대 스코어를 낼 수 있었다. 



몇 번의 라운드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을 보니 '겨울눈'의 자극이 제대로 효험을 발휘했다는 믿음이 생겼다. 봄의 잔인함이 나를 피해 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남은 것은 자만에 빠지지 않는 일이리라.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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