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FC 유소년팀 유가족의 절규 “아들아 아빠가 반드시 해결할게”

이준희 2023. 3.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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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등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세상을 떠난 김포FC 유소년 선수 정군의 죽음 이후 약 1년. 김포FC 구단이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유가족에서 정식으로 사과했다.

김포FC는 서영길 대표 이름의 사과문을 통해 "고인이 된 선수와 유가족께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늦게나마 유족분들의 뜻을 받들어 논란이 됐던 지도자 3명에 대해 직무 정지 조치했고, 차후 엄정하게 대처하여 철저하게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누군가에겐 지옥 같았던 열 달…왜 이제서야?
사건 발생 열 달이 지난 이 시점. 약속이라도 한 듯 관련 기관들은 하나 둘 부랴부랴 뒤늦은 사과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스포츠 윤리센터는 지난 1월 초, 8개월여의 조사 끝에 이 사건에 대해 '징계'를 의결했다. 윤리센터는 조사 결과 지도자들의 욕설 등 괴롭힘과 관리 소홀, 기본권 침해 등이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윤리센터는 징계 의견으로 이 사건을 대한축구협회에 이첩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윤리센터의 징계 의결 이후에도 김포FC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조사 결과가 아직 구단 측에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건 이후에도 아무런 분리 조치 없이 해당 지도자들과 재계약까지 했던 김포 FC는 사건 발생 열 달이 지난 후인 지난 13일, 그제서야 감독과 코치 등 3명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김포 구단 측은 재계약 이유에 대해 당시엔 해당 지도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다른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계약을 연장한 것이라고 해명한 가운데, 지난주에서야 윤리센터 조사 결과가 도착해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지도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수사도 지지부진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김포경찰서는 지난 2월과 3월 초 두 번에 걸쳐 스포츠윤리센터에 자료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스포츠 윤리센터는 '수사권'이 없는 조직이다.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반대로 수사에 대한 권한이 없는 윤리센터에 이 사건에 대해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경찰 측은 "스포츠 윤리센터가 학생과 지도자 등 광범위하게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서적 학대가 있었는지 여부까지 폭넓게 보기 위해 윤리센터 측 자료를 요청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포 경찰서는 다음 주 내로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다.

■형사·민사소송에 가처분신청까지 아버지만 고군분투


지난 열 달의 시간 정 군의 아버지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지도자들이 여전히 김포FC에 몸담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모습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

자식의 억울함을 아무도 나서서 풀어주지 않자, 정군의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지난 1년 가까운 시간은 소송전의 연속이었다.

지도자들을 형사, 민사 고소했고 지난 3월 초에는 김포FC 유소년 팀을 상대로 영업 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돌아온 건 정신적 고통뿐이었다.

"지난 1년을 매일 소주 1병, 2병을 달고 살아요. 우울감과 불안감이 심해서 정신과도 다니고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사건 당시에 어떠한 조치가 취해졌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심한 상태가 아니었을 것이고 아이를 잃은 슬픔에만 집중해서 치료했을 거라고요. 분노가 극에 달해 있습니다."

정 군의 아버지는 지도자들이 앞으로 축구공을 절대로 만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 없이 처음 맞는 정군의 생일날 아버지는 눈물의 다짐을 또 한 번 했다.

"죽을 때까지 해결할 거니깐 걱정 말고 편하게 살아. 죽을 때까지 평생을 후회하게 만들고 할 테니깐 넌 편하게 살아 그곳에서…."

대한축구협회는 20일 공정위원회를 열고 정 군 아버지의 소명을 들은 뒤 해당 지도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김포FC도 30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통해 3명의 지도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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