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탈락한 이강철호… 한국야구, '우물 안 개구리'였다[스한 위클리]

이정철 기자 2023. 3.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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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야구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동안 한국야구의 인기는 도쿄올림픽 노메달을 기점으로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었기에 WBC는 한국야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무대였다.

기대와 달리, WBC 대표팀은 8강 진출에 실패하며 다가올 프로야구 시즌 찬물을 끼얹었다. 한 수 아래로 취급하던 호주에게 무너지고, 맞수로 여기던 일본에게는 9점차로 패배하며 라이벌이란 말 자체가 민망해졌다. 이번 WBC는 한국야구에 기회가 아닌 현주소를 드러낸 무대였다.

이강철 감독. ⓒ스포츠코리아

처참하게 무너진 투수진

이번 WBC에서 한국의 최대 문제점은 마운드였다. 어떤 투수가 나와도 상대 타자들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 구속과 제구력, 변화구까지 모두 수준 이하였다.

지난 9일 호주와의 본선 1라운드 첫 경기부터 투수진은 부진했다. 선발투수 고영표는 피홈런을 허용하며 4.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그래도 고영표는 그나마 잘 던진 편이었다. 소형준은 7회 몸에 맞는 볼을 포함해 2명의 주자를 내보낸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김원중은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KBO리그에서 '대투수'로 불리는 양현종은 8회 한 타자도 잡지 못하고 안타, 2루타, 홈런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대표팀은 호주에게 8점을 내줬고 결국 7-8로 패했다.

일본전에도 대표팀 투수진의 실점은 이어졌다. 선발투수 김광현이 3회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4실점을 기록했다. 원태인과 곽빈, 정철원도 1실점씩 내줬다. 6회말 무사 3루에서 등판한 김윤식은 볼넷, 사구, 볼넷으로 3실점을 허용했다. 스트라이크 하나 꽂기도 버거운 모습이었다.

김윤식의 뒤를 이은 김원중도 1실점을 내줬다. 그나마 정우영이 실점하지 않았지만 0.2이닝 동안 1안타를 맞으며 승계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구창모도 0.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결국 일본에게 4-13으로 대패했다. 7회말부터 등판한 박세웅이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한국 대표팀은 콜드게임 패배를 당할 뻔했다.

한국 대표팀 투수진은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체코전에도 3실점, 중국전에도 2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전엔 5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해 5이닝만 던졌음에도 2실점을 허용했다. 어느 팀을 만나도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한 대표팀 투수진이다.

양현종. ⓒ스포츠코리아

강백호의 주루사,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모르는 선수들

타선은 마운드에 비해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호주전에 7점을 뽑아냈다. 뛰어난 투수력을 자랑하는 일본에게도 4점을 얻었다. 중국전엔 무려 22점을 따내며 WBC 역대 최다득점을 5이닝 만에 기록했다.

그러나 주루에서는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강백호는 호주전 4-5로 뒤지던 7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쳤다. 이어 그는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쳤다. 여기서 발이 베이스에 떨어져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상대 내야수에게 태그아웃을 당했다.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또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6-8로 뒤지던 8회말 1사 만루에서 오지환이 2루 땅볼을 쳤다. 호주는 2루를 거쳐 1루로 송구하며 병살타를 노렸다. 오지환의 발이 1루에 먼저 도착해, 병살타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이정후가 홈에 도착해 1점을 추가했다.

여기서 호주의 포수와 투수는 홈플레이트를 비워놓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를 파악한 이정후는 박해민에게 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하지만 3루 주루코치와 박해민은 이정후의 손짓을 보지 못하고 3루에 서서 호주의 송구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기본적인 주루플레이를 놓치면서 동점 기회 마저 날려버렸다.

한국은 호주에게 7-8로 패했다. 이 두 번의 장면에서 기본만 지켰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결국 강백호의 세리머니 아웃 장면은 미국, 일본 언론에게 조명받으며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2루에서 아웃 당하는 강백호. ⓒ연합뉴스

호주 WBC 대표팀도 SNS를 통해 강백호의 세리머니 아웃 장면을 사진으로 게재했다. 강백호의 주루사가 이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음을 시사한 것과 동시에 호주 내야수의 집중력을 칭찬한 것이기도 했다.

반면 한국 야수들은 수비에서도 기초적인 실수를 범했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출신인 토미 에드먼은 일본전에 송구 실수를 범했다. 특히 양의지는 체코전 간단한 포수플라이를 잡지 못했다. 아예 포구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공을 지나쳤다.

양의지는 이후 김원중의 포크볼을 빠뜨려 체코에게 1점을 내줬다. 덕분에 체코전 7-3 승리에도 환호하는 국민들은 아무도 없었다.

벌써 3번째, 한국야구는 약체다

결국 한국은 3회 연속 WBC 조기탈락을 경험하게 됐다. 2013, 2017 WBC에서 한국은 네덜란드에게 연패를 당했다. 2017 WBC에서는 이스라엘에게도 1-2로 패배했다. 이번 2023 WBC에서도 호주, 일본에게 연달아 무너지며 조기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네덜란드는 메이저리거 유격수 안드렐톰 시몬스 등 쟁쟁한 멤버들을 갖춘 팀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호주는 객관적 전력에서도 약팀이었다. 이들은 100경기 넘게 펼쳐지는 프로리그도 갖추고 있지 않다. 마이너리거들이 합류했지만 이름값 높은 메이저리거는 없었다.

이강철 감독.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은 이스라엘에게도, 호주에게도 무너졌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경기력부터 이스라엘과 호주에게 밀렸다. 한국이 약팀으로 전락한 셈이다.

한국의 수준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일본 투수들은 150km/h 패스트볼을 우습게 던졌다. 제구력도 완벽했다. 원하는 곳에 150km/h 중, 후반대의 패스트볼을 뿌렸다.

반면 한국 투수들은 150km/h를 쉽게 던지지 못했다. 극소수의 투수들만 150km/h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이미 구속부터 세계 정상급과 멀어진 셈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은 지나간 영광이다. 이제 한국야구는 세계야구의 변방으로 추락했다.

민낯이 모두 드러난 한국야구. 세계 속에 KBO리그는 '우물 안 개구리'였을 뿐이다. 이제 모두가 합심해서 한국야구의 수준을 올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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