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20년 KT, 외풍에 시달리는 이유

양진원 기자 입력 2023. 3. 1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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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민영기업 KT는 어디로]② 흔들리는 'KT 지키기' 나선 소액 주주들

[편집자주]KT가 하루가 멀다 하고 몰아치는 외풍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민영화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정치권과 1대 주주 국민연금의 등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차기 대표 선정 과정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또다시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도 검찰 수사망은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자와 구현모 현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4만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3만원선을 넘나들며 하락세다. 소액 주주들과 외국인들이 윤경림 후보자에게 힘을 보태는 가운데 KT가 무사히 3월31일 주주총회의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KT는 정권이 바뀌면 늘 최고경영자(CEO) 이슈에 시달린다. 민영기업이지만 정치권이 선거 승리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외풍은 그만… 민영기업 KT 대표의 조건은 '전문성'
② 민영화 20년 KT, 외풍에 시달리는 이유
③ 윤경림이 그리는 새로운 KT
2002년 민영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KT는 20년째 사실상 준 공공기관이다. 오너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인 관계로 1대 주주 국민연금의 입김이 막강하고 정치권도 영향을 미친다. KT는 연간 매출 25조원 넘는 기업으로 재계 서열 12위 기업인데 정권 교체기마다 KT 대표직은 전리품처럼 여겨졌다. 엄연한 상장사로서 주주 가치를 지켜야 할 기업이 대표 교체기마다 이렇듯 외풍에 시달리는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KT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는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영화 20년 지났어도 외풍에 흔들리는 KT


KT는 1981년 공기업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독립한 이후 2002년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부와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1
KT는 1981년 공기업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독립한 이후 2002년 민영화됐다. 하지만 정부 산하 기관으로 탄생한 만큼 태생적으로 공공기관처럼 여기는 풍토가 지배적이다. KT 대표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연간 매출 25조원 넘는 기업을 경영하고 계열사 포함 약 5만8000명의 인사권을 행사한다. 연봉도 수십억원이다. 이 때문인지 정권 교체기마다 자리가 불안했다.

KT 출신 남중수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지만 같은 해 11월 배임 혐의로 구속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석채 전 회장은 박근혜 정권 출범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그 역시 2013년 11월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대표에서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KT 수장이 된 황창규(2014~2020)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를 마쳤다. KT 민영화 이후 연임에 성공, 6년 임기를 모두 채운 사람은 황창규 전 대표가 유일하다. 운이 따른 결과다. 당시 박근혜 정권의 탄핵 국면이 조성돼 권력 공백기가 생겨 친박계(친박근혜) 인사로 여겨지던 황 전 대표가 연임할 수 있었다.

이후 KT맨 구현모 현 대표가 임기를 시작했다. 통신 기업을 넘어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 아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 신사업을 가열차게 밀어붙였고 큰 성과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임에 도전했지만 지난 정부 인사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KT 부문장' 윤경림, 차기 대표로 내정… 소액 주주, CEO 지키기 나섰다


KT 차기 대표 최종 후보가 된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진=KT
KT 이사회는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차기 대표 후보자로 낙점했다. 윤 후보자는 오는 3월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관건은 1대 주주 국민연금(권리행사 지분 10.13%) 동의를 받는 것이다. 윤 후보자는 앞서 국민연금이 지적한 소유분산 기업 이슈 등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다.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시키며 정치권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국민연금은 윤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지분율 7.79%)도 최근 KT에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KT에 전달했다. 3대 주주인 신한은행(5.48%) 역시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렵다. 신한은행 최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의 최대 주주가 국민연금이다.

윤 후보자에게 불리하게만 흘러가던 상황에서 소액 주주들이 나섰다. 외풍이 KT를 흔들자 세를 규합하고 있다. KT 소액 주주들은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에서 전자투표를 알리면서 참여를 독려했다. 이들은 KT의 성장을 위해 CEO를 흔들어선 안 된다고 본다.

외국인 주주들도 윤경림 후보자에 지지를 보낼 것이란 희망이 보인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자 선임 건을 찬성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세계서 손꼽히는 의결권 자문사로 외국인 투자자 및 기관 투자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외인들은 KT가 정치권 입김으로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는 만큼 글래스루이스의 판단과 궤를 같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 역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대표가 임명한 이사들로 채워진 이사회가 '경영 대물림'을 고착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할 KT 이사회의 노력이 요구된다. 모든 주주에게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주고 이사회를 개방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KT를 장악하고 싶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KT 주가와 성장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KT도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늘 반복되는 소유분산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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