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한국 온 中친구, '유커'는 오나? 여행수지 보면…[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우리 인생에 이런 3년이 또 있을까?"
지난 주 3년여 만에 서울을 방문한 중국 친구가 만나자 마자 내뱉은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사실상 해외여행이 중단됐던 지난 3년을 대변하는 문장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던 친구는 중국의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자 최대한 빨리 휴가를 내고 한국을 방문했다. 3년 만에 처음 중국 친구를 만나면서 정말 코로나19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중국은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기 전까지 해외 입국자에게 '최대 3주간 시설 격리'를 요구하면서 외국인의 중국 입국뿐 아니라 중국인의 해외여행까지 꽁꽁 막아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월 8일 중국이 해외 입국자 시설 격리를 폐지하고 지난 3월 15일부터 외국인 관광비자 발급도 재개하는 등 중국의 해외여행 및 입국자 규제가 완전히 철폐됐다. 중국의 엔데믹(풍토병화) 동참으로 올해는 전 세계 여행업계가 코로나19 영향에서 본격 회복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올들어 중국은 60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허용했지만, 한국, 미국, 일본은 쏙 뺐다. 하지만 이미 중국인들이 개별적으로 한국에 입국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 일본 단체여행도 허용될 전망이다. 올해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얼마나 한국으로 돌아올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지난해 중국의 해외 출입국자수는 1억1570만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6억7000만명)의 20% 미만으로 급감했다. 이게 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방한 중국인 관광객(유커) 수는 더 드라마틱하게 변화했다. 유커는 2013년 433만명에서 2016년 807만명으로 불과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했으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사태로 2017년 417만명으로 반토막났다.
유커는 2019년 602만명으로 회복됐으나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69만명으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에는 불과 23만명에 그쳤다. 유커가 줄면서 한국의 대중 여행수지도 급감했다. 대중 여행수지 흑자는 2019년 64억6000만달러에서 2020년 17억달러, 2021년 7억4000만달러로 급감했다.
우리나라는 주요 여행 목적지(미국, 중국, 일본, EU, 동남아) 중 주로 중국에서만 여행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급감으로 2021년 여행수지 적자가 70억3000만달러로 2019년(118억7000만달러)보다 줄었지만, 올해는 해외여행 정상화로 여행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여행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대중 여행수지 흑자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이 미우나 고우나) 유커가 많이 돌아오는 게 우리에게는 도움이 된다. 특히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이미 227억7500만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등 대규모 무역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올들어 70여일 만에 발생한 무역적자는 이미 역대 최대였던 작년 무역적자(478억달러)의 약 절반(48%)에 달한다.
지난 2월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 증가시 한국 GDP 성장률은 약 0.0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유커 수가 2019년(602만명)의 3분의 2인 400만명까지 증가하긴 힘들겠지만, 절반인 300만명만 기록해도 한국 GDP 성장률은 약 0.24%포인트 오르게 된다.
요즘 서울 시내는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난 게 느껴진다. 지난 주 광화문 인근 커피숍에서 빨간 깃발을 들고 이동하는 단체 여행객을 보면서 중국인 관광객인지 궁금해하다 아직 중국이 한국에 대한 단체여행 제한을 풀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들은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 같았다.
우리나라의 국가별 외국인 입국자수 회복률을 보면, 지난 2022년 12월 싱가포르인 관광객이 2019년 12월 수준의 120.1%, 미국인 관광객이 81.9%, 독일인 관광객이 79.7%를 기록했으나 전체 외국인 입국자수는 2019년 말의 37% 수준에 불과했다. 2019년 기준 전체 외국인 입국자 수의 34.4%를 차지한 중국인 관광객이 2019년 12월 수준의 5.4%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대중 감정이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유커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의 정치적인 문제, 문화갈등을 떠나서 유커는 한국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어서 찾아온 관광객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소비를 늘리면 우리 경제에는 도움이 된다.
3년 만에 중국 친구를 만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때 마침 한국으로 출장 온 중국인을 같이 만났다. 한국이 처음이라는 그는 '응답하라 1988'(응팔)를 좋아한다며 드라마의 배경이 된 쌍문동이 시내에서 얼마나 먼지 물었다. 드라마에서 성동일 가족이 판교로 이사하며 대박을 쳤던 이야기를 같이 하면서 우리는 모두 '응팔'을 재밌게 본 동시대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올해는 아마도 '응팔'을 봤을 유커가 한국을 많이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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