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준이 상근을 택했던 이유 “가족 생각,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최창환 2023. 3. 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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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가족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안영준(28, 194.6cm)이 상무가 아닌 상근예비역을 택한 배경이었다. ‘현타’가 온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잘 지내고 있다”라며 근황을 전했다.

안영준은 KBL 선수 출신 가운데 상근 예비역으로 복무하고 있는 보기 드문 케이스다. 현역 입대가 가능한 신체 등급이 나온 선수라면,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상무에서 복무하길 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라면 상무에 합격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안영준은 2021-2022시즌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출전, 14.5점 3점슛 1.8개 4.7리바운드 2.2어시스트 1.4스틸을 기록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3경기에서 17.7점 3점슛 3개 6.7리바운드 3.3어시스트 1.7스틸로 활약, SK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내외곽을 오가는 화력, 상황에 따라 앞선 수비까지 맡는 공수 겸장으로 레벨업했다.

전성기를 맞았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는 피할 수 없다. 안영준은 예상을 깨고 상무가 아닌 상근 예비역을 택했다. 상근 예비역은 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후 향토방위와 관련된 분야에서 복무하는 제도다. 집에서 출퇴근하며 근무하고, 공휴일은 휴무다. 당연히 휴가도 따로 있다.

상근 예비역은 학력, 신체 등급, 나이, 자녀 최소 1명 이상이라는 기준을 모두 충족한 이들만 지원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전산 선발된다. 쉽게 말해 추첨이다. 안영준은 모든 기준을 충족시켰지만, 정상급 기량을 지닌 운동선수로서 상무를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안영준은 지난 2021년 9월 태어난 딸이 눈에 밟혔다. 안영준은 “상무, 상근 예비역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가족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이만큼 아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지 않겠나. 가족들을 생각했다.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안영준은 지난해 5월 17일 입대했다. 허훈, 송교창, 김낙현 등 상무로 향하는 선수들보다 하루 늦게 입대해 전역도 하루 늦다. 오는 11월 16일 제대, 민간인 신분이 되는 이튿날부터 정규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 안영준은 “훈련소 있을 때 (허)훈이, (송)교창이가 대표팀에 차출되는 걸 보며 ‘현타’가 오긴 했지만, 지금은 너무 잘 지내고 있다”라며 웃었다.

예비군 동원훈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안영준은 용인 처인구청에 오전 9시까지 출근,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작년은 코로나19 때문에 동원훈련을 못했는데 올해부터는 예전처럼 하게 됐다. 그래서 더 바빠졌다. 알아보고 ‘왜 여기 있지?’라는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웃음).” 안영준의 말이다.

오후 4시에 일과가 끝나 이후에는 마음껏 개인 운동을 소화할 수 있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긴 하지만, “본인 하기 나름”이라는 게 안영준의 설명이다.

안영준은 “무릎에 안 좋은 부분이 있었는데 훈련소 나온 후 간단한 수술을 받았고, 재활 이후 운동을 계속해왔다. 관리를 잘해와서 몸 상태는 너무 좋다. 지난 시즌과 다를 바 없다. 상무 선수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전 경험을 못 쌓는 부분은 있지만, 농구선수가 1년 안 뛴다고 일반인이 되는 건 아니다. 물론 주위에서 걱정도 하지만, 1년 안 뛴다고 내가 바뀔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결국 본인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SK는 공수에서 살림꾼 역할을 한 안영준의 공백에도 불구,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구단 역사상 3번째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고, 2위 도약에 대한 희망도 이어가고 있다.

“우리 팀 경기는 다 챙겨봤다. 일반인 시점에서 다치지 말라고 응원하며 보게 되더라”라고 운을 뗀 안영준은 “내가 빠졌어도 잘하는 형들이 많다. (최)준용이 형, (최)성원이만 돌아오면 플레이오프에서 우승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의 한마디를 전했다.

혹시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팀이 우승을 차지한다면, 보너스나 우승반지를 못 받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안영준은 이에 대해 “우승반지 못 받아도 상관없다. 나는 이미 2번 우승했다. 또래들에 비하면 많이 한 거라 생각하고, 전역 후 언제든 우승을 노릴 수 있다. 만약 우리 팀이 이번에 우승하고 내가 제대한 시즌에도 우승하면 3연패 아닌가”라며 웃었다.

팬들의 소중함도 느꼈다. 안영준은 “솔직히 시즌 치를 땐 힘들다 보니 군대에서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농구를 해서 팬들의 관심을 받는 게 고마운 일이라는 걸 군대에서 새삼 느꼈다. 다들 나에게 관심을 안 가져주시더라. 분발해야 할 것 같다(웃음). 운동, 가족 두 가지에 집중하며 전역일만 바라보고 있다. 발전하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상근 예비역 역시 국가대표팀 차출이 가능하다. 안영준은 “안 되는 건가 싶어서 부대에 물어보니 공문만 보내주면 가능하다고 하더라. 5년 전에 3x3 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는데 이번에는 5x5 대표팀에 뽑히고 싶다. 그때보다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혹시 대표팀에 소집되진 않을지 생각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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