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 더 성장하길" 한국 야구 실패를 본 롯데 출신 사도스키가 보낸 구구절절 편지

홍지수 2023. 3.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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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 선수들. / OSEN DB

[OSEN=홍지수 기자]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시즌 동안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라이언 사도스키가 한국 야구 발전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구구절절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B조 1라운드 호주와 1차전에서 7-8로 지고 2차전 일본에 3-14 완패를 당하면서 8강 진출이 물거품이 됐다. 체코와 중국을 잡았지만 결국 8강 티켓은 일본과 호주 몫이었다.

한국은 지난 2013년, 2017년 대회에 이어 3연속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이 때문에 이강철 감독을 비롯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한국 야구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사도스키는 한국 야구와 인연을 바탕으로 응원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다음은 한국 야구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사도스키의 글 전문.

2023년 WBC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은 한국 야구는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 10년에 걸쳐 절망스러운 결과를 야기한 결정은 흔히 인생에서도 벌어진다. 이런 결정은 지난 100년에 걸쳐 스포츠에서 발생했다.

여기에서 반드시 답을 해야 할 질문은 “이런 결과가 변화를 불러올 것인가”이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이 한국 야구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Baseball International Group of Scouts”라는 회사를 세워 그곳에서 스카우트 업무를 진행 중이고, 현재 CPBL(대만), NPB(일본), 그리고 MLB(미국) 팀에 정보를 제공 중이다. 지금 KBO 구단과 업무를 진행하지는 않지만, 필자는 한국 야구에 대한 애정이 있고 내 마음속에는 늘 KBO리그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2021년 올림픽과 2023년 WBC 대회에서 실패의 길을 걷는 한국 대표팀을 보는 것은 슬프다.

2008년 올림픽은 한국 야구가 정점을 찍은 시기다. 국가 대표팀은 2013년 WBC 대회 전까지 꾸준히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2013년 WBC 대회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대표팀에 패했다. 그 대회는 한국 대표팀의 전력 분석 부족이 드러난 시점이다.

2013년 WBC 네덜란드전 패배 이후, 한국은 계속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지만, 2021년 올림픽과 2023년 WBC 대회만큼 실망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야구팬과 전문가가 제시한 개선 방안은 근시안적으로 보였다. 이런 방안은 미래 국제 대회에서 KBO리그가 앞장서는 데 꼭 필요한 장기 비전이 부족하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KBO리그를 통해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를 발굴했다. 김하성 같은 선수는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KBO에는 또한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양의지와 최정처럼 메이저리그에서 한 번도 뛰지 않았지만, 그곳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재능과 능력이 충분하다. 그리고, 향후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뛸 기회를 얻게 될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도 여러 명 있다.

흑인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통합되기 전, 메이저리그의 인기와 경기력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피부색 장벽을 부수고 난 후 윌리 메이스, 재키 로빈슨 그리고 로베르토 클레멘테 같은 선수들이 눈덩이 효과를 일으켜 야구가 성장했고 미키 맨틀, 샌디 쿠팩스, 그리고 스탠 뮤지얼 같은 백인 선수들은 야구 인기가 다시 올라갔다. 2000년대 초반, 선수 평가 프로세스는 전력 분석 기법에 저항하는 전직 선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빌 제임스가 1980년대 초반 세이버메트릭스에 관한 책을 썼음에도 말이다. 지금 메이저리그는 유소년 야구를 전혀 하지 않고 선수에 대한 데이터 분석만 집중하는 야구 전문가들로 가득하다. 지난 100년 동안, 야구는 많은 방면에서 진화했고 미래에도 계속 성장할 것이다.

1990년대 후반, 현대와 기아 자동차 부서는 실패하고 있었고 차체 스타일과 신뢰도를 향상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하지만, 현대와 기아 자동차는 포드나 제너럴 모터스가 업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회사였음에도 이들에게 찾아가지 않았다.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는 1970년대 성공을 거뒀지만, 1990년대 엄청난 후퇴를 보였다. 한국 자동차 회사는 BMW가 가장 매끈한 차체 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일본 자동차 회사는 좀 더 내구성이 좋은 차를 만든다는 것을 인정했다.

포드가 1970년대 최고였고 더 많은 명성을 얻었지만, 일본과 독일 자동차 회사는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계획을 하고 있었다. 이는 현대와 기아가 가능한 최선의 변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자동차 회사에서 변화를 얘기하면 장기근속 직원들의 저항이 있기 때문에 불편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였다.

2023년 WBC 대회에 참가했던 한국 대표팀 선수들. / OSEN DB

KBO에서 선수 육성(특히 투수)은 전 세계 나머지 리그처럼 똑같이 성장하지 못했다. 2008년 김선우, 송승준, 장원삼 같은 선수는 올림픽 대표팀에서의 우선순위가 2번째였다. 이 선수들이 2023년 WBC 대표팀에 있었다면, 최고의 투수로 분류됐
을 것이다.

KBO에서 투수 뎁스 부족은 걱정스럽다. 지난 4년 동안 KBO 구단은 인스트럭터, 총괄 그리고 새로운 프런트 경영진을 영입해 KBO리그 육성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신호를 보였다. 불행하게도, 이런 팀들은 이름값을 추구하는 데 시간을 낭비했다. 이는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BMW와 도요타의 행보 보다는 1990년대의 포드나 제너럴 모터스와 비슷했다.

이런 실수가 놀랍지 않고, 용서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이 드는 이유는 가르치고, 평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데려온 사람은 결과보다는 이미지를 파는 데 더 유능한 세일즈맨이었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세일즈” 하러 온 사람은 유능한 코치, 평가자, 또는 프런트 임원을 배출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고용된 사람들 대부분이 KBO에서 경력을 시작하기 전에 해외에서 실패했고, 잘못된 인사로 여겼다.

그들의 실패는 심지어 KBO 무대에서도 드러났다. 종종 그들의 실패는 문화에 대한 부적응, 시간 제약 때문이라고 탓했지만, 실제로 이들은 잘못 데려온 사람들이었다. 그 이유는 가장 적합한 인물을 데려와 진보적으로 발전, 평가, 운영하려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비록 필자가 한국 사람은 아니고 한국 문화 기저에 깔린 내용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야구계 외 한국 내 다른 회사가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면서 만들어 낸 발전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변화 를 통해 한국은 대단한 음식 문화, 예절, 그리고 언어문화를 유지해왔고 이는 유일 무이한 문화로 존재해왔다.

한국 야구팬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요구할 자격이 된다. 만약 구단이 국제적으로 구체적 성과를 원한다면, 기회를 잡기만 하면 된다. 이제 KBO 구단과 한국 야구가 비효율적인 사고방식으로 국가 대표팀이 부진하게 한 인물 과 방식을 뒤로하고, 10~15년 전 한국 야구의 명성을 점진적으로 되찾도록 도울 수 있는 개발자와 이를 평가할 사람을 선택할 때가 됐다.

리그 차원에서 국제 무대 실패를 인정하고 더 잘하겠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긍정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이 다가올 때, 한국 야구는 충분한 재능과 국제 무대에서 다시 상위권으로 반등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 순간이 곧 다가오길 바란다.

/knightjisu@osen.co.kr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 외국인 투수로 뛰었던 라이언 사도스키.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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