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벌어야 해”...코로나 호시절 끝낸 이커머스, 적자 탈출 전쟁 [홍키자의 빅테크]
국내 주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가 지난해 모두 부진한 실적으로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가는 게 실감나는 대목입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상거래가 줄어든 반면, 백화점과 편의점 등 오프라인 기업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방긋’이었으니까요.
이커머스 기업은 통상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무리한 투자도 감수하는 ‘성장성’에 목매왔습니다. 플랫폼 가입자를 늘리고 매출을 늘리기만 하면 이른바 ‘계획된 적자’ ‘적자 성장 구조’가 용인된다는 것이죠.
계획된 적자라는 표현도 참 재밌습니다. 우리가 일단 실적이 안 좋을줄 알았다는 것인데, 회사의 마이너스는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금으로 쓰인다는 것이죠. 투자금을 다 쓰기 전에 더 큰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상장을 해야만 회사가 버틸 수 있다는 얘기는 쏙 빠져 있습니다. 투자금을 다 쓴다는 것 자체를 잘 상상하지 못했죠.
투자받은 돈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고 일단 거래액을 증가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씁니다. 월간·주간·일간 할인쿠폰에 각종 적립금까지 주면서 고객을 플랫폼의 충성 고객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비용이 수익보다 많은 ‘데스밸리’만 잘 견디면, 언젠가는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죠. 수천억 원대 신규 투자를 수혈하며 버티다 상장으로 자금 조달을 타진합니다.
하지만 투자 혹한기가 되니, 외형확대만을 외치기 어려워졌습니다. 신규 투자가 어려워졌고, 공모 예측에 실패하면서 상장이 어려워졌죠. 올해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서 ‘적자를 줄이고, 내실을 강화한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특별한 의지라기보다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얘기입니다.
유통 기업 중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하는 곳은 어느 곳일까요? 바로 이마트입니다. 지난해 29조33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그 다음은 이커머스 대표 주자인 쿠팡입니다. 쿠팡은 26조원의 연매출을 지난해 기록했죠)
이마트가 지난해 기록한 29조원대 매출은 역대 최대 매출이지만, 영업이익은 14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2% 감소했죠. 이유는 온라인 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이마트 주요 연결 자회사 중 SSG닷컴과 지마켓 두 곳만 적자 폭이 컸습니다.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액이 1조7447억원으로 전년보다 16.8%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1112억원이었습니다. 2020년 영업손실은 469억원,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2억원으로 적자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죠.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지마켓도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까지 16년 연속 흑자를 낸 이 회사는 2021년 11월 이마트에 인수된 다음해인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것이죠.
인수 이후 통합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서 발생한 비용입니다. 유료멤버십 ‘스마일클럽’, 풀필먼트 서비스 ‘스마일프레시’, 간편결제 서비스 ‘스마일페이’ 오프라인 사용처 확장 등 주요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대폭 이뤄졌죠. 새로운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사람도 필요했고요. 100여 명 이상의 개발자를 채용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분기 손실 규모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SSG닷컴은 지난해 3분기에 151억원, 4분기에 183억원을 각각 줄였습니다. 식품 경쟁력 강화와 물류체계 고도화 등의 성과로 2개 분기 연속 적자폭을 줄였다는 설명입니다.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도 지난해 적자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1130억원으로 전년대비 4.5% 상승했으나, 영업손실은 1560억원으로 전년과 동일했죠.
다만 롯데온은 분기 실적에서 2021년 500억원에 육박하던 영업적자를 251억원이나 줄였습니다. 마진율이 높은 명품과 뷰티 등 특정 카테고리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버티컬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덕입니다. 특히 플랫폼의 성장 잠재성을 엿볼 수 있는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지표가 좋습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처음으로 롯데온은 MAU 200만 명을 넘어섰는데, SSG닷컴의 MAU인 192만 명도 앞질렀죠.
결국 특정 카테고리로 승부를 봤던 게 주효했던 겁니다. 지난해 4월 온앤더뷰티, 9월 온앤더럭셔리, 11월 온앤더패션 등을 차례로 내놨는데, 뷰티 카테고리 매출만 지난해 4분기 31%가 늘어나는 성과를 냈죠.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커머스는 특정한 카테고리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당장 필요한 상품인 화장지나 물은 쿠팡에서 반나절만에 도착하기 때문에 대적하기 어려워졌다는 거죠. 결국 반드시 사야하는 상품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고 지갑을 열 수밖에 없도록 손짓하는 카테고리를 공략해야한다는 겁니다.
그게 뷰티, 럭셔리, 패션 등 카테고리죠. 당장 옷이나 화장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상관없잖아요. 하지만 이들을 유인해 물건을 사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물이나 화장지는 떨어지면 구매하면 되니 플랫폼 입장에서는 쉽게 제안하기도 편한 상품입니다. 다만, 패션 상품을 지난번에 고객이 구매한 것과 같은 상품을 추천할 순 없죠. 고객의 취향을 잘 들여다봐야하죠. 검은색 구두를 주로 구매했던 사람에게 가끔은 빨간색 구두를 추천할 수도 있어야한다는 것이니, 그래서 사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쿠팡은 무엇을 했을까? 결국 초대형 물류 투자에 의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답이었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면서 고객 데이터를 쌓다보니 더 효과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죠.전국 30개 지역에 축구장 500개 크기의 물류센터를 완비했습니다.
신선식품을 포함해 공산품까지 적재적소의 수요 예측이 가능한 데는 유료 멤버십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1100만명까지 늘었죠. 국내서 쿠팡만큼 많은 유료 가입자를 보유한 곳이 이제는 없습니다. 연령·성별 등 다방면에 걸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이 가장 효율적으로 수요를 예측하죠. 데이터에 기반해 직매입하고, 재고는 최종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합니다. 업무 효율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죠.
그래서 업계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한번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낸 쿠팡은 더 적자를 줄여나갈 것이 자명한데, 쿠팡과 대적해서 적자를 줄여갈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합니다. 결국 최종 승자는 쿠팡이 될까요? SSG닷컴과 롯데온 등 전통의 유통 강자들의 이커머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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