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아이 바뀐 줄 모르고···40년 넘게 길렀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뀐 것을 모르고 40여 년간 딸을 키워온 부모가 병원으로부터 뒤늦은 배상을 받게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13단독 김진희 판사는 최근 남편 A씨와 아내 B씨, 딸 C씨가 산부인과 병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병원이 세 사람에게 각 5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4월 딸이 자신들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접한 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가 아니라는 결과를 받았다. 부부는 산부인과에서 친자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보고 병원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그러나 병원은 당시 의무 기록을 폐기한 상황이었다.
이에 A씨 부부와 딸 C씨는 “병원에서 아이가 뒤바뀌어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세 사람에게 각각 5000만원을 지급하되 출산 시점인 1980년 3월을 기준으로 연 5%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으나, 아이가 자라는 동안 다른 아이와 뒤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A씨 가족의 손을 들었다.
이어 “A씨 부부에게 친생자가 아닌 C씨를 인도한 것은 병원장 자신 또는 그가 고용한 간호사 등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며 “병원장은 불법행위자 본인 또는 사용자로서 A씨 부부 및 딸 C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도 원고 측에서 요구한 대로 각각 5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다만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은 아이가 뒤바뀐 1980년 3월이 아니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2022년 5월로 판단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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