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적자 우려에 한국 경제號 ‘기우뚱’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입력 2023. 3. 18. 16: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5년 만에 재현된 12개월 연속 무역적자
中 수출 부진과 에너지 수입 증가가 원인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지난 2월 무역수지는 5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3월부터 12개월째 적자다. 무역적자가 12개월 이상 계속된 건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 적자를 낸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올해 들어 두 달 동안의 누적 무역적자는 180억 달러다. 작년에 기록한 연간 무역적자 472억 달러가 역대 최대였는데, 이 기록과 비교해도 벌써 38%에 이른다.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어나고 있으니 적자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2월 수출은 501억 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7.5% 줄어들었다.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것도 코로나 발생으로 세계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던 2020년 이후 2년 반 만이다.

무역적자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 수출, 전년 대비 42% 감소

수출 부진이나 수입 증가의 이유는 예전과 같다. 우선 수출 감소는 품목 기준으로 수출의 약 10%인 반도체와 지역 기준으로 20%인 중국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2월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2% 줄어든 59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최근 감소 폭은 더 커졌다. 반도체 수출의 60%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약세가 두드러진다.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서 대중국 수출액은 24.2% 감소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국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무려 55%다. 다른 데서 적자가 나더라도 중국과의 교역에서 얻은 이익으로 전체 무역수지가 흑자였던 게 우리나라였다. 하지만 대중 무역은 작년 10월 이후 5개월째 적자다.

수입이 늘어난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겨울이 오면서 난방 수요 증가로 가스 수입액이 70% 넘게 불어났다. 원유와 가스 그리고 석탄이라는 우리나라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지난 10년간 월평균 100억 달러 안팎이었는데, 최근 1년간은 150억 달러로 증가했다.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관건은 역시 반도체의 수출 회복 시점이다. 봉쇄정책을 폐기한 중국이 시장 개방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면 무역수지 개선이 빨라질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올해 수출 목표를 지난해 12월 예상치보다 4.7%포인트 높인 6850억 달러로 고쳐 잡은 것도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와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진다 해도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대중국 수출 비중 감소와 중국 시장의 구조 변화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21년 25.3%에서 지난해에는 14년 만에 가장 낮은 22.8%로 하락했다. 품목별로는 여전히 반도체 수출이 1위를 차지했으나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2021년 22.9%에서 지난해 3.7%로 크게 둔화했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80%가 중간재라고 하는데, 중간재의 수출 증가율도 낮아지고 있다.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진 탓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중간재 수입은 금융위기 이전(2001~07년)엔 연평균 32.4% 증가하다가 금융위기 이후(2010~21년)엔 연평균 8.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과거처럼 많은 흑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수출도 당분간은 개선이 힘들다. 재고가 너무 많아 가격의 빠른 반등은 어렵다. D램 고정가격은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올해 1~2월 1.81달러로, 낸드 고정가는 4.81달러에서 4.14달러로 각각 떨어진 상태다.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수출 역량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수출 유망품목을 발굴하고 시장 다변화와 서비스 수출 역량 강화 등 수출 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모두 많이 들어본 말들이다. 실제로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은 예상하기가 쉽지 않고 에너지 가격은 언제든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정부가 국제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되도록 아껴 쓰는 게 전부다.

반도체 수출 감소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지원법으로 우리 기업을 조금 도울 수야 있겠지만, 그런다고 세계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을 우리가 풀 수도 없고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을 우리가 도울 수도 없다. 경상수지가 무역수지보다 사정이 나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 국내로 가져오는 돈이나 해외투자 수익 덕분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감내한다고 해도 경상수지 적자에 이르면 문제가 달라진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이 수정한 2023년 경상수지 전망치는 260억 달러 흑자였다. 수출 부진을 반영해 11년 만에 가장 적었던 지난해의 경상수지 흑자 298억 달러보다 눈높이를 낮췄다. 상반기는 44억 달러 적자고 하반기에 304억 달러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초반 실적은 예상했던 것보다 나빴다. 지난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였다. 불과 한 달 만에 한은의 상반기 전망치를 넘어섰다. 1월의 경상수지 적자는 한은의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그럭저럭 연간 기준 흑자는 유지한다고 해도 흑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당분간 무역적자 지속 불가피할 전망

경상수지는 한 나라 경제의 대외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경상수지가 한미 기준금리 역전보다 크다. 환율이 오르면 교역조건 악화로 이어지고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물가가 다시 들썩이면 금리를 낮추기 어렵고 경기 회복도 그만큼 늦어진다. 일각에서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동시에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쌍둥이 적자'를 우려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 경제에 어두운 측면만 가득한 건 아니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보면 상황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특히 자동차는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고 고부가 신차 모델이 출시되면서 지난 2월 수출액은 56억 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47% 증가했다. 월별로는 역대 최고의 수출 실적이었다. 2차전지 수출 역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전기차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2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봐도 중국은 아직 어렵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이나 중동, 인도 등 유망 시장들이 골고루 괜찮다. 특히 미국과 EU에 대해서는 2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경기를 봐도 그렇고 세계 반도체 시장을 봐도 그렇고 올해 수출 경기는 만만치 않다. 조금 늘려 잡았다고 하지만 올해 정부의 수출 전망치 6850억 달러도 따지고 보면 지난해 수출 실적 6836억 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날씨가 풀리면서 에너지 수입이 감소하면 무역적자 폭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흑자로의 반전은 어렵다. 무역수지 적자는 조금 더 이어질 것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