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인증해야만 문 열리는 대학 화장실…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불법 탓 불편 감수” “급한데 안 열리기도” 설왕설래
대학가에서 여자 화장실 불법촬영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학교에서 올해 전국 최초로 ‘여성 안심 화장실’을 설치 후 시행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확실히 안심이 된다”는 반응이 있는 한편 “왜 여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등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 안심 화장실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성별을 인증받아야만 문이 열리는 화장실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0년 공공화장실에서의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개발했다. 대학에서는 고려대와 최초로 지난해 업무 협약을 맺고, 공과대학 공학관·신공학관·창의관 중 외부인 왕래가 잦은 1층과 홀수 층을 제외, 짝수 층에 설치를 완료했다. 고려대가 시범 사업 장소를 제공하고, LH가 약 5000만원을 들여 센서 단말기와 문을 설치했다고 한다.
고려대 측은 타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여성 화장실 내 디지털 성범죄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여학생들의 심리적 불안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여성 안심 화장실 설치 사업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1월16일 사용이 가능해진 이후 두 달 여가 흐른 지금, 실제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여자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먼저 앱 설치 후 직접 사용에 나서봤다. 지난 13일 서울 고려대 안암캠퍼스 공학관 4층에 설치된 여성 안심 화장실. 일반 여성 화장실처럼 보이는 외관이었지만, 스마트 도어록 장치와 QR코드가 붙어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사전에 여성임을 인증받지 않으면 아예 문을 열 수조차 없는 시스템이었다.
실제 화장실을 이용 중이던 대학원생 이모씨는 “이런 방식이 처음이다 보니 처음에는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계속 사용해보니 그렇게 큰 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평소 불안한 마음을 안고 화장실에 들어섰던 때에 비하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성 피해자가 그만큼 많으니 여자 화장실에 우선 설치한 걸 텐데 여성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하는, 볼 일 한 번 보는데 인증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긴 하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임모씨도 “불안한 마음에 밖에서 웬만하면 공중화장실을 잘 안 가고 참았었는데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주위 여자 동기들도 난감하다거나 반대한다는 학생을 본 적은 없다”고 전했다. 임씨는 “명의 도용이나 시설 관계자 출입 등의 문제 제기도 있는데 솔직히 그렇게 들어가다 보면 끝도 없는 것 아닌가”라며 “애초에 범죄가 없었으면 됐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학생들도 실제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찬성한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재학생 박모씨는 “공대는 원래 여자 비율이 낮아 층별로 여자화장실이 없었던 적도 있었다”며 “기존에 있던 것에서 변경이 되거나 추가가 된 것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불편한 점은 크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남학생은 “선제적 대응이라고 하지만, ‘여자는 피해자, 남자는 범죄자’ 이렇게 규정짓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든다”며 “남자화장실에서도 불법촬영 사건이 발생한 적이 종종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고려대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등에도 “등록금 낭비다. 남자휴게실이나 만들어달라”, “소수의 범죄자 때문에 이런 걸 만드는 게 더 호들갑이다” 등의 반대 글이 적잖게 올라오기도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전체 화장실을 바꾼 게 아니라 짝수 층에만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들만 사용하면 되는 방식으로, 원활하게 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학내 불만사항이나 건의사항 등을 수렴해 추후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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