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가격은 대체 얼마?” 사람이 그린 그림이 아니다

2023. 3. 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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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댄싱퀸' 느낌으로 그려줘."

하지만, 챗GPT가 창작한 시나 소설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고, 이젠 그림도 AI 로봇이 그리는 시대가 왔다.

사용자는 프리다에게 글로 된 설명이나 참고할 만한 예술 작품, 사진, 음악 등으로 원하는 그림을 지시한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아이디어를 내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람이고, 프리다는 지시에 가까운 그림을 그린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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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는 로봇 프리다의 작품들 [카네기 멜론 대학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노래 ‘댄싱퀸’ 느낌으로 그려줘.”

무턱대로 주문을 넣는데, 누구라도 일단 망설일 법하다. 잠시 고민, 그러더니 이내 물감에 붓을 두드려 톡톡, 붓질을 한다.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선들을 두고 잠시 고민도 했다. 멈추고 그리기를 반복하던 끝에 그림이 점차 정체를 드러낸다.

어느 유명한 화가의 작업실 풍경이 아니다. 거침없는 붓은 테이프로 칭칭 감겨 붉은 로봇 팔 끝에 달려 있다.

챗GPT 열풍 이후 과연 AI와 로봇이 어디까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여전히 인간이 고수하는 영역은 창작, 예술의 세계다.

하지만, 챗GPT가 창작한 시나 소설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고, 이젠 그림도 AI 로봇이 그리는 시대가 왔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로봇 프리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

이 로봇의 이름은 프리다(FRIDA). 멕시코의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의 이름에서 따왔다. ‘예술 작품 발전을 위한 프레임워크와 로봇공학 이니셔티브(Framework and Robotics Initiative for Develop Arts)’라는 의미도 담겼다.

프리다는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로봇과학자들이 지난달 공개한 인공지능 기반 로봇이다. 대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예술과 창작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학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프리다와 협업한 작품을 들고 있는 피터 샬덴브란드(왼쪽부터), 오혜진, 짐 맥켄 박사 [카네기 멜론 대학교]

프리다가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시간 정도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리다의 강점은 속도도, 모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프리다에게 글로 된 설명이나 참고할 만한 예술 작품, 사진, 음악 등으로 원하는 그림을 지시한다. 사용할 색상들을 지정하고, 섞어서 줄 수도 있다.

지시를 받은 프리다는 우선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적극 활용해 방대한 정보를 검색한 뒤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정한다.

관건은 떠올린 그림과 유사하게 캔버스 위에 구현하는 것. 이를 위해 붓 사용법을 익히고 연습하는 데 한 시간 정도 할애하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프리다는 멈추기도 하고 작업 중인 그림을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찍어두기도 한다. 진행 상황을 확인하며 중간중간 어떻게 그림을 그릴지 구상하고 수정하는 과정이다.

인공지능 로봇 프리다가 그린 그림을 들고 있는 피터 샬던브란드(Peter Schaldenbrand)카네기 멜론 대학교 로봇공학과 박사 [카네기 멜론 대학교]

스스로 생각해내서 이전에 없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로봇까지 등장했으니, 화가라는 직업도 대체되는 걸까?

프리다를 만든 로봇과학자들은 “프리다는 그림 그리는 로봇일 뿐, 예술가는 아니다”고 단언했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아이디어를 내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람이고, 프리다는 지시에 가까운 그림을 그린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프리다는 예술가들이 협업할 수 있는 조수(assistance)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이 표현하고 싶어하는 높은 수준의 예술적 요구도 프리다가 표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혜진 카네기 멜론대 로봇공학과 교수 [카네기 멜론대 유튜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오혜진 교수는 “프리다를 통해 인간의 창의성을 진정으로 촉진하고 싶다”며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저는 프리다와 협력해 제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오는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2023 IEEE 국제 로봇공학 및 자동화 학회(ICRA)에서 프리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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