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못 견뎌 경비원 숨졌는데...“집값 떨어질라” 고발 현수막 제거
18일 지역사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최근 아파트 입구에 ‘관리소장과 입대의회장 갑질로 경비원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했습니다. -경비원·미화원 일동-’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철거했다.
아파트 관계자는 “집값이 내려간다는 주민의 항의가 빗발쳤다”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정문 입구 현수막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단지 내부와 후문에 걸린 현수막은 아직 수거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이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A씨(74)는 지난 14일 아침 7시 40분께 단지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7시 16분께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었다’는 취지의 유서를 촬영한 사진을 동료들에게 전송했다.
동료들은 A씨가 숨진 뒤 단지 곳곳에 현수막과 전단을 붙이며 10년 넘게 경비원으로 근무한 A씨가 관리소장의 부당한 인사 조처와 모욕적인 발언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A씨는 최근 경비반장에서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됐다.
그러자 일부 입주민은 경찰서와 강남구청에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현수막이 내걸렸다며 민원을 넣었다고 전해진다. 미관을 해치고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접수된 민원이 한두건이 아니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면서도 말을 아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9일에도 청소노동자 B씨(70대)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했다. B씨는 숨지기 하루 전 아파트 청소용역업체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료 경비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평소 관리책임자가 A씨를 상대로 무리한 업무 지시를 내렸는지와 구체적인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파악해 달라며 조사 권한이 있는 서울지방노동청에 통보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경비노동자의 위탁관리비율이 80%를 상회했다. 자치관리도 경비·미화업무를 용역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아 간접고용비율은 9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체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대표들이 예산 사용과 관련해 관리소장을 많이 압박하는데, 관리소장들도 다 계약직이라 을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며 “이 사람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주민들이 만들어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경비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도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 근절,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도 입주민 및 관리자가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초단기 계약을 맺고 계약 해지를 무기로 삼아 부당한 요구를 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고용노동부가 아파트 노동현장 전반을 근로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헌 아파트경비노동자 전국사업단장은 “여기 모인 저희 동년배 아파트 노동자들은 고인의 억울한 심경을 뼛속 깊이 이해하기에 목놓아 울고 싶다”며 “아파트 시세변동에만 관심 갖지 마시고 여러분의 안정과 편의를 위해 근로하는 우리들에게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를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는 갑질 세력을 타파하고, 파리목숨을 강요하는 3개월 단위 계약의 족쇄를 끊어야 한다”며 “일하는 노인을 무시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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