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H가 간다]"워라밸보다 생존이 급선무" 스타트업의 현실
환경위기를 알리는 착한 게임을 개발하는 머스트게임즈는 대형 게임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개발자들이 모여서 만든 신생기업(스타트업)입니다. 이들에게 기존 기업과 다른 스타트업의 냉정한 현실을 들어 봤습니다.
한태경 게임 프로듀서는 엔씨소프트에서 게임을 개발하다가 직접 게임을 기획하고 싶어 옮겼습니다. 태경씨는 게임의 방향을 정하고 개발팀 업무를 조율하며 개발자들의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태경씨는 취업준비생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낭만을 단호하게 부정합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다양한 복지 혜택과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떠올려요. 또는 '멋있어 보인다' '무엇인가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입사를 원하죠. 하지만 현실은 달라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이 넉넉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을 많이 뽑을 수 없고 복지 제공에도 한계가 있어요."
직원을 여유 있게 뽑고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려면 결국 수익 창출이 관건입니다. 머스트게임즈도 돈을 벌기 위한 고민이 컸습니다. 친환경 게임은 사람들에게 환경위기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만 다른 상업용 게임과 달리 큰돈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인기 웹툰 '가우스전자'를 이용한 모바일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개발한 게임이죠. 이 게임은 퍼즐을 맞추면서 회사 생활을 진행하는 모바일 게임입니다. 이용자들이 횟수 제한 없이 계속 게임을 하거나 캐릭터들의 의상을 바꾸려면 돈을 내고 게임 속 동전을 사야 합니다. 이렇게 이용자들이 동전을 사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이 업체의 주 수입원이죠.
가우스전자 게임의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광고 및 홍보, 즉 마케팅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형 게임업체들은 신작 게임이 나오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거리나 지하철 등에 많은 돈을 들여 옥외광고를 합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나오는 TV 광고도 하죠.
재원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대형 게임업체들이 하는 마케팅을 감히 생각도 하지 못합니다. 대신 아이디어로 승부합니다.
이를 위해 이 업체는 지난해 8월 틱톡이 스타트업 마케팅을 지원하는 온라인 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틱톡은 여기 참여한 스타트업들에 유명 콘텐츠 제작자(크리에이터)를 연결해 주었습니다. 크리에이터가 만든 가우스전자를 알리는 짧은 광고 영상은 틱톡에서 약 7만2,000번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게임 이용자 역시 눈에 띄게 늘었죠.
정부 지원 사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난해 5월 구글이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과 함께 국내 중소 게임개발사를 지원하려고 시작한 프로그램 '창구'에 이 업체가 선정됐습니다. 여기 선정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죠. 이를 위해 이 업체는 시연, 발표 등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려면 이런 현실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스타트업에 잘 맞을까요.
태경씨는 스타트업에 입사하려면 도전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만들어요. 늘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니며 시장에 부딪쳐야죠. 그만큼 열정이 없으면 스타트업에서 버티기 힘들어요."
성장을 위한 의지도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은 개인의 성장만큼 회사가 성장해요. 각자 원하는 것을 개발하고 도전할 기회가 많아서 성장 욕심이 많다면 스타트업에서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안정적으로 꾸준하게 정해진 일만 하고 싶다면 대기업이 맞죠."
스타트업은 홀로서기로 출발하지만 동반 성장이 필요한 곳입니다. 최원석 머스트게임즈 전략사업팀장은 스타트업이 적은 재원과 인력을 보완하려면 외부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스타트업은 자체 사업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워요. 여러 조력자들과 협력이 필요하죠. 더 많은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만들고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방법들을 고민해야죠."
H(박세인 인턴기자)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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