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애도 안 낳는데 왜 쉬냐”…男 ‘출산휴가’ 보장해줄 법안은?

변문우 기자 2023. 3. 18. 12: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탄희,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발의…배우자 출산휴가 의무화, 기간↑
“저출산 위기 벗어나려면 남성 육아참여 중요…사회적 인식 바꿔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33·남)씨 부부는 최근 꿈에 그리던 첫 아이를 출산했다. 김씨는 회사에 10일치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회사 팀장은 "출산을 직접 하는 것도 아닌데 왜 휴가가 필요하냐"고 빈정거렸다. 김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팀장은 선심 쓰듯 "그럼 3일만 쉬라"고 통보했다. 행여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김씨는 사측의 제안을 수용했다.

더이상 육아는 여성만의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휴가는 직장인의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남자들은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를 사용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한 '2020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0%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전혀 활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 24%도 '직장 분위기와 대체인력 확보 어려움 등으로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관련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근로자가 배우자 출산을 이유로 휴가를 청구하면 10일간 유급휴가를 주도록 정하고 있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10일보다 적게 휴가를 주는 것은 위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회사원들은 회사로부터 불리한 처우를 받을까 두려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인크루트가 지난 16일 발표한 조사(성인 1141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64.4%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으로 '사내 발령, 중책에서 배제, 연봉 삭감 등 불리한 처우를 당했거나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에 직접 청구 안 해도 출산휴가 사용 가능"

이에 일각에선 근로자들이 회사의 '허락' 없이 배우자 출산휴가를 자동으로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러한 목소리에 발맞춰 국회에서도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이른바 '아빠한달출산휴가법'(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더 길게, 더 쉽게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해당 개정안은 배우자 출산휴가를 기존 10일에서 30일로 연장하고,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최소 10일 이상의 휴가를 의무적으로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10일 미만으로 신청했어도 사업주는 최소 10일 이상의 휴가를 부여해야 한다. 위반 시 사업주는 과태료 500만원을 내야 한다.

또 근로자가 청구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휴가 개시요건을 '고지 형식'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존에는 근로자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청구해 사업주의 승인을 받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에 일부 사업주들은 근로자의 출산휴가 청구에 대한 응답을 거부하거나 강제로 휴가 시기와 기간을 조정하기도 했었다.

이 의원은 1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의원은 "대한민국이 초저출생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남성의 육아참여 확대가 중요하지만 여전히 남성의 출산휴가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이라며 "직장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 의원의 일문일답.

지난 2021년 10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차세대리더로 뽑힌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을 만나 지난 2년간의 의정활동에 대한 소감과 향후 계획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사저널 이종현

'아빠 출산휴가'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우리나라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최저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사라진다. 이를 막기 위해 무엇 하나라도 고쳐보자는 심정으로 아빠 출산휴가 법안을 만들게 됐다. 저출생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남성의 육아참여가 중요하지만 여전히 남성의 출산휴가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이다. 이 법안으로 초저출생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하겠지만 출산과 육아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한다."

저출생 문제의 핵심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청년들이 아이 낳고 살 여유가 어디 있겠나. 또 아이와 함께 살 큰 집도 어떻게 구하겠는가. 또 물가는 치솟지만 오르지 않는 임금, 각자도생을 넘어 사생결단식의 경쟁 분위기까지 근본적으로 생존이 쉽지 않은 사회다. 특히 여성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더 크다.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과 고용불안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본인은 그런 걱정을 안 해본 40대 아저씨로서 출산의 '출'자를 말하는 것조차 미안할 따름이다."

지금도 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이번 법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사장이 바뀌어야 회사가 바뀐다. 제 법안은 사장을 바꾸는 법이다. 고용주에게 출산휴가를 줄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과 휴가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제 휴가 안 쓰는 직원이 있으면 언제 쓸지 정하도록 회사가 챙기고 눈치를 봐야한다. (출산휴가를) 2~3일 쓰는 직원이 있으면 회사가 무조건 10일 이상 휴가를 줘야 한다. 노동자들이 출산휴가 안 쓰는 것을 사장님이 걱정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눈치 안 보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육아휴직을 의무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육아휴직 의무화와 관련해 '남성할당', 즉 남성 육아휴직의 의무화를 특히 강조하고 싶다. 결혼하면 신혼여행을 가듯, 출산하면 모든 직원에게 출산휴가 육아휴직 주는 게 당연시돼야 한다. 남여 모두에 해당하는 보편적 복지라는 인식이 정착해야 기업 문화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직원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를 사용하면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거론된다.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에 소극적인 기업에 세금을 걷어서 적극적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있다. 기업이 개인에게 주는 출산, 육아에 따른 불이익이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저출생 정책을 위한 수조원의 사회적 비용을 나눠 부담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비용을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줄일 수도 있다."

사측에선 대체인력 보완 시스템을 비롯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중요한 포인트다. 내 아내와 내 남편이 출산휴가 육아휴직 쓰는 건 당연하지만 옆자리 직원이 쓰면 눈살 찌푸려지는 이유는 대체 인력이 충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원에 따른 업무가 고스란히 동료들에게 전가되는 상황에선 출생률이고 인식개선이고 불가능하다. 아직은 대체인력 고용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기업이 애초에 휴가나 휴직을 고려해 인력 운용하도록 기업 문화도 점차 바뀌어야 한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