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중세시대에 공성전 넣으면 뜬다? 개성 사라진 K-MMORPG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중세시대풍 배경에 공성전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대세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수익모델(BM)을 벤치마킹하려는 전략이지만, 게이머들의 눈에는 몰개성한 '페이 투 윈'(Pay to Win, 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 게임의 양산처럼 보일 여지가 크다.
18일 국내 게임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발매를 앞둔 '대작' MMORPG로는 '아키에이지 워'(카카오게임즈), '프라시아 전기'(넥슨), '나이트 크로우'(위메이드) 등이 있다.
세 게임은 제작사가 서로 다르다. 하지만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유럽의 중세 시대를 연상케 하는 비슷비슷한 풍경의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공개된 플레이 영상의 로고와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가리고 보면, 어느 게임에 나오는 장면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물론 역할수행게임(RPG)이라는 장르 자체가 소설 '반지의 제왕'과 TRPG(테이블에 둘러앉아 규칙에 맞게 역할을 연기하는 초창기 RPG)의 시초 '던전 앤 드래곤'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 작품 모두 중세 유럽풍 세계를 배경으로 기사, 마법사, 괴물, 용 같은 소재가 등장한다.
그러나 '드래곤 에이지', '엘더 스크롤', '위쳐', '워크래프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RPG들은 이런 요소를 차용하면서도 독창적인 요소와 서사를 가미해 개성 있는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최근 출시를 앞두고 사전 예약을 시작한 한국형 MMORPG에서 이런 고민은 엿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할 때 '아키에이지 워', '프라시아 전기', '나이트 크로우'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콘텐츠까지 대동소이하다.
한국형 MMORPG의 핵심 콘텐츠는 PvP(이용자 간 전투)를 통한 경쟁, 즉 '공성전'이다.
세 게임은 수백 명에서 1천여 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동시에 모여 '성'의 소유권을 놓고 경쟁하는 대규모 공성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리니지'를 필두로 한 여러 한국형 MMORPG 게임이 도입한 콘텐츠로, 여기서 이용자들이 새롭다고 느낄 만한 요소는 규모가 커졌다는 것 정도다.
국내 게임사가 계속해서 MMORPG에 공성전 콘텐츠를 넣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자들 사이에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확률형 아이템, 소모성 유료 아이템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방위산업체가 돈을 버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따로 있다. 세계관 측면에서 별 특색이 없는 3개 게임이 짧은 간격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정된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를 놓고 '출혈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출시된 여러 MMORPG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야외활동 재개로 모바일 게임 이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서, 독창적인 세계관과 시스템을 보여 주는 MMORPG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국제 게임계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불리는 '더 게임 어워드'에서 지난해 '올해의 게임' 상을 받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액션 RPG '엘든 링'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게임은 아니다.
냉정히 말하면 전반적인 게임플레이 방식과 인터페이스는 이 회사가 앞서 만든 '다크 소울' 시리즈의 자기 복제고, 훨씬 방대하고 자유도 높은 오픈 월드를 자랑하는 게임도 많다.
하지만 프롬 소프트웨어는 앞선 게임에서 틀을 빌려오되 그 안을 독창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로 채웠고, 플레이어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끔 정교하게 설계해 2022년을 대표하는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 게임 업계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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