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포식자 쫓는 '경고색' 진화 역설, 한국 연구자가 풀었다

조승한 2023. 3.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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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독화살 개구리는 화려한 피부색으로 독의 존재를 알려 적을 쫓는다.

화려한 색으로 위험을 알리는 '경고색'은 생태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진화론적 역설로 여겨 왔다.

색이 밝으면 눈에 잘 띄어 천적에게 잡아먹히게 되는데, 천적이 독의 여부를 학습할 때까지 오랜 기간 살아남아야만 경고색이 선명해질 만큼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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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서울대 교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논문 발표
오랜 기간 화려한 경고색 만들기 위해 감춰진 곳부터 색 내며 점차 진화
독화살 개구리의 모습 [영국 브리스톨동물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독화살 개구리는 화려한 피부색으로 독의 존재를 알려 적을 쫓는다.

화려한 색으로 위험을 알리는 '경고색'은 생태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진화론적 역설로 여겨 왔다.

색이 밝으면 눈에 잘 띄어 천적에게 잡아먹히게 되는데, 천적이 독의 여부를 학습할 때까지 오랜 기간 살아남아야만 경고색이 선명해질 만큼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고색에 관한 오랜 미스터리를 한국 연구자가 해결했다.

1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강창구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팀은 경고색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점차 몸 전체를 뒤덮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무당개구리 [서울대 제공=연합뉴스]

강 교수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무당개구리' 같은 양서류에 주목했다.

무당개구리는 등은 녹색과 검은색 무늬가 혼재된 '위장색'을 띄지만, 배는 주황색으로 경고색을 나타낸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경고색을 보여 적을 위협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전략이 위장색에서 경고색으로 진화하는 일종의 중간 다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 가설을 세우고, 1천 종 이상 양서류의 특징과 진화적 순서를 파악하는 '계통수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양서류는 위장 색을 띠다 경고색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닌 처음에는 네 다리나 아랫배와 같은 신체 부위에 색소를 숨기다 위협을 받으면 경고할 수 있도록 진화하는 단계를 거치고, 점차 경고색을 온몸에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선택적으로 경고색을 보이는 전략은 위장이 안 된다는 단점이 없어 초기 진화에서 지불해야 할 피해를 없앨 수 있는 전략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고색은 양서류뿐 아니라 화려한 나방이나 무당벌레와 같은 곤충을 비롯해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들도 이런 진화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강 교수는 추정했다.

강 교수는 "이런 이론이 양서류에만 적용될 이유는 없다"며 "다른 분류군에서도 비슷한 양상 진화가 일어났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언스 표지 [사이언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연구는 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며 학계에서도 주목받았다.

국내 연구진의 응용과학 연구가 표지 논문에 선정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기초과학 연구가 표지논문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 교수는 "보호색 등 동물에서의 색채 진화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며 "연구는 재미있지만, 기초과학이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보니 연구비를 받는 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는 게 좀 맹점이긴 하다"고 말했다.

강창구 서울대 교수 [강창구 서울대 교수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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