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리뷰] 갑자기 모르는 나라에 '뚝' 떨어진다면…지오게서 플레이
구글 스트리뷰서 단서 찾아 위치 찾기…해당 국가만의 특징 찾는 게 열쇠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내가 타고 가던 비행기가 갑자기 추락한다면? 혹은 부지불식간에 누군가에게 납치당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존을 위한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모르는 나라에 조난을 당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훈련 시켜주는 지리 게임, '지오게서(GeoGuessr)'를 플레이해봤다.
◇도로 위의 셜록 홈즈 양성 게임…제한시간 내 단서 찾는 게 열쇠
'지오게서(GeoGuessr)'라는 이름은 직관적이다. 지리(Geography)에 대해 추정(Guess)하는 게임이다. 2013년 스웨덴의 한 게임 스타트업에서 개발했다.
게임을 시작하면 덩그러니 도로 위에 떨어진다. 구글 스트리트 뷰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지점이다. 제한시간 2분 안에 주변 상황을 살피면서 해당 장소가 어딘지 맞추면 된다.
튜토리얼을 플레이할때만 해도 가뿐했다. 길눈이 밝은 편은 아니라, 적지 않게 긴장했다. MMORPG를 플레이할 때도 늘 길을 잃어서다. 튜토리얼에서는 파리의 에펠탑, 뉴욕 자유의 여신상,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각국의 랜드마크가 등장했다. 가뿐한 마음으로 지도를 찾아 점수를 땄다.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가자, 생각보다 정보값이 없었다. 나는 도로 위에 덩그러니 서있있고, 정지한 차들 사이로 자전거가 지나다녔다. "자동차 표지판 색깔과 모양을 보라", "사용하는 언어를 체크하라"던 '고인물' 친구의 조언은 들리지 않았다. 국기인 줄 착각하고 건물 위 깃발을 괜히 확대했다가, 하염없이 도로를 달렸다.
제한시간 10초 전, 스치듯 봤던 게르만어와 도시의 분위기를 조합해 '룩셈부르크'를 찍었다. 정답은 네덜란드 북부 도시. 운좋게 319km 떨어진 지점을 찍은 덕분에 5000포인트 중 3908포인트를 얻었다.
자신감은 추가 게임을 두어판 플레이하면서 사라졌다. 차도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해가 어느 쪽에서 뜨는지(북반구와 남반구를 구분하기 위함), 도로 이름은 무엇인지 확인하려 시도했으나 자꾸 시선이 분산됐다. 행인들을 보며 '서양인이네'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 대륙이나 국가를 특정하기 위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재도전하기 위해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지오게서 프로'로 업그레이드 하라는 안내가 등장했다. 제작사가 구글에 지도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일정 횟수를 넘어가자 구독료를 내도록 설정한 것이다. 우선 잠시 보류해두고 공략법부터 숙지하기로 했다.
◇국가별 주요 특징 찾는 게 필승 공략…정기 구독시 친구와 함께 플레이도
유튜브에 지오게서를 검색하자 한 유튜버가 대부분 영상을 독점하고 있었다. 트레버 레인볼트의 'RAINBOLT'라는 채널로, 30초 이내에 정보를 취합해 구글 맵에 정확한 위치를 찍었다.
RAINBOLT 채널은 도합 65만의 구독자를 넘긴 채널이다. 구독자의 요청에 몇십 년 같이 산 부부가 과거 즉석 프로포즈했던 장소를 찾아주기도, 해외 입양 아동이 본래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의 장소를 찾아주기도 했다.
그의 방법을 따라하긴 너무 어려웠다.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팁을 올려놨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감이 안와서다. 오렌지색 공공 휴지통은 베를린에서만, 전신주에 검정색 포스터를 붙이는 건 말레이시아에서만, 초록 쓰레기봉투를 쓰는것은 터키에서만, 도로 표지판 밑에 노란색 기둥을 쓰는 건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라는 말에 눈이 좋아야 하는건지 기억력이 좋아야 하는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우선 국가만이라도 맞춰보기로 했다. 과거 꿀팁 모음글에서는 왼쪽 하단의 나침반을 보고 북반구와 남반구를 먼저 구분하라고 조언했는데, 최근 버전에선 찾을 수 없었다. 우선 도로다보니 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먼저 체크하기로 했다.
왼쪽 도로를 이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캐나다를 제외한 영국계 국가들, 필리핀·아이슬란드를 제외한 섬 국가들 대부분이 왼쪽 도로를 이용했다.
도로선 색깔도 중요한 정보였다. 노란색 중앙선은 북미~남미 하단까지, 희미한 노란색 중간선은 멕시코·남미 국가에 해당했다. 흰색 중앙선은 유럽과 호주 전역에서, 도로 가장자리 흰색 점선은 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를 비롯한 스웨덴 인근 국가들이었다.
새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자동차들이 왼쪽으로 달리는 풍경이 펼쳐졌다. 안내 표지판 역시 영어로 기재돼있었다. 뾰족한 건물 꼭대기가 북쪽의 건축 양식이라 생각하고 영국 북부를 찍었는데, 정반대였다. 그래도 국가는 맞춘 덕에 3248포인트를 얻었다. 플레이 영상을 복기하자 건물 이름에 'South'가 여러번 등장했는데, 단서를 눈앞에서 놓친 게 아쉬웠다.
어설프게 아는 게 독이 되기도 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나란히 놓인 도로에 대번에 베트남을 찍었다. 광고 표지판에 인도네시아 화폐가 여러번 등장했는데도 오토바이에 매몰됐다.
금세 무료 판수가 동났다. 생각보다 중독성이 있었다. 10분을 기다리면 무료 게임이 충전되지만 정기 구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달 구독료는 4499원이지만, 연간 구독시 한달에 2499원꼴인 2만9988원으친구들과 판수 제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친구 초대도 가능하다. 구글 지도의 셜록 홈즈가 되기 위한 폐관 수련에 돌입했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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