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가질 수 있는데 왜 그랬어?…“하이브스럽지 않아서요”
에스엠 인수전 쿨하게 포기한 하이브
2019년 부터 관심…최근 들어 급진전
예상 못한 과열…적정가 넘었다 판단
비이성적 결정은 '하이브스럽지 않다'
M&A 과정서 볼 수 있는 사례 집대성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에스엠(041510) 인수전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주가 추이만 봐도 최근 분위기를 알 수 있다. 17일 에스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5% 오른 11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오름세로 마감했지만, 카카오(035720)가 공개매수가로 설정한 15만원과 견줘 크게 빠진 수치다. 지난 8일 15만8500원에 장을 마치며 ‘이러다 20만원까지 뚫는 것 아니냐’던 전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이 커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이브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하이브의 주주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의 추가 공개매수로 에스엠 인수를 위해 지불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내심 주가가 더 뛰길 바라던 주주들로서는 돌연 마침표를 찍은 에스엠 인수전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방시혁 의장은 공개석상에서 그간 펼쳐진 에스엠 인수전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방 의장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 포럼에서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인수할 수는 없었다”며 인수 중단 배경에 대해 말했다.
방 의장 발언을 종합하면 하이브는 지난 2019년부터 에스엠 인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이버(035420)와 CJ ENM(035760), 카카오 등이 에스엠 인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다. 같은 시기 하이브도 에스엠 인수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고 방 의장은 말했다.
하이브는 두 차례에 걸쳐 인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수만 에스엠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지분 인수 의향을 묻는 연락이 왔고, 내부 검토 후 에스엠 인수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하이브는 지난달 10일 이 전 총괄 지분 14.8%(352만3420주)를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브는 아울러 소액 주주 대상 공개매수에 나서 최대 25%(595만1826주) 지분을 7172억원에 취득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총 1조1400억원에 달하는 대형 M&A에 나설 채비를 구체화한 것이다.
방 의장은 “내부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과거 인수를 반대한 요인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지금은 ‘가도 좋겠다’고 보고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스엠 주가가 폭등하는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방 의장은 설명했다. 시장 과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수전에 깃발을 꼽아야 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생겨난 것도 이때부터다.
방 의장은 “우리는 오랜 시간 에스엠이라는 회사에 대해 생각했기에 (정해 놓은) 명확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가치를 넘어서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 고민이 시작됐고, 끝내 인수하는 게 맞느냐는 논의가 치열하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스엠 인수를 철회한 상황에서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이 전 총괄 지분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당장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한 달 만에 25%의 수익률을 벌 수 있어서다. 산술적으로 공개매수에 전량 응하면 1000억원 넘는 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뜯어보면 보유 지분을 카카오에 매각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카카오와의 전략적 협력을 위해서는 에스엠 지분을 확보하는 게 이롭다는 판단에서다. 설령 공개매수에 응하더라도 ‘안분비례’ 원칙에 따라 원하는만큼 지분을 팔 수도 없다. 이 부분에 대해 방 의장은 “합리적으로 도리에 맞게 선택하려고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삐딱하게 바라보는 쪽에서는 ‘결국 자금(배짱)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 모를 과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수하는 게 맞느냐 묻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인수에 나설 때부터 생각해오던 회사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까지 감내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판단은 에스엠을 떠나 모든 M&A 인수전에서도 통용된다.
수천억원, 수조원이 들어가는 M&A가 자존심이나 의지로만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가 2차 공개매수에 실패했을 경우를 떠올려보자. 2차 공개매수가에 웃돈을 얹어 3차에 나서야 하고, 이마저도 실패하면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결국 ‘누구를 위한 공개매수’인지를 허심탄회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에스엠 인수전은 자본시장에 주는 ‘케이스스터디’ 거리가 적지 않다. 올 들어 열기를 뿜고 있는 공개매수를 활용한 인수 시도는 물론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다채로운 미디어 채널을 동원한 양측 입장 피력에 이르기까지 M&A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사례를 집대성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때로는 쿨하게 인수를 포기할 줄 아는 포지션도 존재한다는 걸 하이브가 보여줬다는 것이다. 기존에 추구하던 본질적 가치를 넘어선다면 접을 줄 아는 것도 어쩌면 또 다른 이름의 결단력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어쩌면 방 의장이 말하는 ‘하이브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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