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벽지가 유난히 새까맣다면...부모님의 SOS, 낙상주의보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3. 3. 18. 08: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인천도시공사, 고령친화 맞춤형 집수리
내집연구소 전문가, 200개 항목 조사 개조안 제시
앉아서 요리할 수 있는 싱크대 등 노인요구 반영
노년층을 위해 개조한 화장실 /내집연구소 제공

인천도시공사의 ‘iH형 고령친화 맞춤형 집수리사업’의 지원대상이 된 82세 A씨. 인천의 한 아파트에 혼자 사는 노인이다. 인천도시공사의 의뢰를 받은 고령자 노화 및 행위분석 전문가 집단인 ‘내집연구소’의 분석가가 A씨 집을 방문해 행동패턴을 관찰했다.

내집연구소는 콕 집어서 노인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한다는 의미의 ‘콕집’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행동패턴을 기록한다.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대상자의 신체특성, 행동특성과 방식, 주택의 물리적 특성 등 등 200여개의 항목을 조사한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A씨는 외출 시에 신발장을 짚은 채로 신발을 신거나 벗어 자칫 넘어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침대에서 화장실이나 싱크대로 이동할 때 잡을 것이 없어 TV나 벽등을 잡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집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침대거치형 안전손잡이 및 침실 입구 안전손잡이 설치▶ 화장실 입구 안전손잡이 설치 및 미끄럼 방지매트 설치▶변기 거치형 안전손잡이 및 샤워의자. 샤워기 걸이대 설치▶현관입구 안전손잡이 설치▶주방 작업대 높이 조절 등의 집 개조 방안을 제시했다. 손잡이도 관절에 무리가 가는 ‘원형’ 문손잡이를 레버형 문손잡이로 교체했다.

이용민 내집연구소 대표는 “침대 옆에 기둥형 안전손잡이, 화장실 문턱 앞 안전손잡이 하나가 노인들의 낙상 등 안전사고를 예방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부모님 집 현관의 벽지가 유난히 새까만 부분이 있으면 출입할 때 현관에서 벽을 짚고 신발을 신는다는 의미”라며 “이럴 땐 부모님이 앉아서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도록 현관에 스툴의자와 안전손잡이를 놓아두면 된다”고 말했다.

부모님 집 현관의 벽지가 유난히 새까만 부분이 있으면 출입할 때 현관에서 벽을 집고 신발을 신는다는 의미이다. 이럴 땐 부모님이 앉아서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도록 현관에 스툴의자와 안전손잡이를 놓아두면 좋다. /내집연구소 제공

내집연구소는 거주자의 ‘자립성 향상’, ‘접근성 개선’, ‘안전성 증대’, ‘편리성 개선’, ‘쾌적성 향상’을 기준으로 주택개조방안을 마련한다.

외국에서는 앉아서 요리할 수 있는 싱크대 등 고령자의 행동패턴을 고려한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 있다. /내집연구소 제공

다른 지방 자치단체들도 취약계층 노인을 위한 집수리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주택의 노후 및 불량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시공업체 주도로 집을 수리한다. 이 때문에 노화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공사가 이뤄진다. 반면 인천도시공사는 전문가가 사전에 충분히 노인들의 행동패턴을 분석한 후 맞춤형 주택개조안을 제시한다.

이용민 내집연구소 대표는 “대상자와 행동을 관찰하고 인터뷰를 통해 개조방안을 만들고 공사가 끝난 후에 사용방법을 충분히 설명해서 사고를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요구도 최대한 반영한다. 이용민 대표는 “요통, 관절염이 심해 서서 있기 힘들고, 가벼운 치매가 있는 한 할머니가 음식을 직접 만들고 싶어해 의자에 앉아서 요리를 할 수 있는 싱크대를 만들어 드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내집연구소는 인터넷(ttps://blog.naver.com/ihousinglab)을 통해 집 개조 사례 등을 공개하고 있다. 나이와 노화 정도에 따라 주택 개조의 방향이 다르다. 현재 노화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 자립적으로 가사활동을 하는 노인의 경우, 최대한 길게 자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편리성을 향상시키는 집수리가 필요하다. 반면 이미 노화가 많이 진행되어 돌봄제공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경우, 돌봄제공자의 신체적,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돌봄 환경에도 배려하는 식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주민참여 예산사업으로 연간 40가구 이상의 주택을 개조하고 있는데, 성과를 분석한후 확산시킬 예정이다. 인천도시공사 광역주거복지센터 나재설 센터장은 “향후 본 사업은 인천시만의 새로운 노인가구를 위한 주택개조 실행모델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인천형 고령친화 주택개조 모델은 노인의 주택 내 낙상 등 안전사고 예방 및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실현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섭 호서대학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는 만큼, 노인맞춤형 주택개조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의 ‘iH형 고령친화 맞춤형 집수리사업’은 전문가가 노인의 행동을 관찰한 후 개조방안을 마련한다. /내집연구소 제공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