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확장] '패션디자이너' '선생님'인 북한의 산업미술 스타 교원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출강 2023. 3. 18.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esign으로 보는 북한 사회" 제37편 (37)디자인 교원

[편집자주] [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 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출강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 출강 = 3월 남한의 학교들은 새로운 학년, 새 학급에 적응하는 학생들과 이를 맞이하는 교직원들로 바쁘게 움직인다.

북한의 새 학기는 4월1일에 시작된다.

개학 전 이맘때는 북측 교원들에게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수안을 고민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기간이리라 생각된다. 북한의 산업미술 과목 교원들도 수업 준비로 바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 사회가 특히 디자인 교육에 거는 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북측에서는 2022년 북한의 우수교원들이 선정되어 ‘10대최우수교원칭호’를 수여 받았다는 기사가 실렸다(노동신문, 2023. 2. 15). 최우수교원 칭호는 새로 제정된 것으로, 21년부터 해마다 유치원 교양원부터, 보통교육부문 학교, 도 사범대학, 대학 교원들 중 교육사업에 기여한 10명을 선정하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경쟁이 치열하리라 여겨진다.

올해로 2년 차인 ‘10대최우수교원’으로 선정된 10명의 선생님들 중 디자인 교수가 포함되었다. 그는 바로 평양미대 산업미술학부 강좌장 의상미술 부교수로 알려진 김옥경이다. 그녀는 북한 방송매체를 통해 주요 디자인전시회마다 인터뷰를 하여 이미 여러 차례 얼굴이 알려진 인물이다.

북한의 공훈예술가이자 2022년 북한의 10대 최우수교원 중 한 명으로 뽑힌 평양미술대학 산업미술학부 의상미술 강좌장, 부교수 김옥경의 2017년(좌), 2022년(우) 국가산업미술전시회 인터뷰 장면.이미지 출처: 조선중앙TV 방영물 캡쳐

노동신문 기사(노동신문 5면, 2023. 2. 15)를 보면 올해 칭호를 받은 교원들은 대부분 교과서 집필 등 전공 분야 성과나 교수 능력 및 학생 실력 향상에 이바지한 공로로 선정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평양미대 산업미술 교원 김옥경은 “지난해에만도 수십 점의 중요 도안들을 창작한 평양미술대학 산업미술학부 의상미술강좌 강좌장”으로 소개되며 칭호 선정에서 디자인 창작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에 "의상미술분야에서 쟁쟁한 실력가"로 소개된 그녀는 40대 초반 나이에 업적이 뛰어난 예술가들에게 수여되는 ‘공훈예술가’ 국가 영예칭호도 몇 해 전 수여 받아 패션디자이너로서도 성공한 인물이 되었다.

그는 평양국제비행장 승무원 유니폼뿐만 아니라 미림승마구락부 겨울승마복도안, 미림항공구락부 복장도안, 마식령호텔 봉사원복도안 등 그동안 500여 점을 창작하였다고 북한 매체는 소개한다. 국가미술전람회에 의상미술 작품 출품 기록은 2000년부터이니, 그때부터 22년 동안 매해 약 20여 점 넘게 디자인한 셈이다.

2015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도한 것으로 표기된 <갈마비행장 마크도안>과 비행장 내부 상업공간 간판도안들(좌) 평양미대 의상미술 부교수 김옥경의 대표작인 리뉴얼 된 학생 교복 도안들(하), 비행승무안내원, 문수물놀이장과 대동강 종합봉사선 <무지개> 봉사복 도안(상) 이미지 출처: 「조선예술」(2016. 7), 북한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 김옥경은 민족옷인 ‘조선옷’을 산업미술전시회에 출품했는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을 국제관광국으로 만들기 위한 봉사복 유니폼을 ‘양장 스타일’로 세련되게 디자인하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특히 그녀는 후대 사랑을 위한 당정책 사업의 하나였던 교복을 다시 디자인하는 데 참여하면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창작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서 "세계 여러 나라의 참고자료도 내려 보내주어 우리들(도안가들)의 경직된 사고를 벗어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시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의 충성심 있는 인터뷰 덕분인지 이제는 좀 더 자주 그의 이름을 북한 기사에서 볼 수 있다.

북한 산업미술은 '집단주의 디자인', 판매 실적보다는 '사상 우위'의 특성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스타 디자이너들이 등장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이다. 개인의 명예를 걸고 디자인을 맡기보다는 소속된 창작사의 이름으로, 혹은 중요한 당정책사업의 결과물로 임무가 쥐어진 창작가들이 소개되기 일쑤이다.

이러한 북한의 집단주의 분위기 속에 "교원이자, 가정주부, 아내, 어머니"로 소개된(조선의 오늘) 여성 디자이너가 북한 사회에서 주목받는 일은 같은 여성 디자이너로서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중요시하는 이 많은 도안 과업들에 새로운 시대 감각과 디지털 그래픽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젊은 학생 도안가들의 도움이 혹시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과거 김옥경의 2022년 4월 국가산업미술전시회의 새형 교복도안 관련 인터뷰를 들으면, "지도자의 격려의 말씀을 받아 안고 도안창작가들 모두가 흥분에 싸여 창작 전투에 들어갔다"라고 복수의 창작가들을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요즘 국내외 대학의 디자인 연구사업에서 책임연구자인 교원 외에도 참여한 학생들이나 석·박사생 연구원들의 이름들도 모두 표기하는 추세이다. 북한에서 좀 더 창작가의 저작권 보호 노력도 더해진다면 아마 평양미술대학의 학생들, 참여 연구원 이름들도 디자인 작품 액자 안에 작게나마 함께 표기되지 않았을까, 기사를 보면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다.

somangcho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