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웅남이', 명품 배우의 도전과 신인 감독의 열정이 만났을 때

강효진 기자 2023. 3.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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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남이. 제공ㅣ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열정과 의욕이 넘실대는 코미디 영화의 탄생이다. 신인 감독에겐 눈물겨울 만큼 호화로운 캐스팅으로 무장한 '웅남이'가 부푼 꿈을 안고 얼어붙은 극장가를 사로잡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에 얹어진 무게만큼, 더 깐깐하고 날이 선 평가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웅남이'(감독 박성광)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웅남이의 좌충우돌 코미디다. 개그맨 박성광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명인이 전문 분야가 아닌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 보통은 이름값의 수혜를 받곤 하지만, 냉혹한 영화계에서 '개그맨 출신'이란 타이틀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개그맨 출신'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떼긴 어렵겠지만, 박성광 감독은 연극영화과 연출 전공자 출신에 이미 단편 영화 수상 기록도 있는 영화인이다. 꾸준히 영화라는 꿈에 정진해 맺은 결실이 이번 '웅남이'다.

두 마리의 쌍둥이 반달곰 웅남이와 웅북이가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판타지에서 출발, 웅남이는 양부모를 잘 만나 경찰이 되고 웅북이는 잘못 만나 조직폭력배가 됐다는 설정이다. 이후 웅북이가 저지른 범죄에 웅남이가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과 편견 같은 계급장을 떼고 본 '웅남이'는 흥미로운 캐릭터 설정, 코미디와 누아르를 결합한 시도, 인터넷 방송이나 드론 등 트렌디하게 시대상을 반영한 전개에 점수를 줄 수 있겠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그 둘을 빼고라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주연 박성웅을 필두로 염혜란, 윤제문, 오달수, 이이경, 최민수, 백지혜, 카메오 정우성, 김준호까지 남부럽지 않은 캐스팅을 완성했다. 감독 자체의 유명세도 적지 않은 만큼 '신인' 감독이라서, '신인' 배우라서 통하지 않았다는 변명은 할 수 없을 만큼 재료는 완벽하게 준비된 셈이다.

주연 박성웅은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쌍둥이 형제 웅남이와 웅북이를 완벽하게 분리시키며 멋진 열연을 펼쳤고, '더 글로리'로 가장 핫한 염혜란도 웅남이의 엄마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사생활 논란이 있었지만 베테랑 배우인 오달수와 윤제문 역시 구멍 없는 연기력으로 극을 탄탄하게 채웠다. '육사오'로 물오른 코믹 연기를 뽐낸 이이경과 신예 백지혜도 절친 호흡으로 웃음을 더했다.

다만 기대와 달리 코믹 노림수들이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지 못한 점이 가장 이질적으로 도드라진다. 누가 봐도 중년 남성인 박성웅을 '25세'로 부르며 웃음을 유도한다거나, 사람의 몸으로 곰의 괴력을 쓰는 웅남이의 모습, 곰이었기 때문에 멧돼지들을 말로 훈계하는 모습, 어리숙한 경찰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웃음 포인트들이 눈에 띄지만 전반적으로 유효한 개그 포인트가 되진 못했다.

전반적으로 캐릭터를 차곡차곡 쌓아 얽히고설킨 상황 속 터져나오는 코믹한 그림을 만들어내기보다는 1차원적인 개그 코드가 주를 이뤘다. 단순한 말장난, 과장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지루한 개그가 아쉬움을 자아냈다. 개그 무대 위에서는 잘 짜인 캐릭터로 주어진 상황 안에서 포인트를 살려 큰 웃음 만들기에 능했던 박성광 감독이었기에, 영화에는 그의 개그 코드가 적절하게 반영되지 못한 점이 헛헛함을 더했다.

개그 포인트를 줄이고 스토리에 공을 들였다고는 하지만, 서사가 그만큼 탄탄했다고 여겨지지도 않는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메시지가 있는 쪽도 아니고, 촘촘한 서사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쪽도 아니다. 부자연스럽지만 덜어내지 못한 신 등 디테일이 떨어지는 연출도 티켓값 1만5000원을 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졸작이라고 폄하하기엔 다양한 시도와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히려 유명세가 없었다면 다소 아쉽지만 소소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훨씬 많은 격려를 받았을지 모른다.

과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이전보다 냉철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개봉작들을 평가하고 있는 요즘 관객들이 '웅남이'에게도 따뜻한 미소를 보내줄 수 있을지 실관람객들의 평가가 주목된다.

오는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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