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트로트가 있다면 미국엔 컨트리뮤직이 있다···‘조지 앤 태미’[오마주]

최민지 기자 2023. 3.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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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앤 태미>는 미국 컨트리 음악의 여왕 태미 와이넷과 그의 남편이자 유명 컨트리 가수인 조지 존스의 실화를 그렸다. 티빙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트로트 열풍이 수년째 식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뜨거워지는 것도 같습니다. 국내에선 인기가 높지 않지만 미국에도 트로트 같은 음악이 있습니다. ‘컨트리 뮤직’이라는 장르입니다. 카우보이 모자에 웨스턴 부츠를 신고 기타를 치며 부르는 그 노래요.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트로트와 컨트리 뮤직은 닮은 데가 많다고들 합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컨트리 뮤직이 언급될 때면 궁금했습니다. 컨트리 뮤직이란 미국인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하고요. 최근 티빙에서 공개된 드라마 <조지 앤 태미>를 보고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지 앤 태미>는 컨트리 음악의 여왕 ‘태미 와이넷’(제시카 채스테인)과 유명 컨트리 가수 ‘조지 존스’(마이클 섀넌) 커플의 실화를 그린 6부작 드라마입니다. 와이넷은 여성 컨트리 가수로는 처음으로 음반 100만 장을 판 전설적인 존재입니다. 히트곡 ‘스탠드 바이 유어 맨’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죠.

드라마는 1960년대 중반 ‘컨트리 뮤직의 성지’인 미 중남부 테네시 주 내슈빌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가수 지망생인 태미가 컨트리 뮤직계 스타인 조지를 만나고, 가수로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았죠. 태미와 조지는 빠르게 서로에게 빠져들고 예쁜 딸도 낳습니다. 태미는 승승장구를 거듭하더니 어느새 조지를 뛰어넘는 인기 가수가 됩니다.

티빙 제공

그러나 행복은 길게 가지 못합니다. 알코올 중독인 조지는 술만 마시면 사고를 치고 번번이 무대도 펑크냅니다. 하지만 망나니 같은 그를 대중은 사랑합니다. 괴로운 것은 한집에 사는 태미와 가족입니다. 아티스트를 다룬 이야기가 으레 그렇듯 조지와 태미 또한 성공적인 커리어와 행복한 가정 두 마리 토끼를 가질 수는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 7년 차에 이혼합니다.

조지와 태미의 사랑이 중심인 이야기지만 20세기 중반 보수적인 지역에서 살아가는 여성 또는 여성 가수의 생존기로도 보였습니다. 태미는 출산 과정에서 잘못된 수술로 평생 고통에 시달렸고, 진통제를 먹다 약물 중독이 됐습니다. 이혼한 전 남편으로부터 알몸 사진을 뿌리겠다는 협박을 받거나, 여러 번 이혼했다는 이유로 ‘걸레’라는 낙서에 시달리기도 하죠. 대중은 방탕한 생활을 하는 남성 컨트리 가수에겐 관대하면서도 여성 가수에겐 다른 잣대를 들이댑니다. 부부가 모두 가수지만 요리를 하거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늘 태미의 몫이었고요.

가수들이 주인공인 시리즈답게 <조지 앤 태미>는 음악 드라마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두 가수의 실제 히트곡들의 탄생 과정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두 사람이 맞는 인생의 기쁨, 슬픔, 위기, 분노 등은 그대로 노래로 만들어집니다.

태미가 1968년 발표한 ‘D-I-V-O-R-C-E’(이혼)은 조지를 만나고 전 남편을 떠나기 직전 만든 노래입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곡인 ‘스탠드 바이 유어 맨’은 조지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른 노래죠. 두 배우는 매 회차 직접 이 노래들을 소화하는데, 그 실력이 썩 괜찮습니다.

채스테인과 섀넌은 영화 <테이크 셸터> 이후 10여 년 만에 다시 부부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섀넌보다는 채스테인의 변신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주로 세련된 도시 여성 역할을 해온 그는 <조지 앤 태미>에서 완벽한 ‘컨트리 걸’이 됩니다.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미 남부 억양을 구사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컨트리 가수입니다. 채스테인은 지난 2월 열린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이 시리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주크박스 지수 ★★★★ 두 배우의 목소리로 펼쳐지는 컨트리 뮤직의 향연

지끈지끈 지수 ★★★ 술, 마약, 폭력···정주행보다 끊어보기 추천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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