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게 좋아”...이성 유혹하는 순간, 잘될 때는 ‘따로’ 있다 [사이언스라운지]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3. 3.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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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먼저일까, 몸이 먼저일까.

나쁜 소식을 접했을때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어본 경험이 한 번은 있을 것이다. 공포영화를 보다 섬뜩한 배경음악이 나오면 머리카락이 곤두서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상황을 뒤집어 보면 어떨까. 빠른 심장박동 때문에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는 경험은 없을까. 열심히 조깅을 하던 중 맞은편에서 매력적인 이성이 달려오는 것을 목격했을 때, 지금 뛰고 있는 심장이 호감때문인지 단순한 신체적인 변화인지 확인할 방법은 있을까.

통상 두려움과 불안같은 감정이 심장 박동을 빨라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지만, 반대로 인위적으로 심박수를 늘렸을 경우 불안 수준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탠퍼드대 신경과학자 칼 데이서로스 박사 연구팀은 생쥐를 생체공학적으로 조작해 심장에 있는 근육 세포를 빛에 민감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적색광을 방출하는 작은 조끼를 생쥐에게 입혀 조끼가 빛을 내면 생쥐의 심근이 활성화돼 심장이 뛰게끔 했다.

이후 연구팀은 생쥐의 조끼에서 빛을 방출해 생쥐의 심장을 빨리 뛰게 했다. 심장이 빨리 뛰자 생쥐는 물을 먹기 위해 레버를 누르거나 공간을 탐색하기 위한 의지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생쥐가 더 불안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이 생쥐의 뇌 활성을 측정해 본 결과 생쥐가 불안한 행동을 하는 동안 감정과 신체 신호처리와 관련된 영역인 ‘뇌섬엽’이 활성화 되는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만성 불안증 치료 방법을 찾는 데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의 순서가 뒤바뀌는 상황은 연애감정이 만들어지는 데 역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우리 몸은 흥분했을 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심박수가 빨라지고 몸에 열이 난다. 기쁠 때나 슬플 때, 화가 났을 때 우리 몸은 생리적으로 동일한 신체 반응이 나타난다. 따라서 만나고 있는 이성과 공포영화나 멜로영화를 보고 난 뒤에, 영화로 인해 가슴이 떨린다 하더라도 이것이 영화 때문인지 상대방 때문인지 자신은 알 수 없다.

실제 이를 입증하는 실험은 무수히 많이 진행됐다. 대표적인 연구가 1974년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한 ‘흔들다리 효과’ 실험이다. 연구진은 남성들이 흔들리는 다리와 단단한 다리를 건너게 했다. 다리 중간에서는 여성이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다리를 건넌 뒤 남성들의 반응은 달랐다. 흔들다리를 건넌 남성의 50%가 여성에게 설문조사를 핑계로 전화한 반면, 단단한 다리를 건넌 사람은 12.5%만이 전화를 했다.

흔들다리를 건너며 심박수가 높아진 남성들은 이 생리적 변화를 여성에 대한 호감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공포영화를 보여주거나, 간단한 뜀뛰기로 심박수를 높인 뒤에 같은 실험을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덧붙여 마음을 떨리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여기서 필요한 것은 ‘로맨틱한 음악’이다. 프랑스 남브르타뉴대 연구진은 미혼 여성 87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서로 다른 음악을 들려줬다. 한 그룹은 감미로운 사랑을 노래한 ‘나는 죽도록 그녀를 사랑해(Je l’aime a mourir)‘를 들려줬고 다른 그룹은 ’차 마시는 시간(L‘heure du the)’이라는 단조로운 곡을 들었다. 연구진은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여성을 5분가량 기다리게 한 뒤 평범한 남성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대화가 끝난 뒤 남성이 여성에게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자 로맨틱한 음악을 듣고 있던 여성의 52%가 흔쾌히 연락처를 줬다. 반대로 단조로운 노래를 듣고 있던 여성은 단 28%만이 연락처를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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