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 유레카] 1kg당 2달러면 수소경제가 열린다
에너지 업계서 쌓은 20년 경력 담겨
수소 자원 혁명
마르코 알베라 지음|김종명 옮김|미래의창|368쪽|1만9000원
한세기 전만해도 수소는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라는 이유로 비행선이나 열기구 같은 하늘을 나는 교통수단에 사용됐다. 하지만 이 신뢰는 얼마 안 가 깨졌다. 작은 불꽃에도 폭발하기 쉬운 성질 탓에 연이은 폭발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 1937년 독일 힌덴부르크 비행선 폭발은 수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큰 사고였다. 이후 수소에는 ‘폭발하기 쉬워 다루기 힘든 물질’이라든가 ‘폭탄’ 같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순수한 수소만 얻기도 어렵고 밀도가 너무 낮아 다루기 어렵다는 점도 제약으로 작용했다.
그랬던 수소가 지금은 전혀 다른 명성을 얻었다. ‘친환경 에너지’라는 수소는 지구 표면의 75%를 덮고 있는 물에서 얻을 수 있다. 이론상 자연에서 무한히 얻을 수 있고 연소 과정에서 물만 나와 친환경적이다. 연료전지에 넣으면 전기를 생산하는, 활용 범위가 넓은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경제가 탈탄소와 함께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을 0로 만드는 ‘넷제로’를 목표로 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와 영국, 노르웨이, 일본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목표로 하는 만큼 앞으로 수소 산업은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00년만에 수소의 이미지가 이렇게 바뀐 배경엔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다룰 수 있게 뒷받침한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에너지 리더로 꼽히며 20년간 에너지 업계에서 일한 저자는 “앞으로 수소 중심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환경 수소기업 TES-H2 대표인 저자는 “전 세계 부와 권력은 수소에 집중될 것”이라며 “기술을 확보해 상업화를 하는 누군가가 세계 부를 재편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기후 변화 목표는 와닿지 않아 도달하기 힘들다”며 “수소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 1kg당 2달러(약 2600원)에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를 제안했다.
저자는 그러면서 물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장치의 가격을 낮추고 연합조직인 ‘그린수소 캐터펄트’를 활성화하는 등 기술, 경제, 정책적 방법을 제시했다.
전 수소경제위원회 위원이었던 강상규 서울대 교수는 “이 책은 수소 사회의 완성을 가속할 수 있는 점진적이며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강 교수는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재생에너지가 전력이 자주 끊기는 점을 수소가 보완할 수 있다”며 “저자가 제시한 방법 중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수소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수소와 천연가스를 혼합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천연가스 인프라에 수소 혼합 가스에 맞는 연소기를 추가하면 바로 수소 인프라로 바뀐다. 수소 시대를 앞당길 한국가스공사에서도 연구하고 있다.
저자가 제안한 수소 1kg당 2달러 목표엔 여전히 논란이 있다. 강 교수는 “천연가스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 수소’의 생산 가격을 기준 삼아 목표치를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탄소 배출 패널티를 받는다고 가정하고 생산 가격 외의 기타 비용을 고려하면 수소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도 중국이 활발할 수소 에너지 개발에 나섰고 재생 에너지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예상외로 빠르게 수소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강 교수는 “수소나 재생에너지가 퍼지지 않는 큰 이유가 가격 문제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수소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로 인류의 생존 문제가 심화되면 친환경 정책을 실행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처럼 수소 산업을 위한 제도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를 많이 쓰는 IT 기업 등의 수소 산업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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