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려운 국가 외교에 한 줌 고민도 없이 오로지 헐뜯을 궁리만

조선일보 2023. 3. 18.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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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거짓과 도 넘는 극언을 동원해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씨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의장대 사열 중 국기에 인사하는 사진을 올린 뒤 “상대국 국기에 고개 숙여 절하는 한국 대통령을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나. 일장기에 경례를 하는… 어처구니없음”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일장기 뒤편에는 태극기가 나란히 있었는데 일장기에만 경례한 것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전형적인 가짜 뉴스였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이를 퍼 날랐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상 등 다른 외국 정상들도 방일 때 기시다 총리와 함께 자국 국기와 일장기 앞에서 동시에 목례를 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이집트 방문 때 이집트 국기에 고개를 숙였다. 이는 대부분 국가에서 상식에 가까운 의전이다. 탁씨는 의전 책임자를 지냈는데 이 상식적 의전 기본도 모르나. 모른다기보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무조건 상대를 헐뜯으려고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의장대 사열 중 양국 국기를 향해 예를 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인만이 아니다. KBS는 뉴스 앵커가 의장대 사열 장면을 설명하면서 “윤 대통령이 일장기를 향해 경례하는 모습을 보셨다. 의장대가 우리 국기는 들고 있을 것 같지 않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 외국 정상이 방문했는데 의장대가 그 나라 국기를 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세상에 어떤 대통령이 남의 나라 국기에만 경례를 하겠나. 나중에 정정하고 사과했지만 무슨 흠집이라도 잡아 헐뜯으려는 생각이 앞서서 상식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윤석열 정권이 일본의 하수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고 영업 사원이 결국 나라를 판 것”이라는 상식 밖 말을 했다. 또 “일본에 조공을 바친다” “항복식 같다” “오므라이스에 국가 자존심과 인권, 정의를 맞바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친일 정상회담” “망국적 야합” “숭일(崇日)”이라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의 주요 내용인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완전 정상화하고 수출 규제도 해제해 경제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한일 재계는 ‘미래 파트너십 기금’도 만들기로 했다. 우리 경제와 안보에 큰 도움이 되는 일들이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나라를 팔아먹고 조공을 바치는 일인가. 징용 해법에 대한 일본의 호응과 사과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역시 해결될 문제들이다.

국가 간 외교, 특히 한일 관계는 많은 상반된 요소가 얽힌 난제다. 정부가 이 난제를 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칭찬받을 일도 없지만 욕먹을 일도 없다. 문 정권이 그렇게 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는 정부라면 일시적으로 국민 비판을 받더라도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안보 경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야당이 이 기회를 이용해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처럼 “하수인” ”매국” “조공” “항복” 등 이치에 닿지 않는 극언을 남발하면서 무엇이든 꼬투리를 잡으려고 식사 메뉴까지 비난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 민주당식이면 일본과 관계 정상화를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완용’이라고 비난할 판이다. 비판을 해도 그 안에 국가 외교의 어려움에 대한 일말의 고민은 담겨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사실과 합리성을 갖춰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민주당식 비난은 국익과 미래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적의에 찬 선동일 뿐이다. 이는 결국 자해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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