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神의 신부
사이비 종교를 파헤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보고 심경이 복잡해졌습니다. 교주에게 성착취당한 여성 신도가 “나는 재림 예수이니 너는 신(神)의 신부가 된 것”이라는 교주의 논리에 저항할 수 없었던 이유를 “지옥에 갈까 두려워서”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서요.
종교란 애초에 죽음에 대한 인간의 공포를 토대로 생겨났습니다. “착하게 살아야 천당 간다”며 인간을 선하게 살도록 추동하는 것이 종교의 순기능이기도 하고요. 다만 ‘선(善)’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집단 내 권력자들의 사익과 동의어가 되는 순간 그 종교는 사이비로 전락하는 거겠지요.
사이비 종교의 희생양이었으나 용감하게 탈출한 여성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타라 웨스트오버(37)의 회고록 ‘배움의 발견’. 미국 산골서 태어난 타라는 만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부상을 입어도 엄마의 약초로만 치료해야 했고요. 타라의 아버지는 종말론을 믿었고, 공교육과 병원이 신의 대척점에 있다 생각했습니다. “더 숭고하게 산 남자에게 더 많은 아내가 주어진다. 현세엔 정부가 일부다처제를 금지하고 있지만 내세엔 너도 의로운 남자의 여러 아내 중 하나가 될 것”이라 가르쳤지요.
책은 타라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대학에 진학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그립니다. 아버지의 가르침만이 세상의 전부라 여겼던 소녀가 ‘아버지가 기른 그 아이’와 결별하며 획득한 ‘새로운 자아’에 대해 타라는 이렇게 말하지요.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I call it an education).” 선처럼 보이는 악(惡)을 판별해낼 힘을 기르는 것이 ‘교육’의 본령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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