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13] People are incapable of not caring
270킬로그램이 넘는 육중한 몸으로 소파에 앉아 카메라를 가린 채 원격 강의를 하는 남자. 그는 더 이상 건강을 생각할 수 있는 몸도 아니고 병원에 갈 생각도 없다. 그저 깊은 바닷속으로 침잠하는 거대한 고래처럼 담담히 임박한 죽음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새뮤얼 D. 헌터가 쓴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더 웨일(The Whale·2023·사진)’의 한 장면이다.
가족을 떠나면서까지 만난 애인이 죽자 찰리는 다 포기한 심정으로 몸을 망친다. 그런데 어느 날 죽음만 기다리는 찰리 앞에 딸 엘리가 나타난다. 엘리는 내키지 않지만 에세이 강사인 아빠에게 자기 에세이를 들이밀며 수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찰리는 그 기회를 빌려 따스한 말을 건네 보려 하지만 엘리는 말을 틀어막는다. “이제 와서 부모 노릇 하시려고(Are you actually trying to parent me right now)?”
그럼에도 찰리는 엘리와 한 공간에 있는 게 마냥 기쁘다. 마치 죽기 전에 구원을 받는 것 같은 기분, 한편으론 자기가 엘리의 구원인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엘리가 들락거린다는 것을 안 찰리의 전처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따진다. “사람이 사람을 구원한다는 건 불가능해(I don’t think I believe anyone can save anyone).” 찰리는 이렇게 답한다. “사람은 타인에게 무관심할 수가 없어. 사람은 놀라운 존재야(People are incapable of not caring. People are amazing).” 서로에게 불가능할 것 같던 손을 내미는 이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렇게 말했다. “용기는 일종의 구원이다(Courage is a kind of salvation).” 자신을 구할 수도, 타인을 구할 수도 있는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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