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형은행 11곳, 파산 위기 은행에 39조원 지원키로

김은정 기자 2023. 3.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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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1주일새 215조원 대출 지원… 금융위기 때 대출액보다도 많아
미국 캘리포니아 맨해튼비치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지점 간판 모습. 지난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이 은행에서도 연쇄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 조짐이 보이자, 16일(현지 시각) 11개 대형 은행들이 예치금 300억달러를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AFP연합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중소 은행 연쇄 파산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등 11개 대형 은행이 지원에 나섰다. 이들 은행은 16일(이하 현지 시각) 총 300억달러(약 39조원)를 분담해 ‘제2의 SVB’로 지목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예금을 넣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7일 SVB의 모기업인 SVB 금융그룹은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100억달러 규모의 자산과 부채 리스트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2008년 금융 위기 때처럼 세금으로 은행을 지원했다는 논란을 피하면서, 금융 불안이 도미노처럼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발표 후 주가가 오르고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였지만, 고(高)금리 속에 미국 은행 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여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간 은행 11곳 구제 금융 나섰다

사실상 민간 차원의 구제 금융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조치에는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웰스파고가 각각 50억달러,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각각 25억달러, BNY멜런, PNC뱅크, 스테이트스트리트, 트루이스트, US뱅크가 10억달러씩을 분담하기로 했다.

美 연방준비제도의 은행 유동성 공급 제도(할인 창구) 통한 대출 금액

은행들은 “퍼스트리퍼블릭 같은 지역 중소 은행은 미국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과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연방예금보험공사, 통화감독청 등 4개 기관도 즉각 “대형 은행들의 지지 표명은 은행 시스템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환영한다”며 공동성명을 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인들은 자신의 예금을 필요할 때 인출할 수 있다는 점에 확신을 가져도 좋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문 연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빅테크 붐을 타고 부자가 된 메타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 등을 고객으로 보유한 자산 관리에 특화된 은행이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 2130억달러로 규모 면에서 미국 14위다. 지난 10일 파산한 SVB는 16위였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이 은행 예금 잔고 중 68%가 미국 은행 예금자 보호 한도(25만달러)를 초과했다.

◇美 은행들, 연준에서 215조원 빌려

미국 은행들은 지난 일주일간 연방준비제도로부터 1647억5000만달러(약 215조원)를 대출했다. 역대 최대였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대출액(1110억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미국 은행 시스템이 취약한 상태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 정부에 이어 대형 은행들까지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5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신용등급을 ‘A-’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4단계 강등했다. 16일 미국 증시 개장 직후 19.8달러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대형 은행 11곳의 지원 발표로 73.1%나 반등해 34.2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17일 개장 후에 다시 20% 하락했다. 위기 상황이라 당분간 배당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대서양 건너 유럽 대륙에서 터진 또 다른 골칫거리인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 주가는 16일에는 19.2% 반등했지만, 17일 장중(현지 시각 오후 2시 기준)에는 다시 10%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크레디스위스는 중대한 회계 결함 사실이 알려지고,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이후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이 70조원 정도를 긴급 지원하기로 하면서 큰 고비는 넘긴 상태다.

이처럼 시장의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고 급등락이 이어지면서 이번 금융 사태가 실물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은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근 미국·유럽 은행권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1980년대 이후 최고 속도로 금리를 올린 데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경기 침체가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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