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좋아요’ 누르는 순간, 당신도 ‘기후 악당’?

윤상진 기자 2023. 3.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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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동료 게시글 공감 눌러도 데이터는 태평양너머 수천㎞ 여행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기욤 피트롱 지음|양영란 옮김|갈라파고스|364쪽|1만8500원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가 지구를 파괴한다고?” 당신은 기후위기 부정론자의 글에 반박 댓글을 달고, 환경 보호 단체의 캠페인에 ‘엄지 척(좋아요)’ 표시를 하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업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지구를 지키는 데 일조해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소셜 미디어상의 활동들이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 공유기와 해저 케이블, 그리고 데이터 센터까지, 상대방에게 ‘좋아요’가 전달되기 위한 디지털 인프라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PD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자로 환경 문제를 취재해 온 저자는 “당신이 무심코 누른 ‘좋아요’가 지구엔 큰 생태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2년 동안 전 세계의 데이터 센터∙해저 케이블 가설 현장∙석탄 광산 등을 누비며 우리가 누르는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와 인스타그램 사진, 유튜브 영상이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했다.

스마트폰에서 출발한 ‘좋아요’는 인터넷 모뎀의 안테나를 거쳐 건물의 공유기를 따라가다 인도 밑에 묻힌 구리 관에 닿고, 다른 ‘좋아요’들과 합류해 바다를 가로질러 데이터 센터에 도착한다. 이곳에 모인 ‘좋아요’들은 다시 해저 케이블을 통해 상대방의 휴대폰으로 향한다. 고작 10m 떨어진 사람의 게시물에 엄지를 들더라도, 우리의 ‘좋아요’는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는 것이다. 저자는 “’좋아요’를 비롯한 데이터 운송과 보관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물과 자재,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다”며 “가장 탈물질화한 산업처럼 여겨지는 디지털 산업은 사실 지구를 생물학적 한계에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5년엔 하루에 463엑사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가 종이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시기부터 2003년까지 생산된 데이터(약 5엑사바이트)의 100배 가까운 데이터가 매일 쏟아지는 것이다. 그 데이터가 어떤 것일지 우리는 예상할 수 있다. 이전이라면 일기장과 앨범에 남겼을 개인적인 기록이 이젠 초고화질 동영상과 사진으로 전 세계 클라우드 서버에 중복 저장된다. 늘어나는 데이터로 인해 디지털 기술에 소모되는 전기의 양도 늘어난다. 저자는 2025년엔 디지털 기술이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20%를 소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데이터가 홍수처럼 범람함에 따라 이를 보관할 장소가 필요해진다. 데이터 센터가 늘어나면, 이 공간을 적정 온도로 유지하기 위한 화석 연료 사용도 증가한다.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1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데이터 센터를 운영할 전력의 상당 부분을 화석 연료에서 얻는다.” 고화질 영상도 환경에는 악영향을 준다. 저자는 “4k로 제작된 동영상이 10퍼센트 증가하면, 영상을 전송하고 보관하는 데 드는 전력 소비량도 10퍼센트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누구보다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을 젊은 세대도 ‘기후 악당’임은 마찬가지다. “고기 소비와 플라스틱 사용, 비행기 여행을 비난하는 젊은 세대는 전자 상거래와 온라인 게임을 가장 적극적으로 즐긴다. 미국 청소년은 하루 여가 시간 가운데 7시간 이상을 각종 화면 앞에서 보내는데, 친환경 면에선 완전한 난센스에 해당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암호 화폐 열풍’도 과거에는 없던 막대한 전력 소비다. 저자는 암호 화폐 중 하나인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행위가 전 세계 전력 소모량 중 0.5%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이는 덴마크가 한 해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종이빨대와 에코백을 쓰며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환경 보호다. 저자는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와 마찬가지로 데이터 역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상의 사소한 행동도 데이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영화 한 편을 고화질이 아닌 저화질로 보면 에너지 소비가 10분의 1까지도 줄어든다. 7000만명이 화질을 낮춰 동영상을 감상한다면 매달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350만톤 줄일 수 있다. 이는 미국 석탄 사용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6퍼센트에 해당된다.”

저자 역시 고통스러운 제안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 데이터가 늘어나는 속도를 감안한다면, 가까운 미래엔 데이터가 화석 연료에 버금가는 거대한 탄소 배출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인터넷을 버리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상, 데이터 역시 생활 쓰레기처럼 ‘줄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데이터 낭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불편하더라도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원제 The Dark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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