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트라우트·오타니… 고개숙인 마차도

김상윤 기자 2023. 3.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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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서 희비 갈린 MLB 스타

“국가를 대표한다는 건 야구를 하면서 가장 재밌는 경험이다.”(미국 외야수 마이크 트라우트)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진 않았다. (이번 대회가) 내게는 패배였지만, 좋은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도미니카공화국 외야수 후안 소토)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스타들이 각국을 대표해 출전했다. 이들의 희비는 1라운드(조별리그)부터 엇갈렸다. 특급 활약을 펼쳐 팀을 상위 라운드에 올려놓은 선수는 기쁨을 만끽했고, 맹타를 휘두르고도 조기 탈락을 한 선수는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빅리그 스타, WBC에서 희비 엇갈렸다

◇이름값 하는 ‘에인절스 듀오’

LA 에인절스는 마이크 트라우트와 오타니 쇼헤이라는 빅리그 최고의 스타 두 명을 보유한 팀이다. 그러나 2014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비운의 팀이기도 하다.

각각 미국과 일본을 대표해 WBC에 처음으로 출전한 트라우트와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트라우트는 지난 16일 콜롬비아와 벌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3대2 승리에 앞장섰다. 탈락 위기에 몰렸던 미국은 트라우트 덕분에 C조 2위(3승 1패)로 8강에 올랐다. 트라우트는 경기를 마친 뒤 “재밌는 시간이 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트라우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먼저 출전 의사를 나타냈고, 무키 베츠(LA 다저스)를 비롯한 여러 선수를 설득해 대표팀에 합류시키기도 했다. 미국 대표팀의 마크 데로사 감독은 “트라우트는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추켜세웠다.

1라운드 B조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오타니는 16일 이탈리아와 벌인 8강전에서 선발 등판해 호투하며 일본을 4강으로 이끌었다. 준결승과 결승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데, 일본 대표팀은 경기 종료 4시간 20분 만에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타니는 경기 후 인스타그램에 비행기 앞에서 대표팀 동료 라스 눗바, 곤도 겐스케와 찍은 사진과 함께 “마이애미로!”라고 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쓸쓸히 물러난 초호화 군단, 뉴욕 메츠 날벼락

이번 대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은 8강 진출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이 자랑하는 중심 타선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라파엘 데버스(보스턴 레드삭스)는 푸에르토리코와의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결정적인 순간 침묵했다. 팀이 1-5로 뒤진 5회말 무사 만루에 마차도가 병살타, 데버스가 뜬공으로 물러났다.

15타수 6안타(2홈런)로 활약하고도 팀 탈락을 막지 못한 후안 소토(파드리스)는 도미니카공화국의 한 매체를 통해 팬을 향한 입장문을 냈다.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경기장에 걸린 국기를 볼 수 있어서 기뻤다”며 “선수들의 기량과 우리의 플레이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 대회에서 또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D조에서 8강에 진출한) 베네수엘라와 푸에르토리코의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며 패배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정작 도미니카공화국을 이긴 푸에르토리코도 웃지 못했다. 팀의 주축인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스(뉴욕 메츠)가 황당한 부상으로 남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디아스는 8강행을 확정 지은 다음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다가 오른쪽 무릎을 잡고 쓰러졌다. 미국 CBS스포츠는 “디아스는 2023시즌에 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른쪽 무릎 슬개건 전체가 찢어져 수술을 받는데, 이 수술은 보통 회복에 8개월이 걸린다”고 보도했다.

디아스는 2023시즌을 앞두고 메츠와 불펜 투수 역대 최고액인 5년 1억200만달러(약 1329억원)에 계약했다. 올해 연봉만 1725만달러(약 225억원)다. 디아스의 부상을 계기로 MLB 구단들이 핵심 선수를 WBC에 내보내는 것을 더욱 꺼리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WBC를 탓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미국 투수 대니얼 바드(콜로라도 로키스)는 “부상을 이유로 대회를 비난할 순 없다. 부상은 근력 운동을 하다가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미국 내야수 피트 알론소(메츠)도 “누구든 매일 경기를 하다 보면 다칠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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