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도전과 열정… 자동차 지형 바꾸다

김수미 2023. 3. 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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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전신 ‘로켓 이북’ 세운
에버하드, 테슬라 밑그림 시작
머스크, 처음엔 투자자로 참여
점점 몰두하며 시련 딛고 ‘우뚝’
자동차 회사 첫 시총 1조弗 돌파
성공 뒤 숨은 비화 생생히 담아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팀 하긴스/정윤미 옮김/라이온북스/2만2000원

“휘발유는 이제 망했어!”

테슬라가 수차례 파산 위기 끝에 주식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친 날, 일론 머스크는 샴페인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 경쟁사뿐 아니라 그가 곧 망할 것이라며 끈질기게 괴롭혀온 공매도 세력, 테슬라를 환경에 관심 있는 억만장자의 장난감 정도로 평가했던 월스트리트를 향한 외침이었다.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연설하는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2003년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테슬라가 10여년 만에 100년 역사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을 제치고 시가총액 1조달러가 넘는 최초의 자동차 회사가 될 것이라고 누가 짐작했을까. 신간 ‘테슬라 전기차 전쟁의 설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인 저자가 테슬라와 관련 있는 수백 명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를 종합, 인류의 자동차 역사 지형을 바꾼 테슬라의 성공 신화 속 비화를 들려준다.

◆테슬라를 만든 사람들

테슬라모터스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은 머스크가 아니라 마틴 에버하드였다. 그는 친구 마크 타페닝과 함께 아마존 킨들을 포함한 전자책의 전신이 된 ‘로켓 이북(Rocket eBook)’을 만들어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지기 전 1억8700만달러에 회사를 매각했다. 그즈음 이혼하고 기분 전환차 빠르고 멋진 스포츠카를 사고 싶던 그는 전기차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제너럴모터스의 전기차 EV1을 시승해보고 배터리 부피가 크고 비싸다는 점을 고민, 전자책 사업을 하며 친숙해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GM이 전기차를 접기로 했을 때 테슬라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던 셈이다.

그 즈음 스탠퍼드대학의 솔라 카(태양광을 이용한 전기자동차) 연구팀 출신 J B 스트로벨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차로 미국을 횡단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각자 투자자가 필요했던 두 사람은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팔을 팔아 거부가 된 머스크를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당시 이미 스페이스X와 솔라시티를 운영하고 있던 머스크는 에버하드와 타페닝이 만든 테슬라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회장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당시 디트로이트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시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한 터였다. 일례로 테슬라가 경주용 차를 개조하기 위해 LG화학에서 배터리팩 7000개를 확보했는데,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LG화학 측이 배터리셀 반환을 요청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 불과한 회사가 LG화학 배터리를 차 한 대에 잔뜩 장착했다가 화재라도 발생할 경우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LG화학 배터리셀의 안전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기차가 환상이 아니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최대 숙제였다.
팀 하긴스/정윤미 옮김/라이온북스/2만2000원
머스크는 취미 삼아 시작한 테슬라에 점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동차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엔지니어들만 모인 조직이어서 재무 상태에는 깜깜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며 몇 번의 위기를 맞은 머스크는 창업자나 다름없는 에버하드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세 명을 내쫓은 끝에 스스로 네 번째 CEO가 됐다.

머스크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게 업무를 처리하면 그 자리에서 해고하겠다고 윽박지르고 실제로 수없이 쫓아냈다. 그는 디자인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참견했는데 특히 모델X에 자신의 취향을 구석구석 반영하려 했다. 직원들에겐 최고의 전기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 시장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은 자동차를 만들라고 압박했다.

◆자동차 그 이상의 꿈

머스크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투자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제너럴모터스나 포드를 떠올리지 말고, 애플이나 구글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자동차업계의 애플을 꿈꿨고, 애플 출신 경력자들을 적극 영입했다.

애플이 공식 명칭에서 ‘컴퓨터’를 뺀 것처럼 머스크도 테슬라모터스에서 ‘모터스’를 삭제했다. 자동차업체에 머물지 않겠다는 뜻이다.

테슬라의 성공으로 전기차를 포기했던 자동차업체뿐 아니라 애플도 전기차에 눈독을 들이게 됐다. 팀 쿡 애플 CEO가 머스크에게 테슬라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솔깃했지만, 자신이 애플의 CEO를 맡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쿡은 욕설을 내뱉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을 기겁하게 할 정도로 무모한 야망과 고집불통 성격은 불가능해보였던 꿈을 실현해낸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저자는 그의 자만심과 집착, 옹졸함은 지금껏 테슬라가 쌓아올린 금자탑을 단번에 무너뜨릴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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