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알레르기는 ‘이렇게’ 몸을 괴롭힌다

임태균 2023. 3. 1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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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의 균사체도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 가운데 하나다. 게티이미지뱅크

봄을 누구보다 빨리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콧물‧재채기‧기침‧눈 가려움 등의 증상 때문에 온 몸으로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는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온화하고 포근한 날씨 속에서 가족과 함께 꽃구경을 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만드는 꽃가루 알레르기는 어떤 질환일까.

알레르기는 일종의 면역시스템 오작동으로 보통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없는 물질에 괴롭힘을 당하는 질환을 뜻한다. 해롭지 않은 외부물질에 대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면역글로불린E(IgE)라는 항체를 형성하며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IgE가 비만세포(Mast cell) 같은 특정 세포를 자극하면 히스타민과 같은 강력한 화학물질이 방출돼 몸에 만성적인 염증이 나타난다.  

특히 알레르기는 염증 부위에 따라 나눠지는데, 코 속에 나타나면 ‘비염’ 기관지에 나타나면 ‘천식’ 피부에 나타나면 ‘아토피피부염’이다. 흔히 이 3가지를 알레르기 3대 질환이라 부른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9세 이상 성인의 알레르기 비염 유병률은 약 16.7%, 아토피피부염은 약 4.8%, 천식은 약 3.2%다.

꽃가루는 이 3가지 질환을 모두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알레르기 항원(원인물질)으로, 일정한 시기에만 나타나는 계절성이 있기 때문에 먼지 같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항원보다 증상이 심한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주위에 꽃이 안 보여도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수 ㎞ 이상 날아다니기 때문에 예민한 환자는 증상이 일찍부터 시작된다.

2~3월에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은 오리나무와 개암나무가 있으며, 4~5월에는 자작나무‧참나무‧떡갈나무‧단풍나무‧밤나무‧느릅나무‧아카시나무‧삼나무‧버드나무 등이 있다. 늦봄에는 잔디‧목초류 꽃가루가 많이 발생하며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두드러기쑥으로도 불리는 돼지풀과 명아주 등의 잡초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잘 일으킨다.

최근에는 귤나무‧사과나무‧배나무 등에 기생하는 ‘응애’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응애는 몸길이 0.2∼1㎜의 매우 작은 진드기로 겨울철 꿀벌 소멸 피해의 주범으로 꼽히며 봄부터 가을까지 발생하는 해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꽃가루는 지름이 보통 20마이크로미터(㎛) 이상으로 커서 코에서 대부분 걸리므로 폐로는 잘 안 들어가서 주로 알레르기 비염과 결막염을 일으키지만 때로는 기관지로 들어가 천식 증상을 일으켜서 위독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또 꽃가루가 피부에 오래 남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아토피피부염도 나타나기 쉽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대부분 콧물‧코막힘‧재채기‧두드러기‧가려움증 등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원인 꽃가루가 날리는 봄마다 비슷한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나며 해가 갈수록 더 예민하게, 더 심하게 증상을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고영일 전남대학교 의대 알레르기내과 교수(전남대병원)는 “꽃가루 알레르기는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는 질환이 아니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때 생기거나 더 심해지는 것”이라며 “꽃가루 항원에 노출될 때마다 특이 IgE 항체가 누적되기 때문에 질환이 시작되고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즉 알레르기는 우리 몸속에 IgE 항체를 만드는 원인물질에 대해서만 반응해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어떤 꽃가루가 말썽을 일으키는지 알레르기 피부시험 혹은 혈청 내 특이 IgE 항체검사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치료는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대표적이다. 가장 흔히 쓰는 약물은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영향을 막아서 증상을 차단하는 항히스타민제다. 알레르기 질환의 종류에 따라 ▲경구용 ▲점비약(코에 넣는 약) ▲점안액(눈에 넣는 약) ▲로션이나 크림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항히스타민제는 콧물‧재채기나 피부 가려움증 등과 같은 증상에는 효과가 있으나, 천식에는 효과가 없으며 비염 증상 가운데 코막힘 증상 치료에도 효과가 적다.

약물치료로 증상 조절이 잘 안 되거나 부작용이 심할 때는 원인 꽃가루를 3~5년간 규칙적으로 몸에 주사해 내성을 일으켜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 혹은 완치하는 면역요법을 고민할 수 있다.

고영일 교수는 “면역요법은 원인물질에 대해서 몸이 더 이상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체질을 정상 쪽으로 되돌려주는 방법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하지만 면역요법 이전에 정확히 자신이 알레르기 체질을 갖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면역요법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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