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난 위조 신분증도 대출 승인…원리금은 피해자가 갚아라?

김화영 2023. 3. 1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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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군가 내 신분증을 위조해서 나도 모르게 비대면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간 것도 황당한데, 원금에 이자까지 나보고 갚으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이런 사연을 제보한 시청자는 금융회사가 신분증에 적힌 주소만 제대로 살펴 봤어도 위조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3년째 재판에도 시달렸습니다.

보도에 김화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 60대 남성 오 모 씨는 약 3년 전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빼가려는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은행으로부터 받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일부는 이미 빠져나갔고, 약 1억 5천만 원의 대출까지 실행된 상태였습니다.

[오 모 씨/피해자 : "퇴근하고 집에 와서 우리 자녀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대출 리스트가 나온다고 그러더라고요. 그거 보니까 거기에 이렇게 그게 뜨더라고요."]

인터넷 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털 회사 등 3곳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 비대면 대출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범인의 사진을 넣은 피해자 오 씨 명의의 위조 운전면허증이 이용됐습니다.

[오 모 씨/피해자 : "(용의자가) 중국에 뭐 한국 사람 리스트가 많대요. 신용등급 5등급 이상으로 해서 찍어가지고 사진을 보내면 만들어서 주는 거죠."]

범인은 위조 신분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했고, 본인확인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금융회사에서 계좌와 공인인증서를 만든 뒤 비대면 대출까지 받은 겁니다.

문제는 신분증 확인 과정에서 위조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위조된 운전면허증입니다.

주소를 봤더니 '노량진동'은 '노령진동'으로, '만양로'는 '안양로'로 잘못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출을 해준 금융사 3곳 가운데 두 곳은 오 씨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오 씨는 빚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승소의 기쁨도 잠시.

두 곳 가운데 한 금융사는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2심에서 결과가 뒤집히자 원금에 연체이자까지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요구했습니다.

[오 모 씨/피해자 : "범인은 잡혔는데 범인은 재산도 없고 사기 몇 범이니까 그걸 청구를 못 하니, 선량한 저한테 청구하고 집에 가압류를 행사를 해 놓고..."]

취재가 시작되자 이 금융사는 피해자에게 더이상 원리금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최진영 홍성백/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채상우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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